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5:22
경제

[PEOPLE] 블로거의 진짜 파워

기사입력 2011.01.22 00:25 / 기사수정 2011.01.22 00:40

editor 기자

(BREAK Vol.3)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바다 속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졌다는 이유로 찾게 되는 낯선 이들의 아카이브. 그곳에 든 반짝이는 생각과 경험들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다른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고 있었다. editor 양지원



얼마 전까지만 해도SNS(Social Network Service)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미니홈피를 겨우 일상의 소소한 생각을 떠드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지만, 가끔 올리는 생각들도 남들이 보면 어떤 반응일까를 먼저 따졌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쓰고 싶어서 시작했을 뿐인데, 남에게 보여주는 데 급급해진 이 공간이 대체 어떤 의미로 남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SNS 자체가 나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다른 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열망이 담긴 공간이라는 것. 정말 혼자만의 공간을 갖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라면 펜을 들고 일기장 위에 쓰는 편이 나았다.

인터넷의 가장 큰 영향력은 사람을 움직이는 최소한의 힘이다.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는 소통하는 매개체가 달라질 뿐, 유행이 없다. 세계의 모든 사람과 소통하는 꿈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또 다른 소통 방식을 원하고 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블로그에서 다시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다.

블로그를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는 이제 단순한 글쓰기에 지나지 않고 사람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어 놓고 있다. 그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블로거들에게 블로그는 어떤 의미일까? 그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각양각색의 블로그 중에서도 남성 뷰티 분야에 뛰어든‘남성 뷰티 블로거’ 조용호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그와의 인터뷰 끝에, 새삼 소통에 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블로그를 하는 이들 모두가 다 같은 이유가 아닐까. ‘나’와 ‘너’의 소통을 위해서 말이다.

BREAK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릴게요.
YONG HO 나이는 상당히 민감한 질문인데(웃음), 현재27살이고요. 올해 초까지 대학을 다녔고, 현재는 갓 은행에 취직한 신입사원 조용호입니다.
 
BREAK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YONG HO 원래 얼리어답터 기질이 있어요. 기계 같은 것도 좋아하고요. 뷰티 블로거‘완소균이’로 활동하는 김한균이라는 친구를 알게 됐어요. 그 친구가 저보고 관심 없냐고 해보라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BREAK 특별히 뷰티 제품 관련 포스팅을 하게 된 건 친구의 영향이 컸나요?
YONG HO 사실 제 블로그에는 뷰티가70%이긴 하지만IT부분에 관련한 포스팅 등 다양하게 있어요. 제가 그 쪽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블로그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는 거잖아요. 블로그를 발전시키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생각하는데, 보여주고 알려주려면IT분야 보다는 화장품이 낫겠다 싶었던 거죠. 남성 화장품 블로그가 몇 개 있긴 한데, 좀더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는 게 좋겠다 싶어서요.
 
