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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선수로 뛰고 싶다"…'스멥' 송경호, 아직 꺼지지 않은 열정 [인터뷰]

기사입력 2020.10.16 13:00

이덕행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95년생 8년 차 프로게이머. 함께 뛰었던 많은 선수들은 이미 은퇴를 선언한 경우도 많다. 스멥' 송경호는 여전히 프로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엑스포츠뉴스는 지난달 24일 '스맵' 송경호와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2020 월드 챔피언십' 선발전을 마치고 휴가까지 다녀온 송경호는 쾌활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즌 중에 못 했던 것들을 하고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푹 쉬었어요. 특히 이지훈 단장님을 오랜만에 만났어요. 프로게이머 이전에 인생 선배로서 인생의 조언들, 미래에 대한 조언들을 들었어요"

송경호의 이번 시즌이 더욱 특별한 것은 스프링 시즌을 통째로 쉬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9 시즌을 마치고 KT와 계약을 해지한 송경호는 스프링 시즌을 통째로 쉰 뒤 서머 시즌 다시 KT로 복귀했다. 

"저도 두려움은 많았어요. 저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고 사람들의 시선도 두려웠어요. 결국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먹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목표를 세웠어요. 고되게 계속하다 보니 그런 두려움도 잘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친정팀에 복귀했지만 송경호가 탑에 무혈입성한 것은 아니었다. 스프링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소환' 김준영이 탑 라인에 버티고 있었고 송경호는 김준영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하며 시즌을 보냈다.

"(김준영은) 사람이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라 서로 맞추는 게  힘들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이 나갈 수 있는 것이 당연하고 경쟁은 의식하지 않았어요. 나만 잘하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했어요. '소환' 선수와 교체하며 경기에 출전할 때는 제가 뭐가 부족한지 고민했어요.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단점을 찾아내는 데 주력했어요. 팀 적으로 봤을 때는 팀 파이트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자꾸 운영을 하려고 하고 자그마한 스노우볼을 굴리려고 했던 게 문제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라인전 능력이 제 단점이었던 것 같아요"

송경호가 합류한 KT 롤스터는 서머 시즌을 6위로 마감했다. 앞선 스프링 시즌에서 4위를 기록했던 KT는 '롤드컵' 선발전에 진출했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0대3으로 패배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선발전을 준비할 시간도 많았고 준비 과정도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기를 들어가니 준비한 것들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제가 잘 해줬어야 했는데 제가 못하고 정신을 못 차려서 굉장히 아쉬웠어요. 서머 끝나고 선발전을 준비하는 기간이 이번 시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갈 수 있을까'라는 확신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래도 계속 '할 수 있다' '롤드컵 갈 수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이번 시즌을 돌아보면 처음 출전했던 한화생명 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되게 잘해서 POG를 받았거든요.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플레이오프를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2라운드 아프리카 프릭스 전이에요. 진 것도 아쉽지만 경기 내용도 지면 안되는 흐름으로 갔었거든요. 그런데 팀적으로 아쉬운 움직임이 나왔어요. 팀적으로 잘 움직였으면 무조건 이겼을 텐데 두 게임 모두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또 그 부분이 선발전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팀이 아쉽게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송경호는 "개인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시즌"이라며 서머 시즌을 총평했다.

"어떻게 보면 도전이었잖아요. '후회 없이 열심히 하자'가 목표였는데 목표와 근접하게 잘 해낸 것 같아요. 열심히 한 만큼에 비해 팀적인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은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자신은 아쉽게 롤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LCK를 대표해 롤드컵에 나선 동료 선수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이번에는 감히 LCK가 우승할 것 같다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담원은 그냥 잘할 것 같아요. DRX와 젠지에는 좋아하는 선수들이 있어서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예전에 제가 롤드컵을 못 나갔을 때는 'LCK가 못했으면 좋겠다. 내가 나가면 잘할 테니까'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응원하게 되네요. 아, LGD도 잘할 것 같아요. 왕호('피넛')가 앓는 소리를 했지만 잘하는 친구니까 LGD까지 네 팀을 응원하겠습니다"

'LCK 탑라이너 최초 펜타킬' 'LCK 탑라이너 최초 1000킬' 등의 기록을 보유한 송경호는 라인전부터 찍어누르는 파괴적인 모습으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시즌에도 솔로랭크 순위를 한 자리까지 올리는 등 여전한 피지컬을 자랑했으나 유독 경기에서는 팀적인 플레이에 중점을 맞추는 모습으로 플레이스타일의 변화를 줬다.

"프로게이머를 오래 하다 보면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리스크 있는 플레이를 잘하지 않으려 하고 안정적인 플레이 위주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성향이 돼버린 것 같아요. 오랫동안 그렇게 하다보니 플레이 스타일이 변한 것 같아요. 17년도에서 18년도로 넘어갈 때 조금 고집을 내려놓은 것 같다. 그때를 기점으로 공격성을 내려놓고 안정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물적인 감각으로 절묘한 킬각을 보며 한때 '솔로킬 머신'으로도 불렸던 송경호는 경험이 쌓이면서 감각보다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움직이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다른 선수들에게 배울 건 배우겠다는 유연한 자세도 보였다.

