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살아있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 배종옥이 3년 만에 돌아온 ‘꽃의 비밀’로 관객을 찾았다.
서울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2관에서 공연 중인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서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수상한 네 명의 여인들의 20만 유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이는 소동극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2015년 초연, 2016년 재연으로 선보였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고 최근 일본과 중국에 라이선스로 수출해 공연을 올렸다.
배종옥은 재연에 이어 자스민을 연기한다. 늘 술에 취해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털털한 주당으로 극의 웃음을 담당한다. 그동안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인상을 남겨왔기에 배종욱의 망가진 모습이 더 코믹하게 다가온다.
“스토리가 재밌어서 저도 즐겁게 작업했어요. 재밌게 봐주시면 고마울 것 같아요. 배우로서 연극 무대는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매체에서 빠지는 매너리즘을 연극에서 해소하죠. 매체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디테일하고 섬세해지는 건 있지만 연기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연극은 큰 공간에서 마음껏 움직이고 연기하죠. 연기 생활에 있어 큰 동기가 되고 이 과정을 겪고 매체에 가면 훨씬 (연기가) 편해지는 것 같아요. 하면 할수록 무대가 재밌고 멋있어요. 그래서 무대 작업을 계속하게 돼요.”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호흡한 후배 배우인 김규리에게도 '꽃의 비밀'을 직접 소개해줬단다. 김규리는 모니카 역을 맡았다.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듯 하지만 남편의 바람을 견디고 어린 배달부와 썸을 즐기는 인물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쫑파티 때 연극을 너무 하고 싶다더라고요. ‘꽃의 비밀’을 하는데 (대본을) 보내줄까 했고 그렇게 하게 됐어요. 연극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어떤 작품을 할지 모르겠다고 할 때 조언을 많이 해줘요. 할리우드에서는 정말 유명한 배우도 무대에 서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부족해요. 한때는 연극 쪽에서 매체 배우가 무대에 서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게 있었어요. 그런 건 연극이 아니라고 치부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자유로워졌으면 해요. 윈윈할 수 있는 작업이면 좋을 것 같아요. 후배들이 연극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 게 고무적인 현상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연기가 느냐고 물어보면 연극을 하라고 하죠. 보탬이 됐으면 해요.”
배종옥은 짧은 머리에 술주정하는 자스민 역을 맡아 우스꽝스러운 남장도 서슴지 않는다. 자스민 캐릭터와의 공통점을 물으니 '엉뚱함' 을 꼽았다.
“전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엉뚱하다고 하더라고요. 순간순간 엉뚱한 말을 내뱉는 게 있나 봐요. 어떤 캐릭터든지 녹여내는 게 배우의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같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내 것이 아니어도 내 거로 만들려고 해요. 도입부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장진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배종옥의 그런 뜻밖의 매력은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도 나타냈다. 이영자와 서로 쉬지 않고 받아치는 티키타카를 선보였다. 이영자의 장난기 가득한 농담에도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답변하는가 하면 음식 취향부터 먹는 양까지 확연히 달라 웃음을 자아냈다.
배종옥은 “왜 화제가 됐는지 난 잘 모르겠다. (웃음) 반응이 좋았다더라. '꽃의 비밀' 홍보차 다시 출연하기로 했다. 내가 다니는 식당을 이영자 씨에게 소개한 거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와서 먹은 건데 식당이 지금 대박 났다고 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내가 가서 밥을 먹을 수 없을 지경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예능, 지코의 뮤직비디오 출연, 또 연극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배종옥은 ‘꽃의 비밀’에서도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장진 감독과의 작업이 재미있다”며 추켜세웠다.
“장진 감독과는 ‘아름다운 사인’이라는 작품을 했는데 죽는 줄 알았어요. 2시간 동안 무대에서 한 번도 안 내려갔죠.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때는 30대 중반이어서 무대 작업이 전무후무할 때였거든요. 처음 하는 장르인데 세미 뮤지컬이라 노래도 했어요. 아무 생각 없으니 했던 것 같아요. 장진 감독의 유명한 작품들을 보면서 '너무 웃기고 센스 있다, 저런 생각을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꽃의 비밀’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전 유머 감각이 없는데 유머가 굉장히 독특해요.
배우는 게 없고 웃기기만 하면 즐겁지 않거든요. 그런데 장진 감독은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주는 것, 작품을 끌어가는 것들이 상당이 유머러스하고 그 배우의 장점을 끌어내줘요. 그래서 장진 감독과 작업하는 시간이 즐거워요. 지금부터 60살까지 좋을 작품이 나올 때이거든요. 장진 감독이 앞으로 좋은 작품을 더 많이 쓰면 좋겠어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꽃의 비밀,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