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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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노트] '고끝밥' 9시간 한라산 올라가 10초 컵라면 먹방한 이유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1.09.01 12:00 / 기사수정 2021.09.01 10:54



[PD노트]에서는 즐거움을 전달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작진들을 만나, 현장 이야기가 녹아 있는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9시간 동안 한라산에 올라가서 10초 컵라면 먹방을 왜 했냐고요? 고생도 진짜, 먹는 것도 진짜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NQQ·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 '고생 끝에 밥이 온다'(이하 '고끝밥')는 고생과 먹방의 콜라보로 궁극의 맛을 선보이기 위해 생고생에 나선 '8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 문세윤, 조세호, 황제성, 강재준의 모험기를 담은 새 예능프로그램이다. 

지난 30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컵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 하루 종일 '제주도 한라산'을 오르게 된 82년생 동갑내기들의 '웃픈'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제작진으로부터 제주도라는 행선지 하나만 전달받은 출연자들은 제주도의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는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그러나 다음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달려간 곳은 한라산 등산로 입구였다. 멤버들은 현실을 부정하며 약 10시간이 넘는 대장정에 올랐고, 특히 공항패션을 위해 명품을 걸쳤던 조세호는 90만 원대의 고가 청바지를 입고 산행하게 된 현실에 절규했다.

산행 중에는 갑자기 나타난 야바위꾼(?)부터 황제성의 치료를 원하는 독사에 물린 커플(?), 조세호를 아들이라고 부르는 아버지(?) 등 제작진이 배치한 수상 사람들과의 미션이 이어져 연신 웃음을 자아냈다. 멤버들은 장장 9시간에 걸쳐 정상에 올랐고, 백록담을 바라보며 먹은 컵라면은 '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은 라면'으로 기억됐다. 

10초 먹방을 위해 9시간 한라산을 올라가다니. '고끝밥' 제작진은 어쩌다, 82년생 개그맨 4인방과 생고생 먹방을 시작하게 됐을까. 엑스포츠뉴스가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 사무실을 찾아가 '고끝밥' 이준석 PD와 안용진 작가에게 기획 의도와 캐스팅 비하인드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고끝밥' 이준석 PD와 안용진 작가와의 일문일답. 

Q. '고끝밥'은 어떤 프로그램인가.

(이준석) "어드벤처가 강화된 먹방의 변형이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걸 먹자고 이렇게까지?'이다.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맛있게 먹으려면 배고파야 하고, 그렇다면 고생을 해보면 어떨까에서 시작했다. 더 나아가서는 '고생하는 우리들이 먹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로 풀어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Q. 작가님의 아이디어라고 들었다. 

(안용진) "(문)세윤이와 '코미디 빅리그'를 같이 하고 있다. 세윤이를 베이스로 먹방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요즘 음식 먹방이 너무 많지 않나. 평범한 먹방은 매력이 없어서 특별한 걸 고민하다가 '음식궁합'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속담이 떠올랐고, '고생 끝에 밥이 온다면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됐다. 이삿날에 먹는 자장면, 수영장에서 먹는 라면 등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잡히기 시작했다. 초안은 음식궁합이었는데 PD님을 만나고 기획이 더 풍성해졌다."

Q. 1회 아이템으로 '제주 한라산'과 '컵라면'을 고른 이유가 있나.

(이준석) "예전부터 산 아이템은 예능에서 피해야 할 요소였다. 같은 풍경만 나오니까 찍을 것도 없고 힘드니까 출연자들 숨소리만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아이템으로 산을 선택한 건 우리 고생이 '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다른 고생들은 '8시간 일했다 치고~' 다음 장면만 찍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 풍경을 담으려면 출연자나 제작진이나 정말 산을 올라가야 한다. 우리가 고생을 진짜로 하고, 먹는 것도 진짜로 먹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다음 회차도 마찬가지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생고생들이 나온다."

Q.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의 채널 특성과도 어울려 보인다.

(안용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디스커버리채널에 어울릴 만한 느낌이길 바란 것도 있다. '고끝밥'을 불교TV에서 하면 안 어울리지 않겠나(웃음)."

(이준석) "맞다. 기획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외로 많이 다니게 됐다. 저희 채널을 해외에서도 많이 본다. 이왕이면 한국의 가장 높은 산이자 상징적인 한라산에서 한국적인 컵라면 먹방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 좋더라."

(안용진) "PD님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저는 이 아이템이 해외에서도 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도 햄버거, 피자를 가장 맛있게 먹는 상황들이 있지 않겠나. 문화적 공감이 더해진다면 각 나라를 이해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꼭 팔렸으면 좋겠다."

Q. 산행 중에 독사에 물린 커플이 황제성의 입 치료(?)를 원하기도 했다. 간혹 등장하는 황당한 상황들이 재밌다는 반응이 많다. 

(안용진) "히말라야를 가도 다큐가 아닌 예능에서는 재밌게 담기가 참 어렵다. 고생을 엄청 하는데 시청자들에게는 전달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한라산에 올라 라면을 먹는다는 소재는 정했지만, 절대로 그게 다가 돼서는 안 된다고 봤다. 그 과정을 재밌게 담기 위해 여러 예능적 장치들을 신경 썼다."

(이준석) "사실 출연자들이 다 예능 베테랑들이지 않나. 그들도 힘들게 등산해봤자 그림이 나올까? 재밌을까? 걱정을 하더라. 그런데 중간에 재밌는 상황들이 나오고, 그 안에서 멤버들의 특기를 발산할 수 있게 되니까 눈빛이 변하더라. 그들도 재밌어하는 것 같았다." 

Q. 한라산에서 먹는 컵라면의 맛은 어떻던가. 

(안용진) "제작진은 답사를 하느라 두 번을 올라갔다. 처음 답사를 갔을 때 아침을 안 먹고 올라갔는데 너무 힘들더라. 마의 구간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웃음). 그런데 올라가서 백록담을 바라보며 먹는데 정말 너무 맛있더라. 올라가는 동안 물이 조금 식었는데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준석) "맛도 맛인데 성취감이 동반되는 맛이다. 목표를 이뤘다는 기쁨이 더해져서 좋더라."

(안용진) "많은 분들이 우리 방송을 보고 '이번 주 주말에 산에 가서 먹어볼까?' 생각이 드는, 행동이 동반되는 예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편 '고생 끝에 밥이 온다'는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NQQ에서 방송되며, kt seezn의 OTT 서비스 seezn(시즌)을 통해 1주일 전 선공개된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 디스커버리채널코리아·NQQ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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