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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도전은 계속 된다

기사입력 2006.12.29 13:55 / 기사수정 2006.12.29 13:55

이성필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성필 기자]  '1990년대 한국 축구 주역들의 퇴장', 올 시즌을 끝으로 K리그 무대를 떠나는 선수들에게 여러 언론에서 붙인 수식어다. 이들이 한참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던 때가 바로 이 시기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원조 멀티 플레이어' 유상철

▲ 유상철
ⓒ 한국프로축구연맹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황선홍에 이어 추가골을 넣으며 한국의 월드컵 첫 승을 이끌었던 유상철(35・FC 슛돌이 감독)은 그해 시즌 막판 8경기에서 9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과시하며 1999년 1월부터 다음해 12월까지 활약했던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부름을 다시 받았다.

2003년 6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활약하고 다시 울산으로 복귀한 그는 무릎 부상으로 불규칙적인 경기 출장을 하며 경기력을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올 시즌 광주 상무와의 개막전을 은퇴 경기로 정든 K리그를 떠났다. 많은 축구 팬들이 그의 은퇴 선언에 놀란 반응을 보였지만 울산 팬들은 그를 박수로 보냈다.

유상철의 은퇴는 소속팀이나 대표팀에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소속팀은 '정신적 지주'인 그의 은퇴 후 2연패로 흔들리는 경기력을 보였다. 대표팀 동료 최진철(35)도 "유상철의 은퇴가 아쉽고 이해가 가기도 한다"며 "유상철이 있었다면 과연 자신이 대표팀에 필요 있었을까?"하는 말로 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상철의 은퇴는 많은 선수들에게 몸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제시했다. 경기력은 여전했지만 부상 회복이 더디면서 아쉽게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은퇴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의 추세라면 아쉬운 대목이다.

날개를 접은 '아시아의 독수리' 최용수

8월 5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 FC서울-FC도쿄 간의 친선경기. 질풍같이 상대팀 골문으로 돌진하던 한 선수가 옆을 힐끔 보며 따라 들어오는 외국인 공격수 두두에게 패스, 골을 넣었고 동료 선수들은 골을 넣은 두두 보다 도움을 기록한 선수를 왼쪽 코너 부근으로 몰아 헹가래를 쳤다.

▲ 최용수
ⓒ 한국프로축구연맹
도움을 기록한 선수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하는 최용수(33 ・FC서울 코치)였다. 하프타임 그는 "팬들의 사랑으로 그동안 원 없이 축구를 했고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고 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 1천여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이한 것은 도쿄의 서포터들이 그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낸다는 것. 남쪽 골대 뒤쪽 관중석에서 그의 이름을 외치며 박수를 보낸 서포터 이와무라(29)씨는 "J리그에서 그는 우리의 적이었고 그는 우리 팀 골문을 향해 자신만만하게 공격을 했다. 그의 활약을 생각하면 정말 무서웠다"며 은퇴 소감을 말하는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최용수는 K리그와 J리그에서 엄청난 활약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0년 안양 LG 치타스(현 FC서울)의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 되는 것과 동시에 10골 8어시스트로 K리그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J리그로 옮긴 이듬해부터 2005년까지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교토 퍼플상가(당시 J2 리그), 주빌로 이와타 세 팀을 거치며 130경기 출장 77골을 뽑아내며 K리그의 우수성을 일본에 알렸다.

그는 2006년 서울로 복귀했다. 그러나 그의 팀에는 박주영, 정조국, 김은중, 박성배, 이청용, 김승용 등 공격 자원이 넘쳐났다. 설상가상으로 여름 선수 보강 때 성남에서 두두를 영입하며 그의 자리를 더욱 좁아졌다. 플레잉 코치를 겸하던 그는 성장하는 선수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은퇴를 선택했다.

이 두 선수 외에도 1997년 대전 시티즌의 창단 주축으로 데뷔, K리그 212경기 출장 5골 15도움. 기록만으로 보면 평범한 선수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헌신했고 상대의 공격을 요령 있게 막아냈던 경남 FC의 이창엽(33)도 시즌 종료 직전 마지막 홈경기에서 은퇴를 했다.

