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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프리드킨 감독 "'엑소시스트', 호러영화 아냐…감동과 행복 주고 싶었다"

기사입력 2020.07.15 10:41 / 기사수정 2020.07.16 00:53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엑소시스트'(1973) 등으로 유명한 거장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마스터 클래스를 가졌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집행위원장 신철) '환상영화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11일(한국시간) 온라인 특강을 진행했다. 

프리드킨 감독은 이를 위해 환상영화학교 학생들에게 미리 질문을 받고, 선정도 했다. 특강은 제24회 BIFAN 상영작 다큐멘터리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의 알렉산더 O. 필립 감독이 질문하고, 프리드킨 감독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프리드킨 감독은 "최근에 단선적인 서사의 아시아 영화를 많이 본다"고 했다. 또 아시아 영화에 대해 "(내러티브의) 큰 줄기는 하나로 두고 덜 중요한 요소 몇을 덧붙이는 품격있는 소박함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 할리우드 영화들은 대부분 여러 대의 카메라를 끊임없이 숏을 바꿔서 하는 방식이다. 영화가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정신 산란한 앵글 바꾸기가 됐고 그게 스타일이 돼 세계 감독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우려를 표했다.

프리드킨 감독은 ''엑소시스트'를 통해 관객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랐냐'는 크리스 용린 푸(제작가, 말레이시아) 물음에 "감동과 행복을 느끼기를 바랐다"고 했다.

'엑소시즘은 '엑소시스트' 이후 호러 영화의 메인스트림이 됐는데 새로운 장르(호러)의 개척자가 된 기분이 어떤지'에 관한 김진현 감독(한국)의 질문에 대해서는 "호러 장르에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관객들이 우리가 구축한 인물들을 평범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필립 감독은 "프리드킨 감독은 '엑소시스트'가 호러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조지타운에서 촬영 중인 배우인 엄마와 함께 사는 딸, 초자연적으로 보일 사건을 뒤로 미뤄두고 그 두 인물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안 한다. 초자연적인 사건부터 들이밀고 본다. 관객에게 인물들을 사람으로 받아들일 시간을 안준다"고 얘기했다.

프리드킨 감독은 또 '몇 년씩 걸리는 작품에 관한 관심 유지를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양석영 감독,한국)에 "모든 걸 바쳐서 몰입한다"고 밝혔다.

또 "전념할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어떻게 완수하느냐. 감독은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이고 원하는 완성물을 내기 위해 최선책을 찾는 사람이다. 내 일의 중요성을 의심한 적이 없다. 영화감독의 일이라는 건 하루하루가 모험"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남다른 이력과 화려한 경력을 지녔다. 1939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시절부터 2000편 이상의 TV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이후 영화로 전업, '좋은 시절'(1967)로 데뷔했고 '프렌치 커넥션'(1971)으로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각광받았다. 이후 '엑소시스트'(1973), '마법사'(1977), '광란자'(1980), '리브 앤 다이'(1985), '킬러 조'(2011) 등의 작품에서 화려한 촬영 기교, 뛰어난 구도의 화면, 서스펜스를 조직하는 세련된 스타일, 몰입감을 선사하는 세부묘사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프리드킨 감독은 "이번에 BIFAN에 꼭 오고 싶었다. 북한에도 꼭 가보고 싶다"며 "삶을 이루는 것은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다. 관심 가는 대상을 순수하게 추구하고 관심과 염려의 대상인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작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유명한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를 항상 읽는다며 "프루스트가 누구인지 몰랐는데 결혼한 잔(프랑스 배우 잔 모로)이 원어로 읽고 영어로 번역해 줬는데 마법에 걸린 것 같았고, 작품을 접하면서 내 삶도 풍요로워졌다"고 털어놨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발자취'라는 책도 쓴 그는 "잔이 무심코 안 권했으면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우리네 생에는) 삶을 뒤바꿀 중요한 순간들이 많다"고 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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