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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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 "'슬의생'으로 힐링, 무대의 재미 다시 찾았죠"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0.08.11 09:10 / 기사수정 2020.08.11 23:44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사랑의 설렘과 고통, 상실의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하며 위로와 힐링을 선사한다.

전미도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매력 포인트로 순수함을 언급했다. 

“처음에는 기술이 좋은 배우가 눈에 들어와요. 하지만 진정성을 가진 배우가 이기더라고요. 어느 날 굉장히 순수함을 가진 배우가 오니 진정성을 이기더라고요.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순수함이구나 했는데 우리 작품이 그런 것 같아요. 남녀노소 누가 보더라도 이 작품이 주는 정서를 조금씩은 다 느끼고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21세기 후반 서울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낡은 로봇 전용 아파트에 사는 올리버와 클레어는 예기치 않게 사랑에 빠진다. 두 달밖에 살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반딧불이처럼, 이들의 사랑도 끝은 정해져 있을지언정 누구보다 감성적이고 따뜻하고 로맨틱하다.  

“두 사람이 기억을 지우겠다고 결정한 건 자기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서거든요. 내가 아픈 것보다 상대방이 고통스러워하는 게 마음이 아파서죠. 사람들에게는 보기 힘든 모습이잖아요. 보통은 내가 싫어서 헤어지고 내 감정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니까요.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인 것 같아 참 멋있어요.”

올리버가 기억을 지우지 않은 사실은 그의 애틋한 눈빛과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드러난다. “괜찮을까요”라고 걱정스레 질문하는 클레어에게 올리버는 말한다. “어쩌면요.” 클레어는 과연 기억을 지웠을까. 보는 관객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결말로 여운을 남긴다.

“트라이아웃 공연할 때 대본상으로는 둘 다 기억을 지우지 않는 거였어요. 마지막 런을 돌고 나서 클레어는 지우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고 트라이아웃할 때 기억을 지우는 거로 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운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데 관객분들이 열린 결말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관객분들이 보고 싶은 걸 선택 하는구나 했어요. 저는 기억을 지우는 게 마음에 들어요. 그게 제목에 맞는 것 같거든요. 둘 다 안 지우면 신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우는 게 훨씬 세련되지 않나 싶어요.”

2006년에 뮤지컬 ‘미스터마우스’로 데뷔해 이미 공연계 베테랑 배우였던 전미도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여주인공을 맡아 안방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기존 뮤지컬 팬뿐만 아니라 ‘슬의생’으로 전미도를 알게 된 대중들까지 ‘어쩌면 해피엔딩’에 관심을 갖게 됐다. 티켓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확실히 느끼고 있어요. 공연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여러 번 보신 분들이 꽤 많거든요. 초연과 앙코르를 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거의 다 보신 분들이어서 반응이 점점 없어져요. 두 로봇의 관계를 이미 알고 초반부터 감정에 젖는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웃음소리라든지 처음 보는 분들의 반응이 많아서 확실히 대중분들이 많이 왔다는 걸 느껴요.”

‘라이어’, ‘김종욱 찾기’, ‘사춘기’, ‘신의 아그네스’, ‘영웅’, ‘화려한 휴가’, ‘갈매기’, ‘번지점프를 하다’, ‘벚꽃동산’, ‘베르테르’, ‘맨오브더라만차’, ‘어쩌면 해피엔딩’, ‘스위니 토드’, ‘닥터 지바고’, ‘빠리빵집’ 등 여러 작품에서 활약한 그다.

전미도는 “데뷔할 때는 나의 이런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냥 밥이라도 먹고 살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꿈꾸지도 않았는데 너무 감사해요. 하루하루 또 매번 작품을 제안받을 때마다 기적 같아요. 처음 배우를 꿈꿀 때 생각하면 지금 너무 감사해요. 가끔 공연이 힘들 때도 있고 가기 싫을 때도 있거든요. 대학생 때를 생각하면 눈물겹게 감사한 상황이에요.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해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분장실에서 열정도 재능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사실 일은 하고 있지만 열정이 식은 사람도 많거든요. 그럼 늘 했던 걸 하게 되죠. 열정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뮤지컬 배우로 고민이 많아진 시기에 운명처럼 찾아온 작품이다.

“‘닥터지바고’(2018)가 끝나고 생각이 많아졌어요. 성장이 멈춘 느낌이 들더라고요. 거리를 둬야겠다, 휴식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그해에 공연 스케줄을 다 피했죠. 마침 오디션 제안이 와서 드라마 ‘마더’를 짧게 찍고 영화 ‘변신’을 찍었는데 약간 재밌다고 느낄 때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이 들어왔어요. 잠깐 찍는 것도 재밌겠다 했는데 일이 커졌죠.”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무대에 복귀했다. “무대의 재미를 다시 찾은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다는 건 아닌데 무대에 대한 감사함이라든지 저도 모르게 잊었던 건 있는 것 같아요. 다시 무대에 오니 재밌더라고요. ‘슬의생’ 덕분에 개인적으로 힐링 됐어요. 드라마 현장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낮과 밤이 계속 바뀌는 걸 제외하고는 현장에 계신 분들이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너무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 힐링한 것 같아요. 너무 힘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을 텐데 다행히 다시 빠르게 공연할 수 있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은 사랑스럽잖아요. 재밌는 공연이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저와 공연의 소원해진 관계가 회복된 것 같아요. 공연을 멀리하진 않을 거예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CJ EN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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