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베테랑 배우들이 뭉친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여전한 감동을 안고 돌아왔다.
신구, 손숙, 조달환, 서은경, 최명경이 출연 중인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했다. 김광탁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사실주의 연극으로 간암 말기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건과 가족들의 기억 지점들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2013년 초연해 2014년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왔다.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으로 2016년 차범석 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추모 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네 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맞았다.
신구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정신마저 오락가락하는 이북실향민 아버지 역을 맡았다. 손숙은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고 아픈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조달환과 서은경은 아들과 며느리 역으로 출연 중이다. 최명경은 정 씨로 분했다.
18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진행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프레스콜에서 손숙은 "신구 선생님과는 오래전 국립극단 시절부터 함께 무대에 섰다. 특별하게 호흡을 안 맞춰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 굉장히 편하다. 늘 믿으니까 특별하게 호흡을 맞출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다"라며 신구와 부부 호흡을 맞추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광탁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차범석 희곡상을 받고 신시컴퍼니에서 이 작품을 하기로 하면서 섭외가 왔다. 아프고 슬픈 작품이기 때문에 초연 때는 너무 그 감정에 젖어있지 않았나 했다. 네 번째 공연하면서는 조금은 여기에서 벗어나서 다시 이 작품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있지 않나 한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 자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가족의 품 안에서 죽음을 맞는 아버지를 통해 '웰다잉'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신구는 "죽는 것에 있어 잘 죽고 잘 못 죽고가 있겠냐마는 요즘 생명 연장책으로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그것보다는 자기가 호흡하고 살던 곳에서 가족과 자연스럽게 이별하는 게 잘 죽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손숙 역시 "병원에서 주렁주렁 달고 있지 않나. 이것만 빼면 죽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내 친한 친구가 갈 때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그걸 빼면 가는 상황인데 빼지 못하고 끼고 있는 건 안 했으면 한다. 극 중에서 엄마는 남편이 병원에서 죽는 걸 싫어한다. 가족과 마지막을 함께 가는 것, 나도 요즘 관심이 많아서 의사 선생님과도 얘기하는데 고통을 너무 느끼지 않고 가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고통을 줄여주되 생명을 연장하는 건 안 했으면 한다"라며 동조했다.
조달환은 "어릴 때부터 남들과 비교해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아버지가 눈앞에서 돌아가시는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유언할 때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사는 게 좋은지 죽는 게 좋은지 모르는 거다. 추억만 생각하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라'라는 말이 많이 생각난다. 선생님과도 얘기를 많이 하는데 죽음은 늘 곁에 있으니 오늘 하루 치열하게 미친 듯이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한다. 연극에도 그런 내용이 자연스럽게 포함됐다"라고 거들었다.
그는 "현시대와 확연한 차이가 있는 작품이다. 4G에서 5G로 넘어가고 4K가 8K로 넘어가면서 못 차린다. 너무 빨라져서 적응을 못 하는데 그 가운데에서 그리움과 기다림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아날로그적이다. 예전의 감성을 되짚어 볼 수 있다. 과거 삼촌이나 부모님 세대에 가족의 따뜻한 아날로그적 사랑이 있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서은경은 "네 번째 공연이지만 이번에도 신구, 손숙 선생님이 연기하는 걸 보면 매번 눈물이 난다. 진심이 전달되지 않나 싶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과 맞닿아 있다. 부모님에게 잘해야 하는데 엄마와 자리를 하면 30분도 채 되지 않아 화가 나고 이렇게 되는 것 같다. 가족을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많이 보러 와달라"고 당부했다.
며느리 캐릭터에 대해서는 "김광탁 작가님이 처음 작품을 쓸 때, 며느리가 등장하기 전 외모를 가지고 뭐라 하면 그렇지만 생긴 게 가관이라는 지문이 있다. 내가 예쁘다는 게 아니라 며느리가 덩치도 있고 희극적인 느낌이 있다. 세 번째 공연까지는 대본에 있는 것처럼 희극성을 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번에 바뀐 연출은 며느리가 있는 그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해줬다. 김광탁 작가님도 희극적인 부담을 줄이고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해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명경은 "공연을 보고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하고 가까운 곳에 사시면 식사나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드리는 계기가 되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