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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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사태, 기회의 보상을 이야기하다

기사입력 2019.12.23 00:00 / 기사수정 2019.12.23 00:59



최근 엠넷(Mnet)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엑스(X) 101'(프듀X)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을 받는 안준영 PD 측이 법원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가 지난 20일 업무방해,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안 PD와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참석 의무가 없어 이날 안 PD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안 PD 등은 '프로듀스 101' 시즌 1∼4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안 PD는 지난해부터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에게서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함께 받는다.



이날 안 PD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죄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호인은 "배임수재죄에서 부정 청탁을 인정할 수 있을지와 배임수재 금액, 안 PD의 범행 동기 등에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입장은 잘못에 대해 처벌을 받겠다는 것이지만, 댓글 등을 통해 오해도 많이 받는 상황이라 공개가 최소화되는 방안이 되었으면 한다"며 "증인들도 (법정에) 나오기 꺼리는 입장이라 가능하면 비공개로 할 수 있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부차적인 피해가 생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염두에 두고 명심해서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4일 오전 열린다.

이제 프듀 조작 사태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사법부 손으로 넘어갔다. 판사, 변호사, 검사 등 법률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책임자의 처벌 수위도 결정할 것이다.

이제부터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 非 법률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건 기자도 마찬가지고.

오늘 글의 주제는 非 법률전문가로서 해야 할 이야기. 바로 피해연습생 보상 문제다.

지난 11월 엠넷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엠넷은 14일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진정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재차 사과했다.

이어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에 따른 합당한 조치, 피해보상, 재발방지 및 쇄신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글에선 보상의 대상, 범위 같은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진 않는다.

이번 글에서 다룰 것은 오로지 한 가지. 바로 ‘기회의 보상’이다.

기회의 보상이라는 것은 ‘프듀’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자신의 매력을 다 못 보여준 연습생들, 관계자 임의의 결정으로 인해 데뷔조가 되지 못한 연습생들이 그간 날려버린 시간, 기회에 대한 보상을 이야기 한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도 명확한 예시는 ‘아이돌학교’ 쪽에 있다. 왜냐면 ‘아학’ 논란의 중심에는 ‘그’ 이해인이 있기 때문이다.



‘아학’ 조작 논란의 핵은 바로 ‘프로듀스101’ 출신 이해인의 데뷔조 탈락 문제인데,

이 ‘아이돌학교’ 같은 경우에는 ‘그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아학 제작진, 스톤뮤직 등에서 이해인 케어만 제대로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학’은 사실 파이널 직후에 조작 논란이 터졌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이해인이 스톤뮤직 쪽으로 들어가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팬들 입장에선 이해인이 곧 데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논란을 크게 키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결국 이해인이 스톤뮤직에서 데뷔하지 못하면서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프듀 조작 사태’와 맞물려 터진 것이다.

세상에 만약은 존재하지 않지만, 프로미스나인 데뷔 이후 머지않아 이해인이 속해있던 스톤뮤직걸즈(가칭)도 데뷔를 했다고 가정하자. 그래서 이해인이 이미 수년간 아이돌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이해인이 안정적 케어를 받고 푸시도 받고 있었더라면, 과연 그래도 일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이처럼 ‘프로듀스’ 시리즈도 그렇고 ‘아이돌학교’도 그렇고 비판 받는 이유는 조작 그 자체도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케어를 제대로 안 해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서도 안 될 일이긴 했지만(아예 조작을 안 했다=최선), 저지른 이후에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원상복귀시키거나(차선), 이걸 묻고 더블로 가려고 했다면 최소한 나름대로 피해자 케어(차악)는 했어야 할 것 아니겠는가. 결국 조작만 하고 기타 후속조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니, 현재 상태는 부정할 수 없는 최악이다.

엠넷 계열 아이돌 서바이벌 조작 사태는 조작 저지름+케어 안 함이 나쁜 쪽으로 시너지를 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해도 다름 아니다.

그리고 서사와 유형은 조금씩 다르지만, ‘프로듀스101’ 시즌1부터 4까지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도 위에 언급한 부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프듀’ 시즌1 주요 탈락자로 구성된 아이비아이(이해인, 김소희, 윤채경, 이수현, 한혜리) 같은 경우에는 ‘데뷔조가 되는 것의 중요성’을 모든 국민프로듀서들에게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시즌1 12위였던 한혜리 같은 경우에는 한번 기회가 빗겨나갔을 때 데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 사례다.



