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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힙합트레인, 대구를 넘어 한국 힙합을 지켜온 자존심 [엑's 현장]

기사입력 2019.12.24 16:00 / 기사수정 2019.12.24 15:57

이덕행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힙합 공연 브랜드 '힙합 트레인'이 20주년 기념을 성황리에 마쳤다.

21일 대구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클럽 헤비에서 '힙합 트레인' 20주년 기념 공연 세 번째 공연의 막이 올랐다.

1999년 PC통신 상에서 존재했던 힙합 동호회의 정기 공연에서 시작된 힙합 트레인은 길지 않은 한국 힙합 역사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그 명맥을 유지해온 공연이다. 

현재는 이루펀트의 마이노스가 주축이 되어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가리온, 피타입, 이센스, 버벌진트, 팔로알토, 더 콰이엇 등 이름만 현재 한국 힙합 신을 주름잡고 있는 래퍼들이 한 번쯤은 거쳐갔다. 공연이 열리는 클럽 헤비는 계명대학교 돌계단 앞에 위치한 라이브 클럽으로 힙합보다는 인디 밴드의 공연이 중심이 되는 곳이지만 20년간 힙합 트레인과의 인연을 유지하며 여전히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힙합 트레인은 20주년을 맞이한 2019년 세 번의 공연을 펼쳤다. 지난 5월과 8월 개최된 앞선 두 번의 공연에는 MC메타, 딥플로우, 허클베리피, 버벌진트, 테이크원, 릴보이, 올티, 제이통 등 한국 힙합의 역사를 함께한 수많은 래퍼들이 자리를 빛냈다. 이날 공연 역시 가리온과 피타입, 베이식 부터 오사마리, MBA, 조원우, 로한, 이현준 등 15팀의 래퍼가 무대를 선보였다.

얼핏 힙합 공연장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공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하나둘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만큼 관객들도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었다.


20주년 콘서트를 3회 모두 참석했다는 20대 중반의 추성훈 씨는 "'힙합 트레인'은 언제나 레전드다. 대구 사람으로서 이런 공연이 대구에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반면 오늘이 힙합 공연은 처음이라는 중학생 김서현 양은 "래원의 무대가 보고 싶어 왔다"며 "힙합 공연은 처음인데 다른 래퍼들의 무대도 기대된다"며 설레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무려 15팀이 참가하는 라인업인 만큼 대구가 아닌 타지역에서 온 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힙합 트레인 20주년 기념 티셔츠를 입고 온 부부도 있는가 하면 공연 도중 "여기다 대구 사람이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절반정도의 관객은 "대구가 아닌 타지역에서 왔다"고 말하며 그 명성을 자랑했다.


호스트격인 이루펀트의 무대를 시작으로 힙합트레인 20주년 기념 세 번째 공연의 막이 올랐다. 'RAP 인간형'으로 등장한 마이노스는 "저도 기분이 남다르다. 오늘 공연으로 세 번째 파티를 끝내고 내년을 맞이한다. 첫 공연이 많이 생각난다. 그때는 하고 싶어도 할 데가 없었다.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뒤이어 등장한 키비 역시 "2019년 가장 뜨거운 오늘을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 출신으로 현재 대구에서도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탐쓴의 무대가 이어졌다. 탐쓴은 "중학생 때부터 이 곳에 서는 게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탐쓴의 바통을 이어 식보이, 다이노티 역시 무게감 있는 음악과 반전의 무대 매너로 큰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힙합 레이블 VMC의 '보일링 프로젝트'를 통해 앨범을 발매했던 이현준과 록스펑크맨은 자신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무대로 관객들에게 확실하게 인상을 심어줬다.


조원우, 로한, ICE PUFF 등 '고등래퍼'를 통해 얼굴을 알렸던 래퍼들 역시 이제는 어엿한 성인 래퍼로서의 뚜렷한 개성을 드러냈다. 이로한은 싱글 타이틀곡 및 수록곡을 미리 공개했으며 대구 출신의 조원우는 고향 이야기를 담은 'MA CITY'로 고향에 온 감격을 드러냈다.

오사마리와 MBA는 크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이날의 참가자중 가장 어린 래원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잠재력을 증명했으며 뒤이어 나온 베이식은 여전한 관록과 트렌디함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피타입과 가리온은 '불한당가'를 비롯해 '돈키호테' '가리온' 등 한국 힙합에 큰 획을 그은 노래들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방점을 찍었다. 가리온의 나찰은 "첫 공연이 기억이 난다. 이센스가 오프닝 무대를 했는데 뒤풀이에서 술을 마시려고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리온의 '영순위'를 마지막으로 예정됐던 모든 무대가 끝났지만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무대에 오른 마이노스의 진행으로 관객과 아티스트들이 모두 모여 기념 사진을 찍었고 이후 관객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래퍼와 따로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으며 이날의 추억을 기념했다.


마이노스는 "요즘 힙합 문화가 변화하며 축제와 페스티벌 같은 공연이 많이 생겼지만 이렇게 래퍼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공연장 만의 분위기를 후배 래퍼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20년 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한국 힙합이 가지는 위상은 크게 바뀌었다.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를 설명하는 데도 공들여야 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공연이 벌어진 21일, 각종 음원 차트에는 힙합 장르의 음악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과거와는 달라진 위상의 밑바탕에는 20년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힙합 트레인과 같은 로컬 공연이 자리 잡고 있었다.

dh.lee@xportsnews.com / 사진 = 이덕행 기자, forzas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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