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Vol.2) 각기 다른 영화 속 세 명의 주인공이 그들의 판타지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상상 속 달짝지근한 판타지가 현실을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Editor 양지원
감독/ 가스 제닝스 출연/ 빌 밀너, 윌 폴터
1. 소년기 男-<나의 판타스틱 데뷔작>(2007)
여기 영화를 만들며 자신들의 판타지를 실현하려는 두 명의 꼬마 이야기를 그린 영화<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이 있다. 주인공 윌은 수업 시간에 교실 밖을 나와 있다가 사고뭉치 리 카터를 만나고, 카터의 꾐에 넘어가 강제적으로“나도 영화감독”에 낼 영화를 찍는 프로젝트의 스턴트맨으로 참가한다.
한 번도 비디오를 보지 못한 윌은 우연히 카터의 집에서 <람보>를 보게 된다. ‘상대는 게릴라전의 전문가이자 총칼과 맨손의 무법자이며, 그 어떤 고통도 거뜬히 털고 일어나는 잡초 같은 사내죠.’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불끈불끈 근육을 뽐내며 총을 들고, 선의를 위해 악한 것도 서슴지 않는 람보의 모습은 윌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윌은 영화를 본 이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거침없이 내뱉는다. “두두두두-두두두” 람보의 매력에 푹 빠진 윌은‘람보의 아들’로 자청하고, 카터와 함께 자신의 노트에 그려진 상상 속에만 있던 이야기들을 현실로 끌고 와 영화 속에서 몸바쳐 액션을 펼친다.
이들의 데뷔는 판타스틱하게 끝날까? 애들 이야기라며 콧방귀 낀 당신도 일단 한번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순수함으로 무장한 두 명의 주인공은 당신의 마음 한편에 잠자고 있던 어릴 적 판타지를 깨워줄 테니.
감독/ 이성한 출연/ 정우
2. 사춘기 男-<바람(WISH)>(2009)
이성한 감독의 영화<바람(WISH)>은 주인공 짱구 역을 맡은 정우의 학창시절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지나치게 스타일리쉬한 폭력을 구사하거나 지나치게 낯선 세계를 구축하는 일군의 학원물과 달리 부산지역 불량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실제에 가깝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열여덟 남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주인공 짱구는 우등생보다는 우두머리, 얼짱보다는 싸움짱이 되고 싶었다. 주먹도 좀 되고, 깡도 좀 되고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빠지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알아갈 무렵 학교폭력 가담을 이유로 짱구 일행은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다.
짱구는 가까스로 정학만은 면하지만,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교내 불법서클 ‘몬스터’의 유혹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혹에 못 이겨 몬스터의 후광을 업고 예쁜 여자 친구도 얻게 된 짱구. 쪽팔리지 않고 싶었던 열여덟 짱구는 바람대로 폼 나는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을까?
겉으로는 센 척하지만, 속으론 겁을 내는 주인공 짱구의 캐릭터와 독백 형식의 연출은 남자라서 참아야 하고 남자라서 폼 나야 하는 남성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머러스하게 꼬집는다. “그라믄 안 돼~ 정상 아들한테 쳐 밟히고 다니고 그렇게 해서는 안 돼~.” 우리는 늘 영웅을 꿈꿨다.
감독/ 노영석 출연/ 송삼동, 육상엽, 김강희
3. 20대 男-<낮술>(2008)
진짜 리얼이다. 뭐가 리얼이냐고? 영화의 첫 장면의 술자리부터 진짜 당신과 친구들의 술자리를 보고 있는 것마냥 느껴진다는 거다. 영화<낮술>은 정말 불편한 상황이란 불편한 상황은 다 만들어낸다. 여자친구와의 이별, 터지지 않는 핸드폰, 오지 않는 친구들, 이상한 여자, 그리고 더 이상한 남자.
스토리는 한두 번 꼬이는 것을 넘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이런 황당한 사건 속에도 리얼함은 살아있다. 그리고 술이 있는 곳에 사연이 빠질 수 없듯이 그 반전이 있는 사연에는 늘 술이 함께한다. 낮술은 젊은이들이 보내는 시간과 너무나 닮아있다. 성장은 멀기만 하고, 하루하루는 실수투성이에 내일도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고달프지만 눈부신 이 청춘의 시간은 언젠가는 그들을 어른으로 만드는 소중한 자양분이 된다. 때로는 그렇게 지나간 젊음의 시간이 방황과 후회투성이일지라도 그것마저 사랑스러운 이유는 지나고 나면 문득 깨닫게 되는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속에 나오는 우리가 꿈꿔 봄 직한 판타지(하나, 우연히 혼자 떠나게 되는 여행에서 만나게 된 낯선 여자. 둘, 낯선 여자와 마시게 되는 술. 셋,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소주의 맛)가 궁금하다면 일단 보고 나서 얘기하자. 보고 있노라면 당신도 낮술 한잔 당길 테니. 훌쩍 떠나고 싶어질지도 모르고. 그게 바로 판타지의 힘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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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양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