BREAK 그러면 다른 남성 뷰티 블로그와 용호 씨의 블로그와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YONG HO 일단 화장품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스펙을 염두에 두고 운영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뷰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분 등 다양한 분들이 있어요. 그 분들이 모두 뷰티를 좋아한다는 전제 하에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블로그 포스팅이라 하면, 저 같은 경우에는 비전문성이 특징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화장품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부딪쳐보면서 느낀점을 써서 포스팅을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분들은 어려운 용어를 써서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저는‘아마 이건 이런 건가 보다.’ 하고 좀더 친절하게 알려줄 수 있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BREAK 그렇군요. 용호 씨 말처럼 완소균이 님이 전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약간 딱딱한 문어체였다면, 확실히 용호 씨의 포스팅은 편안한 구어체였어요. 친구가 옆에서 설명해주는 듯해서 더 친근하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여성에게도 많은 호감을 얻고 있는 것 같은데, 블로그 포스팅은 누구를 타겟으로 생각하며 쓰는 건가요?
YONG HO 처음에는 이제 막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남성을 주 타겟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방문자를 보니 여성분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남, 녀 반반 비율로 생각하면서 쓰고 있어요. 화장품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그렇지만 잘 알지는 못하고 가볍게 즐기는 분들이 올 수 있도록 글을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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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잖아요. 그럼에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매력은 뭘까요?
YONG HO 어떻게 보면 저 역시도 뷰티 분야가 선호하는 직업 중에 하나이긴 했는데, 꼭 가야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는 다른 블로거에 비해서 엄청 열정적으로 하는 편이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일 뿐이니까, 평일보다는 주말 낮을 이용해서 포스팅을 올려요. 어쨌든 꾸준히 포스팅이 올라오긴 하지만 제 삶에 지장을 줄 정도로 힘들여 가면서 하는 게 아니니 재미가 더 생기는 거죠. 또 어느 정도 계속 해오니까 제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그 분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좋은 반응을 보여주세요. 그렇게 제 블로그가 소통을 하는 장이 되잖아요. 그런 면에서 책임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BREAK 남성들의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는데,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 남자가 비비크림을 바르는 정도예요. 기초에서부터 비비 크림까지가 남성 화장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런 시선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YONG HO 어떻게 보면 남성 뷰티라고 해서 한계가 있는 건 아니죠. 그렇지만 말씀대로 사회적인 시선이 허용되는 범위는 제가 보기에도 비비크림까지인 게 맞는 것 같긴 해요. 아무리 화장을 굉장히 좋아하는 여성들도 남성의 눈화장은 절대 이해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블로그 운영도 개인적으로 그런 시선이 많이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고 있어요. 저는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하는 게 아닌 평범한 사람이지만, 남자들도 충분히 화장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한계를 가지고 보는 시선들을 변화시키고 싶은 게 저의 블로그 목적이랄까요.

BREAK 그러면 자신만의 특색 있는 블로그를 갖는 게 어떤 점이 좋은 것 같아요?
YONG HO 제가 생각하기엔, 예전에는 미니홈피가 많다가 요즘엔 블로그로 옮겨가는 추세잖아요. 사실 미니홈피 같은 경우에도 온라인 상에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셈이긴 한데, 그거는 주로 원래 오프라인 상에서 알던 친구들과의 매개체였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블로그를 하면서 저 같은 경우에는 남성 뷰티 블로거라는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가졌잖아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원래 알던 사람들도 오긴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면서 저를 통해 더 넓은 소통의 장이 마련되고, 직∙간접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좋고요.
 
BREAK 뷰티 관련 포스팅 외에도 운동화, 게임, 음식 등 많은 분야의 리뷰가 포스팅 되어 있던데, 원래 호기심이 많아서 하는 건가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올림으로써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YONG HO 글쎄요. 저는 블로그 포스팅 자체가 저한테 얻어지는 게 있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먼저 써보고 ‘이런 건 어떻다.’ 하는 장단점을 제공하는 거라서 현명한 소비를 유도할 수 있어요. 저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힘, 그런 점에 대한 자기 만족인 것 같아요.
 
BREAK 그렇군요.마지막 질문이에요. 아직 이르긴 하지만, 2011년 계획을 말해주시겠어요?
YONG HO 현재 신입사원이잖아요. 잘 모르니까 일도 잘 못하고 있을 수 있고, 일 쪽에 치우치다 보니까 블로그에도 많이 신경을 못 쓰는 것도 있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2011년은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최근에 공모전 취업 강의를 했는데, 그런 식으로 상황에 맞게 변화를 줘서 활동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블로그도 좀더 다양한 컨텐츠로 안정화를 시켜야 할 것 같고요. UCC 공모전도, 제 취미인 영상을 다른 방향으로 뭐 친구들 영상을 찍어준다거나 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고 있어요.
 
BREAK 마지막 질문이라고 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궁금해진 게 있어요. 당신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YONG HO 원래는 개인적으로 창업을 하거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일단은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 뭐 카페를 차릴 수도 있고 하는 건데, 개인적인 사업 자체가 좀더 제 역량을 확인해보고 도전할 수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 일을 하는 거는 돈을 많이 벌게 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제 좌우명이랄까, 목표가 세상을 좀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싶은 거라서. 저는 좀더 많이 벌게 되면 문화 쪽에 투자를 하고 싶어요. 사회적 공헌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외된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리고1인 미디어로서 많은 사람들이 저를 통해서 소통을 할 수 있게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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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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