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1.13 20:28 / 기사수정 2007.11.13 20:28
[엑스포츠뉴스 = 양승범 기자] 매년 K리그의 개막이 임박하면 각 구단의 홈페이지는 입단을 희망하는 문의 글로 홍역을 치르곤 한다. 그들은 대게 연습생 출신으로 K리그 최고의 측면수비수로 올라선 '제2의 장학영'을 꿈꾸는 이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설령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현 제도 아래에서는 K리그 구단에 입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06년부터 K리그에 입문하는 모든 선수들은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 이번에도 291명의 지원자가 드래프트에 지원, 오는 11월 15일 K리그 구단의 지명을 기다리게 된다.
2001년 신인선수 선발 때까지 존재하던 드래프트 제도는 이듬해를 맞아 폐지되었다. 선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 그러나 자유계약제는 채 5년을 가지 못하고 지난 2006년 선수선발 때부터 드래프트제가 다시 부활하기에 이른다.
게다가 2006년 드래프트에 한해 한시적으로 유지되던 '우선선발'제도 역시 2007년을 기점으로 폐지, 현재 신인을 선발하는 K리그 구단은 선수 선발을 전적으로 ‘운’에 맡겨야 하는 현실에 처하게 되었다.
프로축구연맹은 드래프트제를 부활하게 된 명분은 '선수단 운영비 감축'. K리그 선수들의 연봉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구단의 운영이 해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인 시각일 뿐 근본적인 해결 대책이 될 수 없다. 드래프트제 하에서 신인선수의 연봉을 제한할 수 있다면, 자유계약제 아래에서도 충분히 신인선수의 과다한 연봉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 이렇듯 잘못된 문제 인식에서 시작된 드래프트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드래프트제는 선수가 원하는 팀을 고를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면서 선수 개인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선수와 팀의 스타일이 서로 맞지 않을 때 해당 선수의 경기력은 충분히 발휘될 수 없다는 것은 축구팬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드래프트제 하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드래프트에 지원,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무조건 해당 팀과 입단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 이를 거부하고 지명한 팀과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5년간 K리그에서 뛸 수 없게 된다. 지명을 받은 선수는 해당 팀과 맞지 않는다고 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해야 한다.
구단 역시 드래프트제 탓에 피해를 보고 있다. 매년 연말에 시행되는 드래프트제도 이외에는 K리그 경험이 없는 신인 선수를 수혈할 수 없기 때문. 시즌 중 내셔널리그나 대학리그에 즉시 전력감 선수를 발견했다 해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게다가 드래프트제 하에서는 각 구단이 원하는 선수를 뽑을 수 없어 선수 구성을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드래프트제의 진행 방식상 팀의 전술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선수를 미리 점찍어 두더라도 해당 선수를 뽑을 수 없기 때문. 때로는 원치 않는 선수를 어쩔 수 없이 뽑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
또한, 드래프트제는 어린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전 시티즌의 김호 감독은 "드래프트제 도입으로 어린 유망주 선수들의 프로 무대 경험 기회가 차단되었다"며 드래프트제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현행 드래프트제 하에서는 만 19세부터 드래프트 참가가 가능하고, 유소년 클럽 출신 선수도 최대 4명까지만 프로 구단에서 우선지명을 할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 김호 감독은 “프로팀의 유소년 클럽일 뿐 대회 참가 등을 볼 때 기존의 학원축구와 다를 것이 없다”며 유망주의 경우 오랜 기간 두고 살펴보아야 좋은 재목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축구잡지 ‘풋볼 위클리’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K리그에서 보고 싶은 것들’중 드래프트 폐지가 2위(33%)를 차지했다. 축구팬들의 여론 역시 드래프트제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프로 진출을 눈앞에 둔 선수들 역시 드래프트제를 피해 내셔널리그나 해외 리그에 진출하고 있다.
구단의 선수 선발의 자유를 가로막고 선수의 구단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드래프트제. 세계의 유수 리그 어디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의 역행하는 제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2007년 시즌을 마치며 리그 출범 25년째를 맞는 지금, 단기적인 처방보다 장기적으로 K리그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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