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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 포함 4관왕…봉준호, 韓 영화 역사 다시 쓰다

기사입력 2020.02.11 08:15 / 기사수정 2020.02.11 09:29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봉준호 감독과 그의 영화 '기생충'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써냈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9일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Dolby Theater)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필두로 10여개월 동안 전 세계를 돌며 기록적인 수상 행진을 이어왔던 '기생충'은 마침내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높였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또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석권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세 번째 기록이다. 첫 번째는 1946년 빌리 와이더 감독의 '잃어버린 주말', 두 번째는 1955년 미국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로 제8회 칸 국제영화제와 제 2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기생충'은 이번 ‘작품상’ 수상으로 반세기 만에 세계 영화사에 남을 한 획을 긋게 됐다.

전 세계가 지켜봤던 이 날 시상식에서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말이 안 나오네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일단 너무 기쁩니다. 지금 이 순간에 뭔가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그리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 듭니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분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립니다. Thank you"라고 작품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기생충'의 투자 배급을 맡은 CJ 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은 "안녕하세요 봉준호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당신이어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의 미소, 그의 독특한 머리 스타일, 그가 말하는 모습, 걷는 모습, 특히 감독으로서의 그의 모습까지, 그의 모든 것이 좋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의 유머 감각입니다. 그는 진지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유쾌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기생충'을 지원해준 모든 사람들, '기생충'과 함께 일한 모든 사람들, '기생충'을 사랑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불가능해 보이는 꿈일지라도 항상 우리의 꿈을 지원해주는 저의 남동생 이재현 회장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의 남동생 이재현 회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특히, 항상 우리 영화를 지지해주고, 망설임 없이 영화에 대해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우리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영화 관객분들 덕분에, 우리는 자만하지 않고, 감독, 창작자들과 함께 한계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관객 여러분, 당신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에 없었을 것입니다. 매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 ‘마틴 스콜세지’(아이리시맨),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제치고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감독 출신으로는 역대 2번째. 역대 아카데미 수상자 중 아시아인으로는 이안 감독이 유일했다. 이안 감독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과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두 번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Thank you.(감사합니다) 좀 전에 국제 영화상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릴랙스하고 있었는데. 너무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하셨던 분이 누구냐면 제가 책에서 읽은 거였지만… 그 말은 That quotes from our great Martin Scorsese.(위대한 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학교에서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던 그런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 전혀 몰랐었고요. 저의 영화를 아직 미국의 관객들이나 사람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해 줬던 Quentin(쿠엔틴 타란티노) 형님이 계신데 정말 사랑합니다. Quentin I love you.(쿠엔틴 타란티노 사랑합니다) 그리고 같이 후보에 오른 우리 토드(토드 필립스, <조커> 감독)나 샘(샘 멘데스, <1917> 감독)이나 다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멋진 감독들인데. 이 트로피를 정말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이렇게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Thank you I will drink until next morning. Thank you”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또한 '기생충'은 아시아 영화로는 아카데미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비(非)영어 영화로는 아카데미 역사상 6번째 각본상을 수상하게 됐다. 비(非)영어 영화의 ‘각본상’ 수상은 2002년에 수상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 이후 18년만. 이번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쟁쟁한 후보작들과 경쟁해 ‘아시아 영화 최초 각본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얻었다.

봉준호 감독은 “Thank you, Great Honor!(감사합니다. 큰 영광입니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되게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죠.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아닌데, But this is very first Oscar to South Korea. Thank you.(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제 아내에게도 감사하고, 또 저의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준 멋진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라고, 한진원 작가는 “Thank you director Bong thank you my mom and thank you dad!(봉준호 감독님과 부모님에게 감사합니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 충무로라는 데가 있습니다. 저의 심장인 충무로 모든 필름메이커들과 스토리텔러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Thank you Academy.(아카데미 감사합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국제 장편 영화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레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문신을 한 신부님'(폴란드), '허니 랜드'(북마케도니아)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장편 영화상’을 수상한 아시아 영화는 '와호장룡'(이안), '라쇼몽'(구로사와 아키라) 등이 있다. 한편 지난해에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수상했다. 아시아 영화의 국제 장편 영화상 수상은 2001년 '와호장룡' 이후 19년 만이다.