‘프듀 시즌2’ 조작이 이슈가 되면서 실검에 오른 뉴이스트 JR(김종현) 같은 경우에는 ‘프듀’ 이후 매우 잘 풀리긴 했으나(김종현 개인뿐만 아니라 팀도 무척 잘됐다), 김종현을 포함한 뉴이스트 멤버들이 팬심을 잘 사로잡아서 잘 풀린 것이지 뭔가 특별히 케어를 잘 받아서 그렇다고 보긴 힘들다. 단적으로 ‘프듀’ 이후 김종현의 예능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밤도깨비’ 같은 경우에는 엠넷이 아니라 JTBC 예능이었다.

‘프듀48’의 경우에는 YBY(시로마 미루, 김나영, 김도아, 김시현, 왕이런, 쥬리)와 이가은-미야자키 미호-타케우치 미유, ‘프듀X’의 경우에는 바이나인(이세진, 이진혁, 송유빈, 구정모, 황윤성, 김민규, 함원진, 토니, 금동현)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중에는 현재 아이돌로 데뷔해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데뷔하거나 나름의 방식으로 활동재개 경우에도 그냥 본인이 열심히 준비해 나와서 반응을 얻은 것이지 CJ ENM 쪽에서 특별히 좋은 기회를 공급해준 건 아니다.

솔로데뷔 이후 매우 활발히 활동 중인 이진혁의 경우에는 tvN(CJ ENM 계열 채널) ‘돈키호테’ 같은 곳에도 출연하긴 했다. 하지만 이진혁은 ‘프듀X’ 전체를 통틀어 한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서사와 캐릭터를 잘 쌓고, 팬덤 구축도 잘한 케이스(1차 경연 ‘BOSS’ 허꺽남, 2차 경연 ‘거북선’ 조별과제 조장, 3차 경연 ‘움직여’ 브링잇백 등등)이다. 이에 이진혁 사례도 누가 뭘 해줘서 잘된 게 아니라 ‘본인이 잘해서’ 잘 활동 중인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

예시 이야기 하느라 말이 좀 길어졌다.

이번 글은 어떤 방법이 제대로 된 기회의 보상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어떤 방법이 ‘정말 확실히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을만한 방안’이라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다만, 본질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프듀 조작 논란이 이렇게 비판 받는 것은 ‘열심히 노력해서 잘되고 싶은’ 연습생들의 마음과 ‘우리 애가 꽃길 걷는 걸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가슴에 너무나도 심한 상처를 줬기 때문이기에, 이 마음들을 보듬으려면 본래 그들이 갖고 싶어 했던 ‘기회’들을 잘 챙겨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다.

프듀 이후 일반인으로 돌아간 연습생들도 있지만, 데뷔조가 되지 못한 연습생들 중 상당수는 지금도 연예인(아이돌, 가수, 배우 등등)로서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이미 데뷔를 했거나, 데뷔를 준비 중이거나.

앞으로도 이들을 연예인으로서 ‘꽃길’을 걷기 위해 경력을 쌓아나갈 것이고, 타인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력한 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 내 매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질 좋은 기획이다.

CJ ENM이 미디어 공룡이라고 불리고, 대다수의 소속사 관계자들이 잘 보이고자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바로 그 공간(방송국, 영화배급 등등)과 기획(예능, 드라마, 콘서트 등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해 연습생들과 국민프로듀서들에게 상처 주는 일을 했다면, 지금부터는 최대한 많은 연습생들이 ‘자신의 비밀정원’을 보여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법률적으로 어떤 판단을 받던 간에 앞으로도 CJ ENM과 엠넷이 아이돌 관련 콘텐츠를 문제없이 굴리려면 여기서 진짜 잘해야 한다.

대표 콘텐츠(프듀)는 이토록 훼손되고, 참가했던 연습생들에겐 좌절감을 안겨주고, 非데뷔조 연습생 팬들은 팬들대로 상처 받게 만들고, 각 시즌 데뷔조 팬덤(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은 팬덤대로 마음고생시키고.

이런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치유+회복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아닌 CJ ENM 본인들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해 잘 접근해주길, 좋은 방안을 만들어주길 기도한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물 떠놓고 기도하고 싶다. 확실하게 조작 재발방지 대책도 함께 세워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고.

기자가 아니라 한명의 아이돌덕후로서, 최대한 많은 재능들이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며 ‘건전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본인의 이기심에 한없이 가깝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이번 이슈를 근 몇 달간 지켜보면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아래에 첨부하고 글 마치겠다.


“같이 살려고 해야 모두가 산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픽사베이-네이버 방송 정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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