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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비밀' 배종옥 "젊을 때 몰랐던 여유 느껴, 연기가 너무 좋아"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9.12.24 11:45 / 기사수정 2019.12.24 11:45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와 개성 가득한 캐릭터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20대부터 40대까지 각기 다른 이탈리아 여자들이 펼치는 상황과 대화가 재기 발랄하다. 소소하게 툭툭 던지는 대사는 관객의 공감을 자아낸다. 서울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2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꽃의 비밀’ 이야기다.

‘꽃의 비밀’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이탈리아 북서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수상한 네 명의 여인들의 20만 유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이는 소동극을 코믹하게 그린다. 2015년 초연, 2016년 재연으로 선보였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고 최근 일본과 중국에 라이선스로 수출해 성황리에 공연을 올렸다.

망가진 배종욱의 모습이 눈에 띈다. 배종옥은 재연에 이어 자스민을 연기한다. 늘 술에 취해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털털한 주당으로 극의 웃음을 담당한다. 

“코미디를 되게 하고 싶었는데 매체에서는 코미디 작품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박정미 제작 PD가 ‘꽃의 비밀’을 보러 오라고 좋은 캐릭터가 있다고 하길래 봤죠. 너무 재밌는 거예요. 눈여겨봤다가 재연을 올린다고 했을 때 내게 자스민 역할을 달라고 요청했어요. 처음에는 장진 감독님이 ‘누나 그거 못 한다. 소피아 해라’라고 했는데 전 자스민이 아니면 안 한다고 했죠. 제가 하고 싶어서 따낸 캐릭터에요. 공연에 대한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연기를 하면서도 재밌더라고요. 재연을 끝내고 다른 작품들을 쭉 하다가 ‘꽃의 비밀’을 또 해야 하나 생각이 들 때쯤 연락이 와 또 (삼연을) 하게 됐어요.”

평범해 보이는 네 명의 시골 아줌마들은 20만 유로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한다. 남편인 척 간단한 방문 검진만 받으면 보험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배종옥은 “관객이 너무 즐거워해 보람 있더라”며 고개를 끄떡였다. 

“살면서 나이 들면 넋 놓고 웃을 일이 없어요. 공연을 본 관객들이 3년간 웃을 걸 다 웃고 갔다, 너무 재밌다 하는데 배우로서 그런 보람은 처음 느꼈어요. 다른 작품을 할 때 작품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재밌어서 배꼽 빠지게 웃어 고맙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고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관객을 재밌게 해 준다는 게 보람된 일이 아닐까 해요. 초연, 재연에서 사람들이 다 봤는데 또 볼 사람 있나 싶었는데 안 본 사람이 더 많다고 해 용기를 내 다시 출연하게 됐어요.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가족들과 즐겁게 웃으면서 보면 좋겠어요.”

개성이 다른 캐릭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흡인력 있는 호흡을 선사한다. 배종옥은 짧은 머리에 술 주정하는 자스민 역을 맡아 우스꽝스러운 남장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주로 보여줬기에 무대에서의 모습이 새롭다.

“자스민은 캐릭터 자체가 엉뚱하고 웃겨요. 너무 연기를 하면 이상해지는 것 같고 캐릭터 안에 있을 때 정말 웃음이 나오는 캐릭터예요. 오버하는 것보다 캐릭터 안에 들어가야 자스민이 빛날 것 같더라고요. 지난 공연에서는 캐릭터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자스민 안에서 변화를 가져가야 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공연할 때는 공연에 빠져 있어서 객관적인 측면이 안 보이는데 끝나면 그때 그걸 놓쳤나라는 생각이 문득 날 때가 있더라고요. 이번 삼연에서는 캐릭터의 디테일을 고민하고 있어요.” 

배종옥은 1985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해 다양한 작품을 거쳐 베테랑 배우가 됐다. 최근에는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우아한 가’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연극 ‘꽃의 비밀’에서는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30, 40대에 다작을 했는데 캐릭터를 만드는 게 고통스러웠어요. 나이가 드니 그 안에서 많이 놀게 되고 젊을 때는 발견하지 못한 여유와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배우가 너무 좋아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작품, 좋은 역할을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요. 앞으로 빛나는 작품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②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꽃의 비밀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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