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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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배우, 혼자 가는 길 아냐…마음 다치지 않았으면"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20.11.22 07:20 / 기사수정 2020.11.22 02:14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정은이 연기 동료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이정은은 12일 개봉한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에 출연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 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 이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고 홀로 조용히 지내는 섬마을 주민 순천댁 역을 연기했다.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 역을 통해 이정은은 몸짓과 표정만으로도 감정을 전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이정은은 "찍고 있는 동안에는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었죠. 시나리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대사가 없는 역할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라고 '내가 죽던 날'과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이어 "그동안에는 언어를 통해 캐릭터를 보이게 하는 역할들을 많이 해왔었는데, 어느 날은 대사가 굉장히 지겹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로 자꾸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으면 배우로서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이 시나리오가 왔고, 저 나름대로 여러 실험을 해봤는데,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얘기했다.


영화 '옥자'의 돼지 소리, '미스터 주'의 고릴라 소리 등 목소리 연기에서 다양한 음색들을 많이 들려줬던 이정은이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이정은은 "어떻게 하면 더 절실한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녹음실에 들어가서 6~7시간을 공들이다보니 그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오더라"며 만족했다.

지난 해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지나, 올 한 해에도 드라마 '반의반',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이어 영화 '미스터 주:사라진 VIP'와 '용길이네 곱창집', '내가 죽던 날'로 관객들을 만났다.

'기생충' 이후 높아진 관심 속 할리우드 러브콜도 받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현재 촬영 중인 JTBC 드라마 '로스쿨'과 개봉을 앞둔 영화 '자산어보'까지 쉼 없는 활동이 계속될 예정이다.

"찾아주시는 부분이 많아졌죠. 그런데 굉장히 부담스럽더라고요"라며 너스레를 떤 이정은은 "매니저님과도 솔직하게 얘기하곤 해요. '실력도 없는데 거품만 많이 끼어서 어떡하냐'고요. 그래도 제가 이렇게 연기를 정말 좋아하고, 또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배우에겐 정말 큰 행운이죠. 그만큼 책임이 많이 따르니까,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라고 속내를 전했다.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왔지만, 어머니가 물려주신 튼튼한 두 다리와 체력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웃음 지은 이정은은 "가장 바쁠 때 정신은 맑아지더라고요"라며 끊임없이 다잡고 있는 마음을 밝혔다.


오랜 기다림 속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기까지, 누구보다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쳐 왔던 그다. 이정은은 연기를 하며 자신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을 동료, 후배 배우들에게 "연기를 계속 하면서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일을 하다 멈추고 '나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보다, 그냥 계속 하면서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고민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니까요"라고 말한 이정은은 "정말 동료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제게는 주위의 좋았던 선배님들이 많았거든요. 돌아가신 김영일 선배님과 정혜선 선배님이 하셨던 말씀이, 배우가 배우 혼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사람 운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동료애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면서도 같은 작업자에 대한 동질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을 많이 보시더라고요. 연기 생활을 하다보면 무명이 길어질 때도 있고, 그럼 생활고도 생기겠죠. 집안에서의 압박도 있을 것이고요. 그것이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동료애가 필요한 부분이죠."

자신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진심어린 마음을 꺼내놓은 이정은은 "혼자 외로워지면 외골수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같이 만들어가는 작업이라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 생각해요. 또 고민이 있을 때 의논할 상대가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주위에 마음을 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저희 배우들은,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죠"라고 말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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