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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포르티보의 재정난, 그리고 몰락의 위기

기사입력 2007.02.16 22:42 / 기사수정 2007.02.16 22:42

김명석 기자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가 좀처럼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고 못하고 있다.

당장 시급한 전력 보강도 힘겨운 그들의 모습이다. 숱한 스트라이커 영입건은 소문만 무성했다.

엄밀히 '영입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다. 보디포의 분할 이적료였던 48만 유로를 받지 못한 알라베스 측이 스페인프로축구연맹에 제소를 했고, 연맹 규칙에 의해 미지급된 이적료를 데포르티보가 지불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선수 영입이 불가능했기 때문.

'지불하기 전'이라는 것은 현재 데포르티보의 수중에 돈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데포르티보가 선수들의 1월분 급료를 지급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기사화된 데 이어, 그리고 2월에 주겠다던 클럽 측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자, 선수단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팀내 간판 스타인 두셰르는 "조만간 급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선수들도 어떠한 방법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고, 후안마 역시 "축구에만 집중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듯 데포르티보의 재정난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고작'(?) 48만 유로라는 분할 이적료에 쩔쩔매야 하고, 선수들의 급료를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다. 2년 만에 선수 이적료로만 9000만 유로를 쓰던 2000년 즈음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부분.

팀 성적의 하락과 함께 데포르티보를 찾아온 재정난은 중소클럽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선수들의 부진과, 새로운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를 할 수 없는 것이 맞물리면서 성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이로 인해 유럽대항전에 출전도 무산됐고, 덕분에 수입도 형편없이 떨어졌다. TV중계권과 스폰서 수익금과 그리고 그리 크지 않는 경기장임에도 꽉 들어차지 않는 관중 수익료만 챙기기에도 버거운 형편이다.



△ 데포르티보의 중흥기를 이끌던 렌도이로 구단주 ⓒ Canaldeportivo.com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이 이렇게 커질수록 데포르티보를 대표하던 핵심 선수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전적으로 데포르티보의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데포르티보는 지난겨울 아르벨로아를 깜짝 이적시켰다. 올 시즌 골키퍼 아우아테와 더불어 리그 전 경기에 출장하던 그를 내준 것은 데포르티보에게는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오는 6월 계약이 끝나는 두셰르는 리옹과 계약이 마무리되었다는 보도가 나올 만큼 데포르티보 유니폼을 벗을 것이 확실하고, 카프데빌라 역시도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계약기간 만료가 가까워 재계약 제시를 하고 싶어도, 예전보다 높은 혹은 예전과 비슷한 수준의 주급을 줄 형편이 못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수들을 놔주어야 하는 실정이다.

데포르티보는 우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수들을 팔아서 그 이적료로 구단의 부채 등을 갚아 나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선수들의 이적을 통한 이적료로 클럽의 생명을 이어나갈 수밖에는, 데포르티보에게는 방법이 없다.

안드라데, 콜로치니, 아리스멘디 등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선수들의 이적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대두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러한 해결책은 곧 스타급 선수들은 물론이고 어린 유망주들까지 모두 다른 팀에게 내주어야 하고, 이는 곧 팀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마이너스임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데포르티보는 아만시오 오르테가 現 자라(Zarra) 사장 같은 외부적인 투자자 혹은, 렌도이로를 밀어내고 새로이 구단주가 될 사람을 찾아 나서고 있다.

데포르티보의 열혈 서포터로도 알려져 있던 오르테가(126억 달러, 세계23위)가 떠올랐지만, 축구 쪽에는 투자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데이비드 무어스 現 리버풀 구단주, 모하메드 알-막툼, 그리고 멕시코 기업인 페가소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확실한 내용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인구 25만명의 작은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는 팀에게, 더군다나 세계적인 인지도도 떨어지는 팀에게 투자할 투자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 열렸던 클럽 재정상황 리포트를 위한 소시오들과의 미팅에서 발표된 데포르티보의 빚은 총 1억 4620만 유로였고, 이중 25%인 3,580만 유로가 단기부채였다. 그리고 데포르티보의 부채와 구단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데포르티보를 인수하기 위한 인수자금은 6,562만 유로 정도로 책정이 되고 있는 상황.

데포르티보는 그들을 구제해줄 '영웅'이 하루빨리 절실하다. 



△ 하비에르 아리스멘디 ⓒ Marca.com

이미 지난여름, 16명을 새로이 영입하면서 렌도이로 구단주의 세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어쩌면 불가피하게 시작을 당한 것일지도 모른다. 주전들의 노쇠화가 문제였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Babydepor'라는 닉네임을 얻고 더 젊어 졌다지만, 다른 클럽들의 2군에서 뛰던 혹은 그 이하 팀에서 뛰던 선수들을 자유계약으로 겨우 영입해왔다.

검증된 이름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던 다른 클럽과는 달리, 데포르티보는 그 반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한 때 리그 9경기 동안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는 등 깊은 수렁에 빠지며 다른 팀들과의 경쟁에서 철저하게 뒤처져버렸다.

날이 갈수록 데포르티보라는 이름은 축구팬들에게 잊혀 가고 있다.

몇백, 몇천만 유로가 왔다갔다하는 유럽축구의 이적시장 속에,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신흥강호라던 데포르티보가 자유계약으로 풀린 선수들을 찾아 나서야 하고, 십만 단위의 이적료에 쩔쩔매고 선수들과의 재계약도 쉽사리 못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을 숨길 수가 없다.  

다시금, 데포르티보가 유럽대항전에서 맹위를 떨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그저 막연한 바람일 뿐일까.



김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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