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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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쓰리로 보는 '돌고 도는 유행' [뉴트로 열풍 ing①]

기사입력 2020.08.14 06:50 / 기사수정 2020.08.13 15:27

최희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신인 혼성 그룹 싹쓰리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가시화된 뉴트로 열풍, 뉴트로는 정말 '갑자기' 나타난 걸까?

싹쓰리는 지난 5월 초 부터 등장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다양한 '부캐(부 캐릭터)'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유산슬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 출구' 등 노래까지 히트시켰다.

이런 가운데, 김태호 PD는 "작년 겨울은 유산슬 덕분에 잘 보냈는데 지금 트로트 가수와 경쟁하기엔 보컬이나 가창력이 밀릴 것 같다"며 "여름을 나기 위해서 장르를 바꿔볼까 한다"고 '여름송'이 실종된 현 가요계 차트를 언급했다.

이에 댄스 중독 유재석은 "차라리 남들이 안 하는 혼성그룹 해보는 건 어떻냐"고 역제안했다. 댄스 그룹 연습생이라는 새로운 부캐가 생긴 상황, 유재석은 이상민과 이지혜, 윤일상, 김성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가수이자 제작자로 1990년대를 장악했던 이상민은 "틈새를 잘 밀고 들어온 것 같다", "이왕에 시작할 거 진짜 세게 가라. 가요계를 끝내버려라"라고 멤버로 이효리와 비를 추천했다. 이에 유재석은 눈을 질끈 감으며 "그들 사이에 내가 있으면 무대를 찢는 게 아니라 내가 찢기겠다"라며 의아해했고, 이상민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유재석은 곧바로 제주행 비행기를 타 이효리를 찾아가 설득했다. 또 이효리와의 만남 후 유재석은 비를 만났고, 비는 "퍼포먼스는 제가 책임질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5월 30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는 드디어 유재석, 이효리, 비 세 사람이 모여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세 사람은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의상으로 모여 기대감을 자아냈다.

어떤 콘셉트로 진행할지에 대해 의논하던 중 뉴트로 이야기가 나왔다. 유재석은 "90년대, 00년대에 곡을 썼던 분한테 곡을 받아보는 건 어떻냐"고 말했다. 이에 이효리는 박문치와 기린을 언급하며 "저 친구들이 요즘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다"고 말했고, 비 또한 "저는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팀 결성을 확정지은 세 사람은 다수의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아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 앨범에 넣을 곡을 결정했다. 또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팀명과 부캐 이름을 추천 받았다. 이때 싹쓰리, 유두래곤, 린다G, 비룡이 탄생했다.


곡, 의상, 콘셉트, 뮤직비디오까지 완벽하게 통일감을 가진 상황, 싹쓰리는 선공개곡으로 '여름안에서'를 공개해 기대감을 폭발시켰다. 이들은 단순히 싹쓰리 활동 준비 뿐만 아니라 박문치, 기린 등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프로듀서와 가수를 알렸다. 특히 2년 전 발매된 블루의 '다운타운베이비'는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역주행 신화를 썼다.

또 싹쓰리는 광희, 소유, 틴탑 등 후배들을 알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효리의 한마디로 엄정화, 제시, 화사의 환불원정대 회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음원 뿐만 아니라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하며 '신인 같지 않은 신인',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싹쓰리는 활동을 통해 얻은 모든 수익을 기부했다.

사전에 따르면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싹쓰리가 엄청난 화제를 모으면서 '뉴트로'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지만 싹쓰리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단순히 유재석·이효리·비 세 사람이 모였기에 가능했다고 하기도 어렵다. 물론 세 사람의 유명세와 파급력은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첫째로 싹쓰리는 트렌드를 잘 파악했다. 특히 이효리는 활발히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젊은 층에게 어떤 음악이 인기가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또 프로듀서와 가수, 그들의 곡명까지 언급했다. 유재석과 비가 레트로 감성을 이야기할 때도 이효리는 정확히 뉴트로라고 말했다. 싹쓰리는 곡의 멜로디부터 가사, 스타일링, 뮤직비디오까지 섬세하게 신경쓰며 전 연령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뉴트로 감성을 자극했다.

또 '부캐'의 유행도 한 몫 했다. 유재석은 이미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산슬, 닭터유, 유고스타 등의 부캐로 세계관을 구축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신영 또한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로 활발하게 활동할 만큼 부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대단한 가운데, 이효리와 비, 광희까지 확실한 캐릭터가 있는 린다G, 비룡, 수발놈으로 거듭나 부캐로서의 매력을 뽐냈다.

