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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기자단]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는 카펠로호의 운명은?

기사입력 2010.08.13 13:19

엑츠기자단 기자

[엑스포츠뉴스=엑츠기자단 박시인]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새롭게 비상할 채비를 갖췄다.

잉글랜드는 12일 (이하 한국시간)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헝가리와의 평가전에서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실패를 겪은 이후 첫 번째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잉글랜드는 다음달 열리는 유로 2012 예선을 앞두고, 기분 좋은 행보를 이어나갔다. 특히 오늘 경기를 통해 새롭게 달라진 카펠로호를 진단해봤다.

처참한 실패를 겪었던 월드컵

유로 2008 본선 진출 실패로 큰 충격을 받은 잉글랜드는 '우승 제조기' 카펠로 감독을 영입해 새로운 도약을 꿈꿨다. 카펠로 감독 체제 이후 잉글랜드는 승승장구했다. 유럽 예선에서 크로아티아를 4-1, 5-1로 대파하는 등 압도적인 포스로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에 확정지어 44년 만에 월드컵 우승이라는 꿈에 다가서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좀처럼 전진하지 못했다. 월드컵 직전에 열린 멕시코, 일본, 이집트와의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노출해 우려를 낳았고, 결국 부풀었던 꿈은 산산조각났다. 

리그 일정을 마치고 팀 훈련에 합류한 선수들의 컨디션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카펠로 감독 역시 월드컵 실패 원인에 체력 저하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결국 대부분의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창의성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고, 공격 전술은 매우 단조로웠다.

또한, 전체적으로 팀 스피드가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상대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장면이라곤 미국전에서 전반 3분에 터진 헤스키 - 제라드의 합작품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믿었던 루니가 4경기 동안 단 한 차례도 골망을 흔들지 못하자 득점력 빈곤에 시달려야 했다. ‘미들라이커’ 램파드는 상당히 많은 슈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배리는 기동력에서 큰 문제를 보이며 중원을 지탱하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들과 중앙 미드필더들이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하면 측면에서 물꼬를 틀어야 했지만 레논, 라이트 필립스마저 평소만큼의 광속 스피드에 이은 돌파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팀은 전체적으로 엇박자를 드러냈다. 시먼 골키퍼 이후 믿음직한 골키퍼 부재를 시달렸던 불안감은 첫 경기 미국전부터 터져나왔다.

그린 골키퍼의 어설픈 선방 미스로 승점 1점에 만족한 잉글랜드는 약체로 분류되던 알제리에마저 0-0무승부라는 망신을 당했다. 결정적인 기회를 한 차례도 만들지 못한데다 볼 점유율에서조차 47-53으로 열세를 보이며 졸전을 거듭했고, 경기장을 찾은 자국 팬으로부터 극심한 야유를 받는 사태에 이르렀다. 

팀 분위기도 최악이었다. 루니는 알제리전 이후 카메라를 향해 "열정적으로 야유를 보내 준 팬들께 고맙다"며 조롱 섞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감독에게 전할 의견이 있다. 비록 감독이 듣기 싫다고 해도 우리는 말해야겠다.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라는 발언으로 팀 분위기를 망쳐놨다.

두 선수 모두 급하게 사과하며 사태를 진압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팀 분위기를 회복할 수 없었다. 슬로베니아전에서 데포의 골로 간신히 16강에 오른 잉글랜드는 16강에서 라이벌 독일에 1-4 참패라는 치욕을 안고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세대교체로 젊은 피 수혈

16강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자 후폭풍은 매우 거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600만 파운드의 연봉을 받고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카펠로 감독은 비난의 대상 1순위였다. 대부분의 현지 언론 모두 카펠로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도했지만 잉글랜드 축구 협회에서는 뜻밖에도 카펠로의 유임을 결정했다.

결국, 유로 2012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데 성공한 카펠로 감독은 서둘러 팀 재정비에 나섰다. 가장 먼저 꺼내든 것은 역시 젊은 피를 적극 활용이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몇 선수들에게 이쯤에서 선수 생활을 끝내라고 요구하게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젊은 피를 수혈할 필요성이 있다."고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밝혔다.

