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동안 쉽게 말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인 김구라가 작심하고 시상식 문화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했다. 그의 시원한 일침에 많은 이들이 호응을 보내고 있다.
김구라는 28일 방송된 SBS '2019 SBS 연예대상'에서 MC 김성주와의 인터뷰에 임했다. 유재석과 백종원, 신동엽, 김종국, 김병만, 서장훈, 이승기 등과 함께 대상 후보로 오른 상황이었다.
김구라는 “내가 대상 후보인 것 자체가 내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는데 사실 시청자들이 납득할 지 걱정스럽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성주가 “왜 그러냐.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있다”라고 하자 “아시잖아요. 방송사에서 구색을 맞추려고 8명을 넣은 것 같다. 굉장히 기쁜데 올해부터 약간 좀 무드가 변했다. 억지로 표정을 짓지 못하겠다. ‘동상이몽’의 우수 프로그램상을 내가 대표로 받았는데 내가 받을 게 아니었다. 부부들과 제작진이 애쓰는 프로인데 내가 나가는 것 자체가. 스튜디오에서 나름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으로 2시간 30분을 앉아 있다"라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 주위를 웃겼다.
김구라는 "오늘 내 의상과 목도리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기회 봐서 가려고. 농담이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고 나름대로 앉아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연예대상'이 이제는 물갈이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얼마 전에 KBS 같은 경우도 시청률이 조금 안 나왔다. 국민 프로그램들이, 5년 10년 된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보니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다. 더 이상 쓸데없는 나는 빼고 양강으로 백종원, 유재석, 그리고 신동엽 정도만 넣어주자. 그렇게 해야 긴장감이 있지 나와 서장훈이 왜 앉아 있냐. 김종국도 그렇다. 방송한 지 20년 됐는데 너스레를 떨고 있다. 쟤도 40대 중반이다. 나 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구라는 "내가 정말 노리는 상은 내일 'MBC 연예대상'에서 안영미와의 베스트 커플상이다. 그건 내가 봤을 때 가능하다. 우리 어머니가 왜 넌 얼굴을 죽상하고 있냐고 하더라. 어머니, 나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더 이상 대상 후보 8명을 뽑아놓고 아무런 콘텐츠 없이 개인기로 2시간 때우는 것 더 이상은 안 된다. 방송 3사 본부장이 만나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 여러분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것 안다. 이러지 말라. 이제 바뀔 때가 됐다. 내가 이 이야기 하고 이제 빠지겠다.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한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오랜만에 김구라가 옳은 소리한다고 할 거다"라며 소리쳤다.
김성주는 당황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어 “대상 후보 김병만은 오늘 해외 스케줄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라며 차분하게 정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김구라는 다시 일어나 마이크를 뺏고 “거봐요. 병만이 안 왔잖아요. 작년에도 안 왔다. 일부러 스케줄 잡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라며 호통을 쳐 웃음을 더했다.
김구라는 이후 한보름과 최우수상 시상자로 나섰다. 우려와 달리 밝은 표정을 지으며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는 “아까 그랬던 건 웃자고 한 거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더라. 이해해주시고 오늘 상 받으신 분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고 말했다.
시원한 독설이 트레이드마크인 김구라답게 'SBS 연예대상'에서도 거리낌 없는 일갈이 나왔다. 실제로 SBS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가 개최하는 연말 시상식은 그들만의 잔치란 느낌이 강하다.
한해동안 예능, 드라마에서 활약한 스타들 모두의 공을 치하하려는 방송사의 배려이지만, 그동안 공동수상과 단체상의 남발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동 수상을 지양한다면서 대신 부문별, 성별로 골고루 상을 분배하고 새로운 상까지 만들기도 한다. 재미도, 긴장감도 없다. 시상식 자체는 3시간 넘게 진행되나, 많은 상을 주다 보니 수상자가 소감을 말할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두 쟁쟁한 이들이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활약을 펼친 이들 모두가 상을 가져가는 건 맞다. 하지만 시상식의 권위와 존재의 이유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상의 가치를 살리는 방향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각 방송사의 시상식이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한 지 오래다. 상을 주는데만 급급해할 게 아닌, 상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할 때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SBS 연예대상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