둘째는 현 가요계의 빈틈, 혼성 그룹의 부재다.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은 혼성그룹을 손에 꼽을 정도다. 팬덤의 변화와 수익 등의 이유로 혼성그룹이 없는 상황에 전 연령층에게 사랑 받는 유재석, 이효리, 비가 모였기에 궁금증과 기대를 더욱 자극했다. 또한 이상민과 윤일상, 이지혜가 말했던 것처럼 혼성그룹의 곡은 여성, 남성이 모두 부를 수 있는 음역대로 제작되기에 시간이 지나도 애창곡으로 꼽힌다.

혼성 그룹의 원조 코요태까지 싹쓰리의 인기에 힘입어 활동을 재개했다. 코요태는 지난 7월 19일 UP의 '바다'를 리메이크해 뉴트로 열풍에 불을 지폈다. 지난 2일에는 싹쓰리 신곡 후보곡이자 주영훈의 곡 '아하'로 컴백했다.

셋째는 뉴트로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음악 뿐만 아니라 패션을 봐도 알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90년대 풍 옷들이 요즘은 유행이다. 크롭톱, 통이 넓은 바지, 오버롤, 버킷햇 등이 그 예다. 촌스럽다가 아니라 힙한 게 됐다.

또 JTBC '슈가맨', SBS 스브스 채널 '문명특급'의 '숨듣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슈가맨'에서는 대중에게 잊힌 가수가 오랜만에 얼굴을 비춘 후 과거의 노래를 부른다. 연령을 불문하고 모두가 향수에 잠긴다. 태사자, 양준일, 씨야처럼 단순히 녹화 한 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오해를 풀거나 재결합, 복귀하기도 했다.

'숨듣명'은 '숨어 듣는 명곡'의 준말로, PD 재재가 MC로 나와 '대놓고 듣기엔 민망한 곡이지만 나에게는 명곡인 곡들'을 소개한다. 씨야부터 티아라, 나르샤, 파이브돌스, 써니힐, 남녀공학, 티아라, 틴탑, 유키스가 직접 출연해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특히 비의 '깡' 또한 '숨듣명'에서 먼저 언급됐다. 젊은 층이 많이 활용하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과거 곡들을 재조명,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넷째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계절감이다. 김태호 PD가 말했듯, 지난해 여름에 유행한 곡들은 대부분 발라드였다. 쿨이나 씨스타처럼 '여름 그룹', '여름 송'으로 불리던 것들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19까지 터져 너나할것없이 지친 데다 소통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가운데, 싹쓰리는 콘셉트를 여름 그룹으로 잡았다. 또한, 경쾌하고 중독적인 멜로디, 쉬운 가사가 특징인 '떼창할 수 있는 곡', '여름하면 무조건 생각나는 곡'을 대중에게 내놨다.

소통이 없어진 현실 속에서 싹쓰리는 팀명부터 부캐 이름까지 팬들의 의견을 따랐다. 비록 온라인으로 진행했지만, 싹쓰리는 MBC '음악중심' 데뷔 무대 직전에도 라이브로 소통하며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등 편하고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갔다.

블럭 음악평론가는 엑스포츠뉴스에 "사이먼 레이놀즈가 '레트로 마니아'를 쓴 것이 2014년이며, 원더걸스부터 치스비치까지 과거의 콘셉트를 현재로 가져와서 사용하는 경우가 처음 있거나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구 고령화가 원인일 수도 있고, 콘텐츠 소비층이 실제로 나이가 많아지면서 생기는 일일 수도 있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을 하는 것보다 안정적이고, 그래서 더 매력적인 콘셉트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같은 뉴트로라고 해도 콘텐츠의 양이 많아지면서 어설프게 재현하는 데서 그치는 것과 키치한 포인트, 트렌드를 잡아서 새롭게 선보이는 것 사이 퀄리티 차이가 보인다. '문명특급'의 '숨듣명'이 섬세하면서도 비판적인 덕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것과, 후발주자들이 단순히 과거 영상을 다시 공개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크게 다르다"고 덧붙였다.

([뉴트로 열풍 ing②]에서 계속)

jupiter@xportsnews.com / 사진='놀면 뭐하니?' 공식 인스타그램, MBC 방송화면, KYT 엔터테인먼트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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