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지난 17일 창원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한화가 4-14로 10점을 뒤진 상황에서 8회말 투수로 등판한 정진호가 연달아 볼 세 개를 던졌다. 그리고 4구, 나성범이 풀스윙으로 파울을 만들자 중계 화면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비롯한 한화의 외국인 코치진이 크게 흥분하는 모습이 잡혔다.
메이저리그에서 불문율로 여겨지는 '3볼-노스트라이크에서의 스윙'에 대한 어필로 읽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점수 차가 벌어진 경기 후반 3볼에서 풀스윙을 하는 행위가 금기시 된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그런 불문율은 없기 때문에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에게 수베로 감독의 어필은 조금은 뜬금없었을 수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수베로 감독이 한국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수베로 감독의 어필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장면을 먼저 봐야 한다. 수베로 감독에 따르면 전날인 16일 경기, 한화가 크게 지고 있는 7회초에 1루 주자가 도루 사인을 받고 도루를 시도하자 NC 포수 양의지가 어필의 제스처를 취했다. 이닝 교대 시간에도 한화 선수들, 코치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팀이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도루를 자제한다는 건 널리 알려졌지만, 한 점이 아쉬운 팀까지 도루를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은 야구를 잘 아는 팬들에게도 생소한 이야기다. 그러나 분명 몇 년 전부터 선수들 사이에서는 7회 이후의 경기 후반 7점 이상의 큰 점수 차에서는 이기고 있는 팀도, 지고 있는 팀도 도루를 하지 않기로 하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이 사실을 양의지의 어필이 있던 후에야 알았다. 수베로 감독은 "그 상황 후에 하주석이 와서 선수들 사이에 그런 불문율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며 "우리 팀 선수들에게도 만약 그런 불문율을 알았다면 뛰게 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 선수들을 향한 보복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감독의 실수이며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수베로 감독은 임시 주장인 하주석을 통해 NC 선수단에게도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베로 감독이 '크게 지는 팀의 도루 금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20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수베로 감독은 불문율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적극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당시 1루수가 뒤로 빠진 상황이었다. 수비수가 주자 뒤로 빠지는 이유는 주자의 진루와 상관없이 수비 범위를 넓히고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서고, 그런 이유로 주자가 움직이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수베로 감독은 "지고 있는 팀은 갈 수 없는 상황인데, 이기고 있는 팀은 야수가 던진 공에 스윙을 한다는 게 밸런스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불문율에도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는 팀이 안 된다면 이기는 팀도 안 되는 그런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데, 그날의 상황은 그 밸런스가 깨진 거라고 생각해서 격하게 어필을 한 것"이라고 돌아봤다.
KBO리그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정했기 때문에 두 가지가 충돌한 셈이었다. 오히려 수베로 감독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한국 야구의 문화로 그대로 받아들였다. 수베로 감독은 "문화의 차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바꾸려는 자세가 아니다. 한국에는 한국 문화와 야구가 있고, 내가 동의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존중하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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