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지난 6월 1일,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과 신형민(포항 스틸러스)에게는 정말 잊고 싶은 날이었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꿈을 위해 6개월간 열심히 달렸지만 결국 최종엔트리에 오르지 못해 중도 귀국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갖추고도 동료 선수들에 밀려 아쉽게 고개를 떨궈야 했던 이들은 언젠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겠다며 벼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았다. 4개월 만에 둘은 다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재도약을 노리게 됐다. 비록 전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 체제가 갖춰졌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당당하게 도전에 임하려 한다. 그리고 그 무대는 12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평가전이다.
둘은 모두 도전자의 입장에서 조광래호에 첫 발을 내디뎠다. 월드컵 이후 떠오른 샛별 윤빛가람(경남 FC)이 있는데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겨 이번 한일전에 나서 더욱 자리는 비좁아진 모양새다. 허정무 감독 시절보다 더 혹독한 도전이 이들 앞에 펼쳐진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고개를 떨굴 것만은 아니다. 이번 경기에는 최근 부진에 빠졌다고 판단한 붙박이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광주 상무)가 제외됐다.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공격, 수비 양 면에 걸쳐 자신만이 갖고 있는 무기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면 그만큼 조광래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구자철은 월드컵 이후 더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소속팀 제주의 선두 질주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폭넓은 시야와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세밀한 패스플레이에 능할 뿐 아니라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구자철은 몇 달 사이에 진화한 기량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이번에 대표팀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신형민 역시 마찬가지다.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강한 체력, 파워를 겸비한 탄탄한 수비 능력을 꾸준하게 보여주면서 살림꾼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냈다. 특히 지난 2월 동아시아컵에서 일본의 강한 허리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이며 경쟁력있는 선수임을 확인시켰던 좋은 전력도 갖고 있다. 이번 한일전이 신형민에게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광래 감독이 이들에게 부여한 임무는 딱 하나다. 바로 중원을 장악하는데 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구자철, 신형민 같은 중앙 미드필더들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일본이) 기술적으로 세밀한 패스플레이에 의한 공격이 돋보이는데, 우리가 만약 중원에서 주도권을 내주면 힘든 경기를 할 것이다. 결국 미드필드를 장악하기 위한 경기 운영을 펼칠 것이다"라면서 일본전 미드필더들의 임무를 밝혔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흔들림없이 미드필더 싸움에서 앞서는데 제 몫을 다 해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한일전에 대한 둘의 각오도 남달랐다. 구자철은 "조광래 감독님 부임 후 첫 경기라 아직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다."라면서도 "주어진 시간을 후회없이 보내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대표팀에 적응할 자신은 있다. 얼마만큼 열정적인 모습으로 임하는지 지켜봐주시길 바란다."라는 말로 각오를 밝혔다. 신형민도 "감독님이 바뀌신 이후 첫 승선이다.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라는 짧은 말로 비장한 각오를 대신 전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미드필더에서 살아남기 위한 둘의 새로운 도전은 그렇게 이미 시작됐다.
[사진= 구자철, 신형민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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