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아직 충분히 보여줄 게 남았다고 생각해요. 한 번만이라도 테스트 봐보자 연락이 왔으면 좋겠어요. 테스트를 준비하는 사나흘조차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지난해 트레이드로 KIA 타이거즈에서 LG 트윈스로 팀을 옮긴 정용운은 어깨 부상 탓에 시즌을 온전히 치르지 못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시간을 재활로 다 써버린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절치부심 준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옆구리가 찢어지는 부상으로 호주행이 불발됐다. 다행히 개막일에 컨디션을 맞춘 정용운은 퓨처스리그 19경기 평균자책점 2.79의 성적을 남겼다. 선발, 구원, 롱릴리프까지, 그는 '시키는 대로 다 했던' 투수였다. 아프지 않고 던졌고, 퓨처스에서나마 풀타임을 소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정용운은 시즌이 끝난 후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비로소 건강하고, 방법을 깨닫고, 해볼 만 하다고 느꼈던 시점에서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팀을 옮기고 1군에서 처음 친정팀 KIA를 상대한 8월, 아쉬웠던 네 타자와의 승부가 그렇게 정용운의 마지막 1군 등판이 됐다. 2009년 KIA의 2차 2라운드 상위 지명을 받은 스무 살의 영건은 이제 12년 차 투수이자 가장으로 아내와 두 아이를 책임져야 했다. 12년 만에 처음 겪는 방출에 복잡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용운은 "예상은 했지만 설마 했다. 2군에서 나름대로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방출되면서 마음이 좋지 않더라.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싶었다. 나 혼자라면 상관이 없는데 아내와 아이 둘이 있다. 아기들도 18개월, 100일 남짓으로 어리다. 막막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야구에 대한 미련과 현실적인 부분이 충돌했고, 주변에서도 '기다려보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위로와 '다른 일을 1년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 맞섰다.
고민을 거듭한 정용운은 "아직은 야구를 포기할 수 없다. 후회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실적이었던 아내도 '할 수 있는데 까진 해보라'고 지지했다. 그렇게 개인 운동을 준비하던 차에 동료 이우찬의 연락을 받았고, 광주에 가족들을 두고 김재성, 백남원과 함께 구리시에 위치한 야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까지 겹치며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 칼바람이 부는 날씨 속에서 의지할 곳은 동료들과의 시간, 그리고 스스로 품고 있는 희망과 절실함 뿐이다.
정용운은 "지금 몸 상태는 좋다. 플랫 피칭까지 하고 있고, 연락만 온다면 언제든지 테스트를 볼 수 있게 마쳐놓은 상태"라며 "몸이 아프면 '여기까진가 보다' 할 텐데 그게 아니니까 놓을 수가 없는 거다. 다른 일을 하더라도 후회가 남을 것 같다. 1년 만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연락만 오길 기다리고 있다. 서른하나가 많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아직 한창이라고 생각하고, 시켜주면 시켜주시는 대로 다 할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유난히 추운 겨울, 절실하고 애달픈 마음에도 정용운이 할 수 있는 것은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 그 뿐이다. 그는 "살면서 야구가 다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야구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내 자신이 야구에 대한 끈을 놓는 것을 허락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다. 끝낼 때 끝내더라도 아직은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고생하는 아내에게도 항상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첫째 아이에게는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걸 보여주고 끝내고 싶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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