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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와' 신구 "한석규·최민식, 지는 꽃봉오리 아닌 한창 무르익을 때" [엑's 현장]

기사입력 2020.01.31 19:30 / 기사수정 2020.01.31 17:41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출연하는 배우 신구가 한석규, 최민식을 두고

가족은 늘 옆에 있으면서도 소중함을 잊기 쉬운 존재다. 어리석게도 가족이 떠난 뒤에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사람 냄새나는 연극이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관객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소박한 무대 세트를 채워나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정겹고 소소하고 따뜻하다.  

신구, 손숙, 조달환, 서은경, 최명경이 출연하는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2월 14일 개막한다.

김광탁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사실주의 연극으로 간암 말기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서 부모 자식 간의 사건과 가족들의 기억의 지점들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2013년 초연해 2014년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갔다.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으로 2016년 차범석 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추모 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배우들은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진행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연습실 공개에서 병든 아버지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점점 사그라질 때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를 담은 장면을 시연했다.

신구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정신마저 오락가락하는 이북실향민 아버지 역을 맡았다.

우리 나이로 85살인 신구는 "이 연극을 하는데 체력은 상관없다"라고 자신했다. 손숙 역시 "(신구가) 엄청 힘이 세다"라며 거들었다.

신구는 "가족 얘기다. 요즘 웰다잉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냐. 생명 연장 없이 가족의 품에서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하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작품이다. 진정성을 쏟아내고 연기하면 관객에게 그 진정성이 자연히 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몇 번이나 공연을 해도 초연 때와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이번에 (제작사에서) 다시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도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세 번의 공연에서 놓친 것들을 발견할 수 있겠다 싶더라. 대사의 높이, 장음 등의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구는 손숙과 부부로 호흡한다. 손숙은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고 아픈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신구는 손숙에 대해 "젊을 때부터 잘 알고 식구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손숙은 "내가 술을 한 잔도 못 한다. 술자리를 못 가니까 의견 충돌이 없다. 더 친해지지 못할 때도 있지만 지금 상태가 딱 좋다. 서로 좋은 동지처럼 같이 공연한다. 너무 친하면 그것도 문제가 있을 거다.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면서 해서 한 번도 얼굴을 붉혀본 적이 없다"라고 화답했다.

원로 배우 신구는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을 하는 원동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고민 없이 바로 "술"이라고 답해 주위를 웃겼다.

신구는 "술은 원동력이자 활력소다. 젊을 때부터 좋아해서 마시는데 건강을 잘 유지해야 한다. 술을 즐기려면 나름대로 건강 관리를 해야한다. 연기는 누가 대신해줄 수 없지 않나. 늘 현장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손숙은 "몸이 우리의 재산이다"라고 곁들였다.

베테랑 배우로서 후배인 한석규, 최민식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한석규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제작보고회에서 "신구 선생님에게 '나도 꽃봉오리가 지고 있다'고 했는데 정색하시더라. '너희들은 꽃이 다 펴 만개를 하는 거다'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동의했다. 그런 선배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꽃이 활짝 피니까 더욱 정진하고 열심히 해보라 하셨다"고 전한 바 있다.

최민식 역시 인터뷰에서 "신구 선생님이 우리를 보고 '지는 해? 꽃봉오리가 이제 막 피려고 하는데 뭔 막말이냐'고 혼내셨다. 신구 선생님을 지켜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 고개를 숙이게 됐다. 까불지 말고 입 다물고 죽자고 하자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꽃에 비유하면 현재 어떤 순간이냐는 질문에 신구는 "난 꽃이 다 떨어지고 조금 몇 개 남았다. 우리나라에서 보면 한석규나 최민식은 한창 무르익을 때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나이가 들면 익어간다고들 하지 않나. 그런 걸 느낀다. 이해심이라던지, 세상을 보는 눈이 익어간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 조달환은 하루하루 죽어가는 아버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가슴 저리는 아들, 서은경은 푼수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로 출연한다. 최명경은 옆집에 살며 잔일을 도맡아 해주는 시골 멋쟁이 정씨로 분한다.

2월 14일부터 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신시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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