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9:22
사회

[CULTURE] 난 따뜻한 겨울 남자니까

기사입력 2011.02.24 03:07 / 기사수정 2011.02.24 03:08

editor 기자

(BREAK Vol.3) 겨울과 겨울, 그 사이에서 찾은 4가지 감성들. 시린 겨울날 차가워진 당신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줄 4권의 책과 4편의 영화를 만나다. editor 진현주
 

KEYWORD Ⅰ. 눈, 기차역, 그리고 그리움

 

- Book. 이별하는 골짜기, 임철우
잊고 있었던 것들, 혹은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시린 겨울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되살아나기 가장 적합한 계절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우리는 가을과 겨울 즈음에 그와 관련된 추억이나 향수에 젖곤 한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로부터 잊혀 진 채 버려진 역이 있다. 강원도 산골에 있는 ‘별어곡別於谷’. ‘이별하는 골짜기’라는 이름을 가진 자그마한 간이역이다. 소설은 별어곡이 사라지기 전, 그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담담하게 풀어낸다.

저마다의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는 이들. 그들의 애잔한 삶을 조용히 감싸주던 것은 작고 소박하지만 넉넉한 품을 가진 별어곡이었으리라.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의 마지막은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동시에 아름답게 다가온다.

- Movie. 철도원, ぽっぽや
일본의 한 시골 기차역.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눈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제복을 입은 채 서 있다. 그는 호로마이 역의 역장인 오토(다카쿠라 켄)다. 그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떤 일이 있어도 역장의 의무를 다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 언제나 그 자리에 꿋꿋이 서 있을 것 같은 커다란 나무.

그런 그에게도 가슴 깊이 묻어둔 아픔이 있었다. 역장으로서는 최고였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것이다. 역을 지켜야 하는 자신의 일 때문에 그는 어린 딸과 아내가 떠나갈 때 함께 하지 못했다.

자신의 소임은 다했지만 가족의 곁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일이 그에게는 한평생 상처가 되었으리라. 그런 주인공을 위해 죽은 딸은 환영으로 나타나 아버지가 보지 못했던 자신이 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딸이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보듬어 주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적신다. 자신을 용서해준 딸 덕분에 오토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후회 없이 역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가슴 속으로 조용히 흘러들어오는 감동은 백 마디 말보다도 더 강하다.



KEYWORD Ⅱ. 겨울이 가기 전에 사랑을
 


- Book. 동화처럼, 김경욱
어른이 되면 사랑도 연애도 살아가는 일도 지금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모든 일들이 쉽지 않다. 특히 사랑이란 것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소설 <동화처럼>은 몸만 컸지 마음은 아직 완전히 자라지 못한 어른들을 위한 연애 성장 동화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서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좋아한다는 감정 말고도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솔직해지는 것과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일. 눈물의 여왕 장미와 침묵의 왕자 명제는 두 번의 헤어짐과 세 번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서로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은 자신 내면의 완전히 자라지 못한 또 다른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평론가 강유정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이란 ‘나’를 버림으로써 나를 완성하는 과정인 것이다. 소설은 현실적으로 사랑과 연애, 결혼 생활을 그려내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주인공들에게 더욱 공감할 수 있다. <동화처럼>은 앞으로 우리가 겪어내야 할, 혹은 겪고 있는 성장담이다.



- Movie.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한 사람을 영원히 지운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것도 사랑했던 사람을.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잔인한 일이다. 자기 삶의 일부분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니까. 과연 자신은 기억을 지운 후에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

조엘(짐 캐리)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 자신과 나누었던 추억들이 고통스러워 강제로 기억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역시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지워버리려 한다.

결국 기억은 삭제되지만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무엇엔가 이끌리듯 그들이 처음 만났던 장소로 향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 순간 그 때의 느낌은 머릿속에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몸에,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 어딘가에도 깊이 새겨지는 것이다.

사랑은 기억을 지배한다. 그 사랑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순간의 감정들이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을지 몰라도 직접 몸과 마음으로 느꼈던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지금 현재 사랑하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찰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길 수 있길 바란다.


