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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을 게 없는 마음"…'사라진 시간' 정진영, 33년 차 대배우의 감독 도전장 [엑's 스타]

기사입력 2020.05.21 14:30 / 기사수정 2020.05.21 14:01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17살에 꿨던 감독의 꿈을 57살에 이루게 됐다."

21일 오전 카카오TV 라이브를 통해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정진영 감독과 배우 조진웅이 참석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 조진웅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외지인 부부가 사망하는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형구 역을 연기한다. 

'사라진 시간'은 1988년 연극 '대결'로 데뷔한 이래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온 33년 차 배우 정진영의 영화감독 데뷔작이다. 

이날 정진영은 "감독은 어릴 때 꿈이지만 상당한 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꿈이었다. 사실 포기라는 말이 더 맞았을 것 같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감독님들을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4년 전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와 느낌으로 만들어 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떤 갈증이 있어서 도전했다기보다는 '용기'를 냈다는 생각이 든다. (꿈이었던) 영화 연출을 하지 않았던 건 '망신당하면 어떡하지?' 겁을 냈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도 겁은 난다. 그런데 제 나이가 50대 후반이지 않나. 겁을 냈다가 내 인생이 지나가겠구나 싶었다.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뻔뻔함, 용기를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사라진 시간'은 초보 감독 정진영이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어왔던 이야기면서 동시에 기존 영화 형식과 다른 자유로움이 많은 작품이다. 

정진영은 "사는 게 뭐고 나라는 존재는 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야기를 굉장히 재밌게 만들고 싶어 유머러스한 요소를 많이 넣었다. 또 관객분들이 볼 때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다른 생각을 잘 못하게 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 스토리를 예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기존의 익숙한 내러티브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전에 두 개의 시나리오를 써봤는데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버리고 '사라진 시간'을 새로 썼다며 "이야기 쓸 때부터 기존 영화의 자유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감독으로서 오랜 수련을 한 사람이 아닌 초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잃을 게 별로 없는 마음'이랄까. 이 작품 뒤에 다른 작품이 없을 수도 있으니 자유롭게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닌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주변의 절친한 감독들 몇 분에게만 시나리오를 보여줬다. 조언을 받는다고 고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욕을 먹을 줄 알았더니 의외로 격려를 해줘서 굉장히 큰 힘이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 

현장이 즐거웠다는 정진영은 "제한된 시간이 있어서 신을 고치고 하는 작업에 평균 3시간밖에 못 잤던 것 같다. 잘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닌데 촬영을 준비하고 새로 시작하는 신인 배우들을 미리 연습시키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런데 엄청난 보약을 먹은 것처럼 힘이 나더라. 너무 행복했다"고 떠올렸다. 

조진웅은 선배 배우 정진영과 감독 정진영의 차이에 대해 "포지션의 이동만 있었을 뿐 본질에 대한 느낌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키를 가지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봤다. 감독님이라고 부른 게 너무 자연스러웠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오히려 배우 출신 감독님이라 제가 어디가 가려운지 정확히 잘 알았다. 또 현장의 경험이라는 관록이 있지 않나. 배우를 이해한다는 건 현장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선배님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진영은 "아무래도 (배우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런데 워낙 배우들이 잘 준비해 온다. 모두 훌륭한 전문가들이라 믿고 가면 됐을 뿐"이라며 "디렉션을 할 때 속삭이듯 이야기했던 건 있다. 감정에 대해 크게 이야기하면 스태프들은 배우가 저 감정을 할까 말까 그것만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제가 배우였기에 신경쓸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조진웅의 코멘트는 과분하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끝으로 정진영은 "늙다리 초보 감독의 영화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할 일은 다 끝냈으니 담담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이 돼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한편 '사라진 시간'은 조진웅 외에 배수빈, 차수연, 장원영, 정해균 등이 출연한다. 오는 6월 18일 개봉 예정이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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