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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엄정화 "가수든 배우든, 은퇴는 하지 않을 거예요"

기사입력 2021.07.24 21:58 / 기사수정 2021.07.24 21:58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엄정화는 만능엔터테이너다?'라는 말을 들을 때 드는 생각이요? 이게 저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지면 안된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아마, 제가 표현하지 못할 때가 되면 스스로 알지 않을까 싶죠. 제 마음속에 의지가 있다면 극복하고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수든 배우든 은퇴는 하지 않을 거예요." (2015.07.31. '미쓰 와이프' 인터뷰 중)

'가수' 겸 '배우'라는 수식어를 엄정화만큼 완벽하게 소화해 온 사람이 있을까요. 엄정화는 19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데뷔 이후 3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가수와 배우로 모두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오며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1993년 7월 가수 데뷔곡 '눈동자'가 담겨 있던 첫 앨범을 발표한 후 지난 해 12월 디지털 싱글 '호피무늬'를 공개하기까지 노래는 물론, 지난 해 개봉한 영화 '오케이 마담'과 MC로의 남다른 센스를 뽐낸 tvN 예능 '온앤오프'까지 모든 영역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죠.


영화 '미쓰 와이프'로 관객을 만났던 2015년 여름에도 엄정화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다방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2014년 개봉했던 '관능의 법칙'에 이어 내놓은 1년 만의 영화 신작이자, 드라마로도 같은 해 6월 종영한 '마녀의 연애'까지 빈틈없는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었죠.

'미쓰 와이프'는 잘 나가는 싱글 변호사 연우(엄정화 분)가 우연한 사고로 인해 하루아침에 남편과 애 둘 딸린 아줌마로 한 달간 대신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유쾌한 인생반전을 그린 코미디로, 엄정화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완벽주의 변호사의 도도함부터 늘어진 티셔츠에 꼬불꼬불한 머리 모양의 아줌마의 모습을 모두 아우르며 엄정화만의 매력을 선보였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소녀같은 천진난만함과 솔직한 입담은 엄정화를 가까이에서 마주했을 때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는 그의 개성이기도 합니다. 극 초반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 코미디의 완급 조절을 하는 부분이 어려웠다며 취재진에게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기도 했죠.



어느 캐릭터든 맞춤옷처럼 소화하는 도화지같은 매력도 엄정화가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유연하게 버텨올 수 있던 힘이었습니다.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묻는 말에 엄정화는 눈을 빛내며 "사실 무섭도록 섹시한 역할도 잘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역할이 오려나 모르겠어요"라고 쑥스럽게 웃었죠.

대중이 자신을 수식하는 말 중 '예쁘다'와 '섹시하다'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겠냐는 말에는 "뭐든 다 좋아요"라며 다시 해맑게 미소를 보였습니다. "뭐든 다 좋아요. 좋은 말이니까 좋죠!"라며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래와 연기를 병행해오며 현실적으로 느꼈던 솔직한 마음도 털어놓았죠.

"제가 연기한 모습을 보면서 그 캐릭터의 감정이 진짜 느껴졌다고 공감해주신 것을 들었을 때 가장 행복하죠. 저희도 연기를 하면서 진짜의 감정을 만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또 짜릿하거든요. 그게 잔인한 감정이든, 기쁜 감정이든 모두 그렇죠.  노래는 오로지 제 이름을 걸고 제 노래를 하는 것이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그 사람의 이름으로 그 사람의 삶을 사는 것이잖아요? 노래나 연기나, 어떻게 보면 제가 해석하는 것이 또 답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다른 것 같으면서도 또 비슷한 점이 있어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를 대하는 엄정화의 속내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엄정화는 만능엔터테이너다?'라는 말을 들을 때 드는 생각이요? 이게 저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지면 안된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아마, 제가 표현하지 못할 때가 되면 스스로 알지 않을까 싶죠. 제 마음속에 의지가 있다면 극복하고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디든 은퇴는 하지 않을거예요."

당시 엄정화는 2008년 발매한 싱글 앨범 'D.I.S.C.O' 이후 음반 활동을 잠시 쉬고 있을 때였죠. '엄정화가 가수로 무대를 휘젓는 모습을 기다리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취재진의 말에 "'D.I.S.C.O' 때도 오랜만에 가수 활동을 한 것이긴 했지만, 저 스스로도 갭을 많이 느끼진 못했거든요"라며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후 엄정화는 8년이 지나 2016년 10집 'The Cloud Dream of the Nine'을 발표하며 여전히 건재한 대한민국 대표 솔로 여가수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줬죠. 지난 해에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 제시, 화사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 멤버로 나서 부캐릭터 만옥이라는 이름으로 든든한 맏언니의 모습을 유감없이 자랑했습니다.


이효리는 "(엄정화를 보며) 얼마나 위안이 됐는지 모른다. 앨범 내고 뭐 할 때마다 '정화 언니도 했지. 지금 내 나이였는데 잘하셨잖아' 이런 생각을 했다"면서 엄정화의 존재 자체로 느끼는 고마움을 전했고, 엄정화 역시 이효리를 만난 자리에서 "고맙다"라고 마음을 표했죠.

엄정화는 환불원정대에 합류를 결정한 진짜 이유로 "스물여덟 살 때부터 계속 마지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만 해도 서른 넘은 여가수가 없었다"라고 회상하며 유재석에게 "알지 않냐. 이게 내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유재석 역시 "누나가 전설이지 않냐. 앞에 계신 누님, 형님들이 (후배들인) 저희가 가는 길을 다 갈고닦아주신 거다"라며 감격했고요.

'연예인의 연예인'이라는 애정 어린 애칭과 함께 그렇게 엄정화는 뚜벅뚜벅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는 중이죠. 30년의 시간을 그와 함께 해 온 대중 역시, 앞으로 엄정화가 '은퇴는 없이' 보여줄 새 얼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 스틸컷, 아메바컬쳐, MBC 방송화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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