KEYWORD Ⅲ. Happy Merry Christmas


- Book.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존 그리샴
전 세계인들의 축제 크리스마스.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매해 찾아오는 크리스마스는 즐거운 휴일이다. 맛있는 음식과 카드, 선물, 그리고 반가운 친구들과 친지들까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날부터 들뜨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크리스마스를 탐탁치 않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설의 주인공 세무사 루터다. 그는 크리스마스로 인해 쓴 돈과 그 하루를 위해 며칠 전부터 받게 되는 온갖 스트레스에 질린 나머지 이른바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계획을 세운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자선기금도, 마을 이웃들이 모두 세우는 눈사람 인형 도 생략한 채 아내와 단둘이 카리브 해 크루즈 여행을 떠나려 하는 것이다.

과연 그의 이 야심찬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결말이 궁금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를 펼쳐보자.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가져다줄 뿐 아니라 책 한 권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찾아오는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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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크리스마스 스타! Nativity!
이제 크리스마스 날 ‘나홀로 집에’나 ‘러브 액츄얼리’는 그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영화 <크리스마스 스타!>를 보는 것이 어떨까. 성탄절에 어울리는 영화의 세 가지 조건-따뜻함, 즐거움, 크리스마스 분위기-을 모두 갖춘 영화가 바로 <크리스마스 스타!>다.

이야기는 한 초등학교 교사인 매든스 선생님(마틴 프리먼)이 성탄 공연을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제 크리스마스 ‘따위’는 신경 끄고 살고 싶었지만 억지로 공연을 준비하게 되고, 그 와중에 할리우드에서 보러온다는 엄청난 거짓말을 얼떨결에 하게 된다.

아이들과 온 마을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이고 상황은 점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가족 영화의 냄새가 물씬 풍길뿐더러 꼬마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에 자칫하면 유치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원래 성탄절 영화는 그런 맛에 보는 게 아니던가.

스토리가 신선한 것도 아니고 스펙타클하지도 않지만 아이들의 귀여움은 입가에 저절로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성탄 공연 장면은 영화의 백미니 놓치지 말 것! 영화 <스쿨오브락>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분명 이 영화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Ⅳ. 온 몸을 전율케 하는 겨울 산악 서바이벌


- Book. 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신들의 영역이라 불리는 그 산 가장 꼭대기에 있는 봉우리를 오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바로 <신들의 봉우리>다. 표고 8000미터 이상이라는 숫자는 너무나 아찔한 것이어서, 그곳을 등반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생물의 생존조차 불가능한 그곳을, 주인공 하부조지는 동기 무산소 단독 등정을 하려한다.

 그것도 가장 어려운 코스로. 절대 포기하지 않는, ‘포기할 수 없다’라는 말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강철보다도 단단한 의지. 하부조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죽음도 공포도 어쩌지 못할 뜨거운 열정이다. 가장 높은 곳, 정상을 향해 계속해서 올라가고 도전하는 행위가 너무도 무모한 것임에도 숭고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그 열정 때문이다.

 <신들의 봉우리>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면서도 우리에게 생소한 산악 등반에 관한 내용을 생생하고 탁월하게 묘사해냈다. 굳은 의지와 격렬한 열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심장을 관통하고, 전율하게 만든다.

 - Movie. 버티칼 리미트, Vertical Limit
심하게 다친 채 밀폐된 공간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하면 죽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위험 속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

 <버티칼 리미트>는 K2를 배경으로 극한 상황을 만들어내어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다. K2 등정을 위해 산을 오르던 등반대는 갑작스레 시작된 눈 폭풍에 휩쓸려 깊은 골짜기 안으로 떨어지고, 구조대원들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눈사태를 무릅쓰고 그들을 구하러가야 한다.

 영화의 제목인 ‘버티칼 리미트’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수직한계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들은 각자 그들만의 ‘버티칼 리미트’ 속에서 힘겹게 고군분투한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과 거대한 눈덩이들을 보며, 자연 앞에서 인간은 아직도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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