(엑스포츠뉴스 김예은 기자) ‘인간실격’ 류준열의 위로법이 진한 여운을 안겼다.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이 인생에 드리운 짙은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치유와 공감을 그려가고 있다. 말 못 할 상처를 끌어안고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던 부정(전도연 분)과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청춘 강재(류준열 분). 다른 세상에 살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은 회를 거듭할수록 깊은 공감을 선사했다. 남편 정수(박병은 분)와 아버지 창숙(박인환 분)에게도 차마 꺼내지 못했던 아픔을 홀로 감당해야만 했던 부정.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아주는 강재의 존재는 갑갑하고 메마른 인생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 이에 부정은 물론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준 강재의 위로법을 짚어봤다.
▲ 슬픔을 지켜보는 강재, 담담하고 의연해서 더 묵직하게 와닿는 진심
태어나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며 눈물을 쏟아내는 부정에게 손수건을 건넬 때도, 아란(박지영 분)에게 울분을 토하며 옥상으로 뛰쳐 올라간 부정을 불러 세울 때도, 강재는 한결같이 담담하고 의연하게 그의 슬픔을 가만히 지켜봐 주었다. 정우(나현우 분)의 죽음에 애써 슬픔을 삼키면서 “날이 날이라서 그런가, 나보다 더 슬픈 사람을 봐서 그런가. 괜히 마음이 훅하고, 철렁하고 그런 게… 착하고 싶었어요”라며 부정의 손에 쥐여준 손수건을 ‘선의’라고 말하거나, 아란과 나눈 대화를 듣고서도 모른 척 “죽긴 왜 죽습니까?”라며 이 또한 본능적 ‘오지랖’이라고 둘러댈 뿐이다. 부정을 민망하고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강재. 바로 그가 타인을 위로하는 방식이다.
▲ 치유의 시간을 팔다, 다정한 위로의 말보다 강한 공감
죽은 정우의 집에서 부정의 유서를 발견한 강재는 덜컥 마음이 내려앉았다. 이에 강재는 자신의 역할대행 명함과 함께 “혹시 누군가 필요하면 연락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부정은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아무런 관계도 아닌 사람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누워있고 싶다는 한마디에 강재는 가만히 몸을 뉘어 자신의 곁을 내줬다. 특히 부정의 이야기를 천천히 곱씹으며 그에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왜?’라는 질문이나 허울뿐인 다정한 위로를 대신해, 백 마디 말보다 강한 경청과 공감으로 부정의 마음을 움직인 강재의 위로법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 살아갈 용기를 심어준 짧은 메시지 속 진심 어린 응원
부정에 대해 알아갈수록 강재는 알 수 없는 감정의 동요를 겪기 시작했다. 특히, 부정이 임신 5개월에 아이를 유산했다는 사실과 함께 “좋아하는 게 없어지면, 좋아하는 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다 같이 사라져요”라는 말을 듣고는 더욱 마음이 쓰였다. 그동안 부정에게서 느끼는 상실감과 공허함의 이유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강재는 정우가 사용하던 ‘cafe-Hallelujah(할렐루야)’라는 메신저 아이디로 “아직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살다 보면 조금은 괜찮은 날과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함께 죽음을 계획하던 그에게서 전해 받은 희망과 응원은 아이러니하지만, 부정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불어넣으며 변화를 예고했다.
한편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 9회는 오는 10월 2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김예은 기자 dpdms12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