올 시즌 경남의 창단 선수로 활약한 그는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신생팀의 조직력을 키우는 살림꾼이 되었다. 그는 K리그에서 뛰는 10시즌 동안 경고도 적게 받고 퇴장 한 번 당하지 않은 모범적인 선수로 평가받았다. 대전 팬 박국진(30)씨는 "대전에서 그는 최은성 골키퍼와 함께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고 그를 기억했다.

'무한도전' 김병지와 김기동

▲ 포항의 김기동과 서울의 김병지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들의 은퇴를 뒤로하고 그라운드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한 계속 뛰겠다는 선수들도 있어 많은 선수들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들은 경험과 철저한 저기 관리로 올 시즌 팀의 중심에 자리했다.

서울의 김병지(36)는 대표적인 '무한도전'의 사례다. 올 시즌 포항 스틸러스에서 서울로 이적한 그는 단 한경기도 빠지지 않고 주전자리를 차지하며 여전함을 과시했다. 그의 동물적인 감각은 서울을 올 시즌 팀 최소 실점 구단(36)으로 올려놓았다.

그의 이러한 활약은 서울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 시키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 소리를 지르며 포효하는 그의 동작은 젊은 서울 선수들의 독려 시켰고 팀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러한 그의 팀 내 입지와 활약은 독일 월드컵 대표팀 선발에서 선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도 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하지만 이 탈락은 오히려 그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로 볼 수 있는 사건이다.

한편 포항의 미드필더 황지수(26)는 1993년 유공 코끼리(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K리그 데뷔해 14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해온 김기동(35)을 향해 "은퇴해야 할 선수가 아직도 뛰고 있다"며 그의 체력을 칭찬했다.

김기동은 올 시즌 포항의 중원에서 만점 활약을 했다. 전방을 향한 시야는 여전해 7개의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고 공, 수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포항의 통합 2위와 플레이오프 진출의 주축이 되었다.

그가 지배하는 포항의 중원은 올 시즌 젊은 선수들로 가득했다. 때문에 그의 비중은 너무나 중요하고 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김기동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그가 없는 포항의 중원은 중요한 순간 해결 능력이 없음을 알리는 것과 같다. 때문에 파리아스 감독도 그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주었다.

내 몸이 부서지는 그 순간까지...최진철과 이병근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 내세운 스리백과 포백 수비라인에서 항상 중심에 있던 그는 올해 K리그-FA컵-AFC 챔피언스리그-컵대회-독일 월드컵-클럽 월드컵의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 대구의 이병근과 전북의 최진철
ⓒ 대구FC, AFC
최진철(35), 유명선수가 하나도 없던 전북에서 유일한 상징이나 다름없던 그의 체력은 어디까지 일지 궁금할 정도로 올해 그는 많은 경기를 출전했다. 감독이 추구하는 목표에 같이 따라갔을 뿐이라는 그의 도전은 많은 전북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특히 K리그에서 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던 그에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너무나 큰 감격으로 다가왔다. 그의 헌신적인 수비가 있지 않고서는 올 시즌 대대적인 팀 쇄신으로 젊어진 전북이 큰 대회의 우승 차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의 존재는 너무나 컸다.

최진철과 함께 1996년 K리그에 데뷔한 대구FC의 이병근(33)은 사실 수원 삼성에서 '철저한 자기관리'를 기반으로 한 활약으로 익숙한 선수다. 경기 도중 부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에서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오직 그라운드"라며 혼을 불사르는 그는 수원 창단 주축으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이 팀의 색을 바꾸면서 그는 벤치로 물러났고 올 시즌 그를 그라운드에서 보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다. 결국 그는 8월 초 대구로 이적했다. 많은 수원 팬들은 그의 이적에 아쉬워하며 차범근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대구로 이적한 이병근을 박종환 감독은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로 기용했고 대구의 중심으로 빠르게 도약했다. 그는 보란 듯 9월 친정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골을 집어넣으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경기 종료 후 수원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살아있는 수원의 전설'로 기억했다.

은퇴한 선수들은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새로운 도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 노장 선수들은 내년에도 어김없이 그라운드에 나설 것이다.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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