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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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차이만 확인한 '승격 포기'토론회

기사입력 2006.12.29 13:57 / 기사수정 2006.12.29 13:57

이성필 기자
국민은행의 K리그 '승급 포기'가 다시 한 번 확인 된 4자 토론회였다.

[엑스포츠뉴스 = 이성필 기자] 19일 저녁 고양종합운동장 인터뷰 룸에서는 국민은행 실무진-고양 서포터 보레아스-고양시청 관계자-한국프로축구 서포터즈 연합 간 4자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국민은행-서포터 간 두 차례의 비공식 접촉이 있었지만 별 다른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해 세 번째 토론회가 이루어지게 된 것.

'내셔널리그 잔류' vs. '승격 거부'

토론회는 국민은행 대표로 나선 김승재 사회협력지원부장의 모두발언으로 시작 되었다.

그는 "이런 자리가 만들어 진 빌미를 제공 한 것에 송구하고 따로 시간을 내게 만들어 죄송하다"며 '내셔널리그 잔류'로 인해 상처를 받은 고양시 축구팬과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국내 축구팬들을 향해 경영진을 대신, 간접적인 사과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 국민은행의 '내셔널리그 잔류에 대한 파장'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서포터연합의 김정현 회장은 국민은행을 상대로 이번 K리그 '승격 거부'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설명하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내셔널리그 우승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기적으로 K리그 행 발표는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며 "경영진들과 여러 토론 끝에 내셔널리그에 남아 기여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쟁점은 '은행법'으로 이어졌다. 참고로 은행법은 국민은행이 K리그 '승격 포기'에 있어 한계로 지적한 사항이다. 이 법은 '금융기관은 금융업 이외의 영리 목적으로 하는 기관을 운영 할 수 없고 산하에 둘 수 없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있다. 국민은행이 영리 목적인 '프로'가 될 수 없게 만드는 법이다. 때문에 국민은행 축구단은 현재 사회공헌적인 목적으로 사격팀, 여자농구단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물론 '국민은행 홍보'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담겨있다.

보레아스 김근회 회장은 김 부장에게 "이번 상황은 '내셔널리그 잔류'가 아니라 '승격 거부'가 맞는 것"이라며 국민은행의 현 상황 인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은행법이라는 걸림돌이 있었다면 시즌 중 팬들에게 미리 다른 대안을 말해주어야 했지 않았느냐"며 국민은행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국민은행의 K리그 진출 확정이 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김칫국 마실 수는 없었다"면서 "선수들에게 이겨도 못 올라간다는 말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고 가능한 빠르게 결론을 내서 통보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 "승격 포기 번복은 절대 없을 것"

승격 거부 철회나 고양시에 팀을 인계 한 후 스폰서 형태의 참여에 대해 "전체 회의에서 결정 된 사항을 뒤집지는 못한다"면서 "고양시에 팀을 인계하는 것은 국민은행 팀이 아니라 의미가 없다"며 거부했다. 국민은행 소속의 축구단이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2003년 고양시-국민은행 간의 연고지 협약에 대한 내용도 쟁점이 되었다. 이 당시 연고 협약을 취재한 <연합뉴스>기사가 문제가 되었다. 기사에서는 고양시와 국민은행 구단이 '향후 승강제가 실시되면 프로팀으로의 전환을 서로 이행하는데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 기사가 맞다면 국민은행은 고양과의 합의를 위반 한 것이 아니냐는 김 회장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에서는 "이 기사는 오보"라며 "합의서 원본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고 고양시 측도 "그런 내용은 없고 직접 오면 협약 내용을 '보여 줄 수 있지만 복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년 시즌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만약 2007년에도 내셔널리그 우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은행 측은 "단정 짓고 말할 수 없지만 기존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호되게 겪었으니 내년에 만약 우승 한다면 관련 기관들과 협의 하며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즉 내년 시즌 우승해도 K리그 승격은 당장 은행법이 수정되지 않는 이상 어렵다는 의견이다.

지난주 월요일 익명을 요구한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실업연맹이나 프로연맹에서 국민은행 우승 후 여론을 등에 업고 무조건 승격하라고 떠미는 경향을 보였다"며 축구 행정 기관을 상대로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향후 몇 년간 더 준비해 국민은행이 K리그 승격 가능한 조건이 되면 그때 올라가도 늦지 않고 당분간은 내셔널리그의 발전을 위해 노력 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내셔널리그 잔류를 분명히 했다.

서포터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때문에 이날 토론회는 후반부로 가며 국민은행의 승격 포기 결정에 따른 앞으로 팀 운영과 연고지에서의 활동에 방향의 초점이 맞춰졌다. 서포터 측에서는 시와 은행 측을 상대로 부실한 경기 홍보 및 관중 유치 노력을 문제 삼았고 구단에서는 연고지 내의 유소년 팀 및 조기 축구회 등에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서포터 측에서는 "승격제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나와도 마음이 돌아설지 모르겠고 성원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측에서는 "(서포터에게)어떻게 해달라고 할 사안이 아니"라며 기존의 태도를 고수했다.

한 편 토론 중간마다 국민은행을 옹호하는 듯 한 인상을 풍긴 고양시 측에서는 "앞으로 여러 개의 실업 스포츠단 창단과 각종 대회 유치 준비 때문에 (시민구단 창단이라는 전제를 한다면)축구 쪽에 집중해 지원할 예산이 부족하다"며 "양측이 고양시와 축구를 사랑하니, 발전적인 결론 내주길 기대 한다"고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

토론회 종료 후 고양 서포터 김근회 회장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 중"이라며 "거대 기업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힘들겠지만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고양의 '승격 포기'에 대한 문제를 국내 축구팬들과 공유 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토론회는 기존에 나왔던 내용들이 그대로 되풀이 되며 평행선을 긋는 인상을 풍겼다. 대화를 나눈 것 자체는 발전적이었지만 국민은행 승격 포기에 따른 현재의 상황은 이번 겨울 한국 축구계를 꽤 오랫동안 덮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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