봉준호 감독은 “Thank you, Great Honor!(감사합니다. 큰 영광입니다.) 카테고리 이름이 바뀌었잖아요. Foreign Language에서 International로 이름 바뀐 첫 번째 상으로 받게 돼서 더더욱 의미가 깊고요.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냅니다. 이 영화를 함께 만든 멋진 배우와 모든 스탭들이 여기 와있습니다. 사랑하는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박명훈, 박소담, 이정은, 조여정 멋진 배우들. And our great cinematographer(그리고 우리의 위대한 촬영감독) 홍경표, and production designer(미술감독) 이하준, and editor(편집감독) 양진모, and wonderful한 우리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저의 비전을 실행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과 CJ와 Neon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Thank you and I'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1994년 단편 영화 '백색인'으로 데뷔 후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허를 찌르는 상상력에서 나온 새로운 이야기들로 영화팬들을 매료시켜왔다. 인간애와 유머,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질문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작품 세계는 이번 '기생충'에서도 면면이 이어졌고, 이는 평단과 관객을 가리지 않는 작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특히 해외의 경우 작년 10월 11일 북미 개봉과 함께 <기생충>은 연출, 각본, 연기, 미장센 등 영화 속 모든 요소들이 주목받으며 ‘봉하이브’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팬덤을 양산했다. 또한 다수의 외신과 평론가들은 '기생충'에 대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들의 공통 과제인 빈부격차 문제를 영화적 문법으로 탁월하게 풀어냈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기생충'은 이른바 북미 4대 비평가협회상이라 불리는 전미 비평가협회(작품상, 각본상), 뉴욕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LA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에서의 주요 부문 수상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미국 배우조합(SAG), 미국 작가조합(WGA), 미국 미술감독조합(ADG), 미국 영화편집자협회에서 주는 최고상들을 잇달아 수상하며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미국 언론과 평론가들도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유력하게 내다봤다. LA 타임스의 영화 평론가 저스틴 창은 “다크호스 중의 다크호스이자 역대 최강의 와일드카드인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할 것”이라 강조했으며, 미국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 역시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서 최초의 작품상 수상작이 될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또한 국제 장편 영화상에 대해서는 두 매체 모두 “이미 따놓은 당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기생충'이야말로 올해 최고의 영화이자 가장 신랄하고 통렬한 작품”이라고 평가를 내놨다.

한편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의 성과 뒤에는 한국영화계 최초로 진행됐던 ‘아카데미 캠페인’ 과정에서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연례 행사처럼 벌이는 캠페인이지만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기생충'은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긴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완주했다. CJ ENM은 '기생충'의 북미 개봉(10월 11일) 이전부터 일찌감치 캠페인 예산을 수립하고 북미 배급사 네온(NEON)과 함께 투표권을 가진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을 공략하기 위한 프로모션 활동을 벌였다. 봉준호 감독은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년 9월 이후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수 백 차례에 걸친 외신 인터뷰와 행사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BTS가 누리는 파워는 저의 3000배, (한국은) 그런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 등과 같은 봉준호 감독의 매력적인 어록들도 현지의 큰 관심을 끌었다. 송강호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관계자도 바쁜 시간을 쪼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힘을 보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카데미 캠페인 노하우’가 한국영화산업에 경험치로 쌓인 것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을 계기로 '기생충'의 북미 흥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10일 현재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35,472,282,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매출은 $165,362,304을 기록 중이다. 상영관은 총 1,060개. 현재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매출은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외국어 영화 중 흥행 6위의 대기록이다. 종전 6위는 2001년에 개봉한 '아멜리에'($33,225,499)였다. 5위는 2006년 개봉한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37,634,615)인데, 이 기록 역시 '기생충'이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해 '기생충'이 개봉된 국가는 미국, 프랑스, 호주, 러시아, 독일, 스페인, 터키, 이탈리아, 브라질, 스웨덴, 멕시코, 일본, 인도, 영국 등 총 67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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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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