헝가리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23인 엔트리를 발표한 카펠로 감독은 월드컵과 비교해 무려 13명의 새로운 선수를 탈바꿈시켰다. 특히 예상치 못했던 선수들도 눈에 띄었는데 아스날이 자랑하는 영건 깁스와 윌셔의 대표팀 승선은 파격적이었다.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왼쪽 윙백 깁스와 잉글랜드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히는 윌셔의 발탁은 큰 기대를 모았다.

가장 골칫덩어리였던 골키퍼는 하트를 비롯해 포스터를 선발했고, 센터백 자원 역시 노장들을 대거 제외하는 대신 자기엘카, 케이힐, 도슨을 신임하기로 했다. 애쉴리 영과 아담 존슨, 월콧은 월드컵 엔트리 탈락이라는 아픔을 딛고 다시 재승선의 기쁨을 누렸다. 공격진에는 데포, 크라우치, 헤스키가 빠지는 대신 대런 벤트, 칼튼 콜, 자모라가 낙점되었다.

팀 스피드와 정신력의 향상

카펠로 감독은 헝가리전에서 새로운 실험을 단행했다. 루니를 최전방에 세우고, 그 뒤를 제라드가 보좌하는 형태였다. 기존의 4-4-2 대신 제라드를 활용하는 4-4-1-1전술을 시험한 것이다. 좌우에는 아담 존슨과 월콧이 배치되었고, 중원에는 램파드 - 배리가 포진했다.

포백에는 애쉴리 콜 - 자기엘카 - 테리 - 글렌 존슨이 출전했다. 전반에는 크게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카펠로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의 떨어진 사기를 크게 걱정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경기력에서도 드러났다.

하지만, 후반들어 램파드와 월콧 대신 자모라와 애쉴리 영을 투입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평상시 보기 힘들었던 팀 스피드의 향상이 매우 돋보인 경기였다. 빠른 패스 속도와 볼 처리, 볼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에 패스할 공간이 더욱 자주 생겨났고, 수비 뒷공간으로 찔러주는 스루 패스나 원투 패스를 통해 상대 진영으로의 전진이 매우 매끄러웠다. 선수들의 정신력도 칭찬받을 만했다. 헝가리에게 예상치 않은 선취골을 내주며 급격히 흔들릴 수 있었지만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결국, 제라드가 2골을 몰아치며 역전을 일궈냈고, 끝까지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알제리, 독일전에서 정신력 저하와 경기의 완급 조절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어려운 흐름으로 끌고 갔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제라드를 적극 활용하는 전술 변화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제라드의 셰도우 스트라이커로 기용이었다. 카펠로 감독은 데뷔 무대였던 스위스전에서 4-2-3-1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부여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후 4-4-2 포메이션을 팀의 메인으로 삼으면서 제라드는 램파드와의 공존을 위한 처방전으로 왼쪽에 포진하게 되었다.

왼쪽 측면에서 플레이 하는 대신 횡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격수들을 지원하거나 2선 침투로 골을 해결하는데 주력하는 역할이었다. 제라드가 왼쪽 측면을 비우더라도 애쉴리 콜이 오버래핑을 통해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가 유기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월드컵에서의 실패로 새로운 실험을 단행했다. 카펠로의 결단은 루니의 뒤를 받치는 셰도우 스트라이커에 제라드를 기용하는 전략이었다. 이미 리버풀에서 같은 역할을 부여받는 만큼 결코 낯설진 않았다.

리버풀 부임 초기 베니테스 감독은 제라드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지만 수비 지역으로 내려가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생기거나 공격수와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전술을 새롭게 재편했다. 07-08 시즌 후반기부터 4-4-2 대신 4-2-3-1의 전환을 꾀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바꾼 제라드는 토레스와의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오늘 경기에서 제라드는 왼쪽 미드필더에서 뛰었을 때보다 훨씬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보였다. 환상적인 중거리 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더니 불과 4분 뒤 좁은 공간에서 수비 2명을 멋지게 따돌린 뒤 멋진 역전골까지 터뜨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두 골 모두 역시 제라드라는 찬사가 나올 만한 장면이었다.

최전방과 미드필드 전 지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제라드의 가세로 미드필드와 최전방 공격수 간의 연결이 더욱 매끄러워지거나 볼 점유율도 높아지는 등 전체적으로 팀 조직력에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불과 첫 경기 승리로 들뜨기엔 너무 시기상조에 가깝다. 월드컵 실패 이후 유로 2012에 도전하는 카펠로호의 향후 미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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