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12.02 23:24 / 기사수정 2006.12.02 23:24
미리 보는 K-1 월드 그랑프리 결승(4) 레미 VS 레코
스테판 레코 VS 레미 본야스키
부활한 ´게르만 저격수´ 스테판 레코(독일·32)
[엑스포츠뉴스 = 김종수 격투기 전문 기자] ´또르르르… 팽팽한 긴장감을 머금은 총알이 한 알, 한 알 장총 안을 굴러가고 지그시 감았던 눈이 조용히 떠지며 날카로운 안광(眼光)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가늠하고 있다. 철컥! 장전은 끝났고 총알 역시 충분하다. 한방의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정확성을 바탕으로 먹잇감의 숨통을 천천히 조일 것이다. 종합격투기무대에서 뛰기 전 바로 그때처럼…´
´게르만 저격수´ 스테판 레코가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뛰기 시작해 헤비급답지 않은 현란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K-1의 강자 중 한명으로 군림했던 그는 많지 않은 독일 출신 중 군계일학의 기량을 선보이던 파이터.
시릴아비디, 알렉세이 이그나쇼프, 프란시스코 필리오, 마이크 베르나르도 등 수많은 정상급선수들이 그의 손에 패배를 당했고, 특히 역대최강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피터아츠는 2번이나 처절하게 무너졌다.
나날이 기량이 성장하며 차세대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던 시점, 그는 돌연 험한 가시밭길을 택하고 만다. 미르코 크로캅이 그랬던 것처럼, 타격능력 하나만 믿고 종합격투기 무대인 프라이드로 진출하고 만 것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오가와 나오야, 미노와 이쿠히사, 나카무라 카즈히로 등에 거푸 패하며 K-1무대에서 쌓았던 커리어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 더욱이 경기내용조차 극히 좋지 않았던지라, 종합무대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한계를 실감하고 K-1으로 다시 돌아와서도 시련은 한동안 계속됐다. 잘 싸우고도 ´악동´ 바다 하리의 뒤돌려 차기에 치욕의 실신 KO패를 당하는가하면, ´러시아의 신성´ 루슬란 카라에프에 마저 치열한 승부 끝에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근 2년여 동안 단 한차례의 승리도 가져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 스캇 라이티를 시작으로 카터 윌리암스 그리고 마이클 맥도널드까지 제압하며 라스베가스 지역예선을 제패하더니, 오사카 개막전에서는 ´쇼맨´ 레이 세포마저 물리쳤다. 길고 긴 슬럼프에서 탈출, 본격적으로 전성기 때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부활한 ´게르만 저격수´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사뭇 기대된다.
´플라잉 젠틀맨´ 레미 본야스키(네덜란드·30)
지난 오사카 개막 전에서 ´쾌남아´ 게리 굿리지를 처참하게 두들긴 끝에 KO승을 거두고, 그야말로 ´독 오른 흑표범´의 모습을 여실히 나타냈던 레미 본야스키. 03·04 파이널 2연패를 비롯해 통산 승률 또한 70%를 훌쩍 넘기고 있지만, 사실 평가는 다소 박했던 편이었다.
강자가 빠진 가운데 일본인 무사시와 겨뤄 우승을 차지한 럭키보이, 기존의 네덜란드 출신 챔피언들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한 챔피언 등 칭찬 못지않게 비난이 항상 따라다녔고, 지금도 그러한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국내 팬들 사이에서의 인기와 지명도는 상위클래스 파이터 중에서 유독 약한 편이다.
사실 이러한 팬들의 시선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레미가 우승할 당시 기존의 강자들이 상당수 빠진 상태였고, 전체적인 긴장감 또한 다른 대회들에 비해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컸다. 더욱이 자국(일본)스타인 무사시를 밀어주기 위해 편파판정 논란이 계속일기도 했었고, 이런 와중에 레미가 본의 아니게 덕을 본 부분도 상당부분 있다.
지난 시즌은 레미의 스타일이 완전히 구겨진 한해였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부심을 갖고 3연패를 장담하며 본격적인 영화계 진출까지 선언했지만, 마이티 모-최홍만 등 비교적 K-1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상대로 압도하는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특히, ´천적´ 세미 슐츠에게 치욕의 KO패를 당하며 우승의 꿈을 접어야했다.
그러나 지난 게리 굿리지전에서 보여준 레미의 움직임은 사뭇 달랐다. 다소 긴장이 풀려 보였던 눈빛은 다시 강하게 타올랐고, 움직임 역시 한창 좋았을 때를 방불케 할 만큼 활발해졌다.
자질이 뛰어난 선수가 노력하게 되면 더욱 무서워진다는 말이 있다. 레미는 올해 그 평범한 진리를 자신의 몸으로 직접 실천할 기세이다.
[예상 1] 레코에 유리한 상황
레코의 최대장점은 동급 최고수준의 스피드와 짧고 정확한 연타, 그리고 경기 내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냉정함. 프라이드 무대에서의 적응실패로 한동안 그런 모습을 찾지 못하다, 이제는 서서히 본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많은 시련 탓인지 수읽기를 바탕으로 한 노련함마저 한껏 더해, 경기운영 능력은 예전보다 더욱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항상 한방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 상대인 레이 세포 전에서는 특유의 명품 잽을 바탕으로 한시도 흔들림이 없었다. 자신의 공격이 제대로 적중된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칠 때와 빠질 때’를 확실히 구분하는 자제력은 그의 원숙미를 나타낸다. 레코의 페이스에 말린 레이 세포는 변변한 공격한번 해보지 못한 채 패배의 쓴맛을 맛봐야했다.
레코의 스타일상 본야스키는 세포보다도 더욱 ´난적´일 수 있다. 일단 세포보다 더욱 빠르고 체력도 좋은 젊은 파이터이다. 더욱이 특유의 아웃 파이팅을 바탕으로 수 싸움 능력 역시 수준급이다. 세포 전과 같은 경기양상은 펼쳐지기 힘들다.
본야스키는 일단 킥에 비해 펀치기술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복싱실력이 좋은 레코로서는 최대한 근접거리를 유지, 킥 대신 주먹공방전을 택해야 할 것이다. 본야스키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공격이 날카로워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거리를 두고 시간을 줄수록 불리한 것은 레코다.
[예상 2] 본야스키에 유리한 상황
본야스키를 제압 혹은 압도했던 미르코 크로캅, 세미 슐츠, 마이티 모, 프레데터 등의 공통점은 그보다 신체조건과 파워에서 앞섰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레코는 본야스키에 그다지 부담스러운 상대는 아니다. 신체적인 조건, 스피드, 테크닉도 본야스키가 뒤질 요소는 거의 없다. 물론 크게 압도하는 것 역시 아니다.
2번째 우승을 차지할 당시 본야스키는 부활을 예고하고 와신상담하던 어네스트 후스트와 대등한 승부 끝에 이겼던 경험이 있다. 큰 타이틀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젊은 맹수에게 노련함은 결코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정상적인 컨디션만 유지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의 경기를 살펴봤을 때 본야스키는 근접전에서의 펀치교환이 그다지 강하지 못했다.
마이티 모나 보타처럼 강렬한 한방으로 승부하지는 않지만, 근접 거리에서의 레코 펀치는 무척 정확하고 날카롭다. 본야스키로서는 최대한 그러한 상황을 피하고, 주특기인 원거리에서의 킥 공격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비교적 몸이 늦게 풀리는 스타일에 비추어봤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승기는 본야스키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 지금까지 미리 보는 K-1 월드 그랑프리 결승을 아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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