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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저도 늘 궁금했어요, 나를 왜 좋아해줄까?" [낡은 노트북]

기사입력 2021.02.14 10:00 / 기사수정 2021.02.14 09:18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저도 늘 궁금했어요. 나를 왜 좋아해줄까? 내가 뭐기에…. 저는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를 좋아해주신다고 하면, 그냥 늘 궁금한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 뿐인데, 그 모습들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그냥 저도 더 열심히 할 일을 하려고 하고 있죠." (2015.11.23. '도리화가' 인터뷰 중)

2010년 그룹 미쓰에이(miss A)로 데뷔한 수지는 배우까지 활동 폭을 넓히며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국내 대표 스타 중 한 명입니다.

연기를 할 때는 배수지라는 본명을 사용하며, 연기 데뷔작이었던 '드림하이'(2011)를 시작으로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 첫사랑으로 거듭나게 되죠. 2015년 11월 개봉한 '도리화가'로는 스크린 첫 주연에도 도전합니다.

'도리화가'는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1867년,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꿨던 진채선(배수지 분)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수지는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으로 역사에 기록된 진채선으로 분했습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수지가 실존인물이었던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애썼던 노력들은 나름대로의 좋은 평가를 얻었었죠.

이후에도 수지는 드라마 '빅'(2012), '구가의 서'(2013), '함부로 애틋하게'(2016),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 '배가본드'(2019), 영화 '백두산'(2019)과 지난 해 드라마 '스타트업', 개봉을 앞둔 '원더랜드'까지 꾸준히 연기를 이어오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더해왔습니다.

2015년 당시의 수지는 스물두 살, 데뷔 6년차를 맞았던 때였죠. '도리화가' 인터뷰로 만났던 배수지는 빼어난 달변은 아니었지만, 청순한 외모와는 대비되는 털털한 화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려 애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말을 이어가다 잠시 머뭇거리기도 하고, 어느 물음에는 답을 꺼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죠. 자신이 뱉은 말이 혹여나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연신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며 또박또박 이야기를 전하려 하던 얼굴이 기억납니다.


수지의 솔직한 대답은 '여류소리꾼 역할처럼 연기에서도 도전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물음에 대한 답부터 바로 이어졌습니다. "도전하는 것이요?"라고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은 수지는 "아니요?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해맑게 말해 자리에 함께 했던 취재진을 폭소케 했었죠.

그리고 이내 자신의 마음 속 답을 꺼내놓았습니다.

"저는 원래 하던 것이 편하고, 만나던 친구가 편하고 그렇거든요. 뭔가 도전하기보다는 하고 있던 내 것을 그냥 잘 지키려고 하고, 맡은 일에 그냥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어쨌든 작품이라는 건 제가 (일을 하면서) 계속 만나게 되는 것이잖아요. 어쩔 수 없이…. 아, 어쩔 수 없이는 아니고요.(웃음) 제 평소 성격은 도전하는 것과 거리가 멀지만, 하는 일에 있어서는 도전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죠."

자신의 연기 데뷔작이었던 '드림하이'를 언급하며, 그 때 마주했던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게 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욱 생겼다고 고백했습니다.

"제가 그 때는 연기도 처음이었고, 많이 서툴렀기 때문에 욕도 배부르게 먹고 그랬었어요.(웃음)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욕을 해서 많이 서러웠다기보다는, 그 때의 아쉬움이 뭔가 제게 많이 남아서 다음부터는 좀 더 욕심도 생기고 그랬던 것 같고요."


'연기의 맛'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대답도 더해졌습니다.

"아직 연기의 맛이라는 것은 솔직히 모르겠어요"라고 미소를 보인 수지는 "제가 옛날에 어떤 인터뷰에서,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싶다'는 말을 했었더라고요. 예전에 어느 배우 분이 인터뷰에서 '연기가 재밌다'고 하신 말을 보면서 '내가 연기할 때는 그런 재밌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나' 생각해봤었죠. 지금 생각해보니 연기하는 것이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저는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생각하기 전에 그저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이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제가 재밌어 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수지는 전 세대에 걸쳐 폭넓은 팬층을 갖고 있는 스타이기도 하죠. '도리화가' 인터뷰 전 진행됐던 언론시사회 현장에는 수지의 팬들이 모여 시사회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에 커피 한 잔씩을 전하며 그를 향한 응원의 마음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현장에 있던 수지의 팬 중에는 배수지의 어머니뻘 되는 나이의 여성 팬도 자리했었죠. 당시 그 팬에게 '수지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 것이냐'고 물었는데, "그냥, 수지라는 완전체가 다 좋다"는 답을 들으며 놀랐었던 기억도 남아있습니다.

또 '도리화가' 속에서도 신재효 역의 류승룡이 수지가 연기한 채선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대사를 하기도 하죠. 극 중 캐릭터뿐만이 아닌, 가수 겸 배우 수지에게도 해당되는 말인 듯해 그에게도 이 말을 함께 꺼냈습니다.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수지는 "사실 저도 늘 궁금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죠.

"제 입장에서 얘기를 드리면, 제 직업이 이렇게 대중의 관심 속에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인기가 많은 것) 중요하다면 중요한 것이지만, 내가 뭐기에…. 저는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를 좋아해주신다고 하면, 그냥 늘 궁금한 것 같아요. 정말 오랫동안 계속 꾸준히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고, 제가 얼굴과 이름까지 다 아는 이런 분들도 많이 있죠. 멀리서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냥 정말 감사해요. 저는 제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 뿐인데, 그 모습들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그냥 저도 더 열심히 할 일을 하려고 하고 있죠."

지금도 여전히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수지는, 당시 20대 초반의 나이로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즐거움을 온전히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아쉬운 마음도 털어놓았습니다.

"포장마차가 그렇게 가고 싶더라고요"라며 눈을 빛낸 수지는 "퓨전 포장마차 말고, 정말 길에 있는 포장마차를 가고 싶은데 주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 찾아가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실패했습니다"라고 다시 한 번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수지의 목소리 톤이 가장 높이 올라간 때이기도 했죠.


2010년 데뷔 후 지난 해 10주년을 맞았던 수지는 지난 달 언택트 팬서트로 10년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글로벌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수지는 "올해로 데뷔한지 11년차가 됐다. 팬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 덕분에 한 계단 성장할 수 있었고,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었죠.

팬들 사이에서 '천상 연예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수지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자신을 향한 모든 관심들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마주해오고 있습니다. 17세에 연예계 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올해 28세로,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조금씩 더 성숙해지는 모습으로 대중과 계속 소통해가고 있죠.

지금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연예계의 이 일들을 누구보다 즐길 줄 안다는 것,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되 또 스스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 일로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는 수지의 활약은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어느 분야에서든 앞으로도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영화 스틸컷, 매니지먼트 숲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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