"제가 생각한 그림대로 잘 안됐을 때 가장 크게 느껴요. 또 예전에는 본능적으로 상황을 풀어 갔는데 지금은 본능이 줄어들고 설계하지 않으면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설계에 없던 공격을 맞으면 너무 쉽게 당할 때 예전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어린 선수들이 본능적으로 플레이하는  게 눈에 보일 때 그런 게 느껴져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그 선수들 것을 유하게 배우면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싶어요. '오래됐으니 내 것만 고집하겠다'보다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서머 시즌을 뛰어본 송경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로는 '너구리' 장하권과 '칸나' 김창동을 꼽았다. 

"'너구리' 장하권 선수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예전부터 라인전이 강하고 무력이 강한 선수라는 것은 알았는데 이제는 팀적인 호흡까지 좋아지며 완성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전처럼 불안정한 상황도 별로 보이지 않고 그냥 최고로 잘하는 것 같아요. '칸나' 김창동 선수 역시 인상 깊었어요. 신인임에도 팀의 에이스가 됐는데 힘든 포지션임에도 잘해준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송경호는 서포터로도 출전해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투신' 박종익이 장염으로 경기를 1라운드 DRX전을 결장하게 돼자 송경호가 대신 출전한 것이다. 탑과 서포터.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수도 있는 포지션이지만 송경호는 의외의 기량을 선보이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투신' 선수가 갑자기 아파서 어쩔 수 없이 경기를 다른 선수가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됐어요. 연습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결국 제가 하게 됐어요. 제가 잘 못하지만 팀원들이 기운을 계속 북돋아줬어요. 그날은 그런 팀적인 에너지로 이긴 게 아닌가 싶어요"

선발전 종료 직후 개인방송을 진행한 KT 강동훈 감독에 따르면, 박종익을 제외하고도 많은 선수들이 시즌 내내 건강 문제로 고생했다. 송경호 역시 시즌 중 감기에 걸리며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 번 정도 감기에 걸렸었나 굉장히 아팠어요. 코로나19 때문에 괜히 열난다고하니 열난다고하니 아프지도 않은데 심리적으로 아픈 것 같다는 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막 힘들지는 않았어요. 원래는 관리 같은 것을 하지 않았는데 아프고 나니 관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특별한 건 없지만 '언제고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사니 어느 정도는 예방이 되는 것 같아요"

어느덧 8년 차에 접어든 송경호는 오랜 연차만큼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듣기 좋은 별명으로는 자신의 솔로랭크 아이디이기도한 '춘봉박'을 꼽았다. 친근하고 좋은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선수 입장에서 모든 별명이 듣기에 좋은 것은 아니다. 송경호의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 조롱의 별명이 있었지만 송경호는 실력으로 이를 칭찬으로 바꿔버렸다. 오히려 송경호는 "이제는 좋은 별명이든 나쁜 별명이든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상태가 됐어요. 이제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며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사한 사례는 이번 시즌에도 있었다. 송경호가 애용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LCK 공식 스폰서로 들어오고 송경호가 출전한 날 소환사의 협곡에 해당 브랜드의 로고가 걸리면서 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저는 (해당 브랜드가 새겨진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한 선수가 준비하는 시간에 귓말로 바텀 1차에 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바텀 1차 타워를 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벌레들을 말하는 건가?' 싶었어요. 이틀 정도 지나고 나서야 그 브랜드가 눈에 보였어요. 그 얘기를 한 거구나 싶어서 재미있게 넘겼어요"

95년생인 송경호는 어느덧 선수 이후의 삶을 고려해야 하는 시기에 놓여있다. 실제로 프로 생활을 했던 동갑내기 선수들 가운데에는 해설과 코치, 개인 방송 등 다양한 분야로 진로를 돌린 선수들이 많이 있다. 스멥 역시 "진로에 대해 고민해봤다"면서도 다음 시즌 역시 프로로 뛰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솔직히 생각할 수밖에 없죠. 서머 시즌 복귀 전까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코치와 해설 등 다양한 진로에 대해 약간의 고민을 했어요. 군대 갔다와서는 어느 쪽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확답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서머 시즌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래도 내년에는 프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송경호는 서머 시즌 팀에 합류한 자신을 배려해준 구단과 프런트, 팀 동료들과 돌아온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서머 시즌에 늦게 합류하면서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는데 잘 받아주고 편하게 해줘서 팀원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또 편하게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도 감사드려요.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들 잘했으면 좋겠고 잘 됐으면 좋겠어요. 팬들에게도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경기장에서 뵙질 못하니 너무 아쉽더라고요. 하루빨리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만나지 못했지만 응원은 정말 많이 느껴졌어요. 너무 감사드리고 내년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KT 롤스터
 

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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