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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스' 이동하 "매회 감정 달라져, 새로운 인생을 사는 느낌이죠"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0.06.23 13:51 / 기사수정 2020.06.23 13:53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남자와 여자 단 두 명이서 텅 빈 무대를 가득 채운다. 두 사람은 쉴 틈 없이 대화를 나누고 에너지를 쏟으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배우 이동하는 곽선영, 이진희와 함께 안정적인 호흡과 연기력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든다.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연극 ‘렁스’(Lungs)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이다. 결혼, 연애, 임신, 출산 등 진지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일상에서 한번은 맞닥뜨려야 할 주제를 녹여냈다. 2011년 워싱턴에서 첫 공연한 뒤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필리핀, 홍콩 등에서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 ‘연극열전8’의 첫 번째 작품으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배우 이동하는 대본의 매력에 빠져 출연을 결심했다. 대사만으로 모든 상황을 이해해야 해 힘들기도 했지만, 알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상황이 바뀌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지문이 하나도 없이 말만 바뀌는데 이 상황이 설명되는 것을 보고 저도 어! 하다가 빠져들었어요. 마지막에는 너무 감동 받았어요. 결국 둘이 사랑을 했구나, 너무 좋다 대박이다 싶었죠. 동시에 너무 힘들기도 했어요. 이 말을 왜 했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를 소비한 적도 있고요. 작가를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고 인터뷰도 하고 싶은데 그럴 상황이 안 되고 우리 안에서 왜 이 말을 했을까 이래서 이 말을 했구나 깨달았고 스스로 찾아갔죠. 지문이 있으면 이 말을 왜 하는지 알 텐데 지문이 없으니 보물찾기 하듯 찾아가는 과정이 좋았어요.”

'렁스'는 2인극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최소한의 음악과 신발 소품을 제외하고 장치, 의상의 변화가 없다. 남녀는 20대 후반부터 노년까지 광범위한 시간과 상황을 보내며 치열하게 호흡한다. 100분 동안 퇴장 한번 없이 방대한 대사와 휘몰아치는 감정을 쏟아낸다. 

“부담은 없었어요. 다만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비트를 쪼개서 감정, 상황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시간과 내용이 갑자기 바뀌는데 관객이 온전하게 받아들여질까 궁금증이 있었죠. 다행히 초중반쯤 되면 관객이 따라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빨리 받아들이시는구나 했죠.

대본을 보고 너무 재밌어서 이걸 얼마나 재밌게 만들까 궁금했어요. 글을 해석하면서 왜 이런 말을 할까 머리 아프고 복잡한 건 있었는데 모든 배우들이 재밌고 즐겁게 열심히 연습했죠. 시간을 쪼개 많이 연습하고 모든 걸 공유하면서 맞춰가 합이 잘 맞았죠. 열정이 장난 아니었어요. 무대에서 너무 행복해요. 상대 배역과 감정을 교류하는 걸 순간순간 느낄 때 짜릿하더라고요. 무대에서는 흐르는 공기가 객석에 퍼질 때 배우로서 너무 좋아요.”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조금은 생각이 많은 여자와 그의 연인인 음악가 남자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구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며 죄책감을 애써 떨친다. 여자는 인간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기여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아이가 나무를 심어 숲이라는 지구의 폐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걸기도 한다. 남자는 우린 좋은 사람들이라며,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문제는 우리가 살아있을 때 해결될 것이며 좋은 부모가 될 거라고 독려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우린 좋은 사람일까 끊임없이 노력하고 치열하게 토론하지만 서로에게 상처 주고 할퀴고 밑바닥을 보여줘요. 그런데도 결국엔 떨어지지 못하고요. 미성숙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인생에 큰 사건을 겪으면서 가치관이 흔들리고 생각이 바뀌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성장해나가는 인간의 삶을 담았다고 생각해요. 연인이 될 수도 있고 가족, 친구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 남아있다면 이 인생은 살만하다는 걸 느껴요. 너무 힘들고 괴롭고 여러 가지 사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하다는 거죠.” 

자연 보호를 주제로 한 극은 아니다. 결국은 사랑과 결혼, 임신과 유산, 이별 등을 겪는 평범한 커플의 이야기다. 현실적이다. 남녀는 ‘완벽하게’ 좋은 사람은 아니어도 자신을 돌아보고, 갈등하고 다투고 질문하고 화해하려고 한다. 시행착오는 있을지언정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똑같은 텍스트지만 절대 매번 똑같을 수 없는 작품인 것 같아요. 상황이 매일 달라지고 순간적으로 바뀌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또 달라지거든요. 어느 날은 슬펐다 펑펑 울기도 하고 어느 날은 괴롭기도 해요. 이 남자가 이 여자와 매번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여운이 남아요. 인생을 산 느낌이에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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