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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61분의 아쉬웠던 K-리그 데뷔전

기사입력 2010.07.10 20:40 / 기사수정 2010.07.11 02:20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포항 스틸야드, 전성호 기자]'스나이퍼' 설기현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설기현은 10일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쏘나타 K-리그 2010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K-리그 공식 무대를 밟았다.

설기현은 프로 데뷔 후 줄곧 벨기에, 잉글랜드, 사우디 등 해외 무대에서 뛰어왔다. 그러나 설기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뒤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경기 감각 유지와 월드컵 출전을 위해 올해 1월 포항으로 이적하며 국내 축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지난 2월 훈련 중 무릎부상을 당해 전반기 내내 경기에 나서지 못할 뿐 아니라 월드컵 출전 무산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날 설기현은 월드컵에서 돌아온 김재성, 김형일과 함께 선발로 출장해 모처럼 경기장을 찾은 12,773명의 관중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설기현은 이날 경기에서 포항의 왼쪽 미드필더로서 포항의 측면 공격을 이끌었다. 경기 초반 5개월간의 공백 탓인지 다소 무거운 움직임이었던 설기현은 특유의 파워넘치는 돌파능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특히 설기현이 공을 잡으면 전남 수비수 두 세 명이 한꺼번에 둘러싸면서 좀처럼 자신의 플레이를 가져가지 못했다.

설기현은 전반 32분에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K-리그 첫 슈팅을 기록했고, 전반 40분에는 동료가 띄워 준 침투 패스로 결정적인 골키퍼 일대일 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 공에 닿지 못하며 득점에 실패했다.

후반 들어 설기현은 모따와 자리를 바꿔 투톱 공격수로 나섰다. 최전방에 나선 설기현은 전반보다 공을 잡는 횟수가 많아졌다. 다소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아쉬웠지만,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져나오며 수비수를 달고 나와 이진호, 모따에 넓은 공간을 만들어 줄 뿐 아니라 날카로운 돌파와 크로스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내는 등 좋은 움직임으로 전남의 수비진을 위협했다.

관중들도 설기현이 공을 잡을 때마다 기대감과 반가움을 담은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설기현이 살아나자 포항의 공격도 힘을 얻기 시작했고, 결국 좀처럼 열리지 않던 전남의 골문까지 활짝 열어젖혔다. 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진호가 교묘하게 수비를 속인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들어간 수비수 김형일이 그대로 골로 연결한 것.

설기현의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골까지 넣자 포항의 공세는 더욱 불을 뿜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공격에 나선 것이 문제였을까. 오히려 역습 상황에서 전남의 슈바가 측면을 공략한 뒤 올린 크로스를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대형신인' 지동원이 밀어 넣으며 만회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만회골이 터진 뒤 2분 만인 후반 16분 설기현은 조찬호와 교체되어 나오면서 아쉬운 K-리그 데뷔전을 마쳐야 했다. 아직 체력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가 고려된 결과였다.

그러나 이날 플레이는 설기현이 앞으로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오른다면, 포항의 측면과 최전방에서 모두 제 역할을 해줄 것이란 희망을 주기에도 충분했다. 전반기 리그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포항이 지난해와 같은 후반기 대반전을 일궈낼 수 있다면, 그것은 설기현의 발끝에서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설기현 (C) 엑스포츠뉴스 DB]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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