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조재윤이 부성애 연기로 빛을 발했고 시청자들도 함께 울었다. 전국 5.1%, 수도권 6.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지난 28일 방영분의 분당 최고 시청률은 7.5%까지 치솟았다.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 이대철(조재윤 분)은 2건의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인물이다. “은혜랑 살고 나서 길거리에 침 한번 뱉은 적이 없어요”라던 진술처럼, 그는 딸 이은혜(이하은)를 위해 헌신하며 착실하게 살아왔지만, 그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부녀의 삶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은혜는 ‘살인자 딸’이란 주홍글씨를 새긴 채 위험한 길바닥 삶을 이어갔고, 이대철은 그 딸을 가슴에 비수처럼 꽂아둔 채 차가운 교도소에서 살아온 것.
하지만 당시 수사가 어딘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 강도창(손현주)이 5년 만에 재수사를 시작했고, 재심이 개시됐다. 그러나 이대철 사건은 경찰과 검찰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한 합동작품이었고, 언론 역시 이를 외면했다. 그리고 재심이 열렸지만, 그 거대한 힘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증인으로 나선 강도창의 진술은 순식간에 ‘객관적인 이성보단 인간적인 감성이 앞서는 형사’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며 신뢰도를 잃었고, 이대철은 살기 위해 스스로 함정에 빠져버렸다.
“윤지선은 안죽였습니다. 하지만 장진수 형사는 제가 죽인 게 맞습니다”라고 고백한 이대철에게 기다렸다는 듯 승자의 미소를 띈 검사. 3차 공판 전 검사는 “우발적 살인은 최고형까지 가지 않습니다”라며 “둘다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감형을 미끼로 회유했다. 이대철은 여기에 속아 넘어갔던 것. “그건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습니까”라는 검사 앞에 이대철은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방송에서 분당 최고 시청률 7.5%를 기록, 최고의 1분을 차지한 장면이었다. 이대철은 결국 패소했고, 원심이 확정됐다.
조작된 현실에 억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 이대철. 그럼에도 “내가 지금껏 바란 거 딱 하나였어요. 딱 한 사람이라도 날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그 목표치가 넘었다며 웃어 보였다. 딸 이은혜가 자신을 믿어주면 그걸로 됐다고 말이다.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던 강도창에겐 이미 죽음을 받아들인 듯, “나 갈게요”라며, 그를 마지막으로 ‘형님’이라 불렀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아는 강도창은 눈물을 쏟아냈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오지혁(장승조) 조차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사형 집행 당일,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죽음 앞에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교도관의 부축에도, 이대철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만큼 휘청거렸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철문 밖에서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마지막을 지켜보던 딸 이은혜였다. “은혜 결혼할 때 손잡고 들어가 주실 거죠?”라는 이대철의 부탁에 강도창은 이은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손 한번 잡아보지 못했지만, 이대철은 그것만으로도 됐다는 듯, 앞만 보고 담담히 걸었다. 강도창과 이은혜, 그리고 시청자들이 함께 숨죽여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었다.
2건의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이대철 역을 맡은 조재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억울함부터 5년 만에 나타나 재심을 하자던 강도창을 향한 원망과 분노, 딸 이은혜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재심을 통해 본 희망,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흔들렸지만 결국 딸을 위해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넘나드는 짙은 호소력이 가슴을 울렸다. 특히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딸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부성은 담담해서 더욱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연기에 영혼을 담았다”, “보는 내내 울었다”, “조재윤의 부성애 연기는 미쳤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던 이유였다.
‘모범형사’는 매주 월, 화 오후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JTBC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