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17:16
스포츠

이탈리아 탈락, 리피의 고집이 원인

기사입력 2010.06.25 06:58 / 기사수정 2010.06.26 16:38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가 슬로바키아에 패하며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탈리아는 24일 밤(한국시각)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조별 예선 F조 최종전에서 슬로바키아에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승점 2점으로 조 최하위를 기록하며 이번 월드컵을 마감했다.

애초 이탈리아가 속한 F조는 전력상 강한 팀이 없어서 아주리 군단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됐다. 슬로바키아는 독립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며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는 아르헨티나, 브라질보다는 부족한 팀이다. 뉴질랜드는 이번 월드컵 최약체로 꼽힐 만큼 축구 변방국가였다.

이번 이탈리아 대표팀이 세대교체 실패를 비롯해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다른 팀들에 비해서 전력 적으로 우세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디펜딩 챔피언답지 않은 모습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파라과이와 뉴질랜드에는 1-1 무승부를, 슬로바키아에는 패배를 기록하며 2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했다.

- 리피의 고집이 부른 참극

대회 직전까지 이번 이탈리아 대표팀은 지난 2006 독일 월드컵과 달리 세대교체 실패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의문스러운 선수 기용과 맞물려 역대 최악의 대표팀으로 불렸다. 지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우승을 이끈 리피는 자신의 고집대로 팀을 운영했으며 기동력 상실과 압박의 부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리피의 고집은 선수 기용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 중 절반 이상은 지난 월드컵에서 뛰었던 선수이다. 축구 선수가 월드컵 경기에 연속으로 출전하는 것은 큰 영광이다. 그러나 그 선수의 기량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면 상황은 다르다.

이날 리피의 부름을 받고 선발 출장한 젠나로 가투소와 파비오 칸나바로는 지난 독일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었다. 가투소는 빼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던 선수였다. 들소처럼 상대 중원을 헤집고 다니는 그의 모습은 한 마리의 짐승 같았다. 한편, 칸나바로는 팀의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었으며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이날 경기에서 두 선수는 전성기보다 현저하게 떨어진 기량을 보여줬다.

우선, 가투소는 쓸데없는 파울로 경기의 흐름을 끊었으며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며 상대 선수에게 무례한 반칙까지 범했다. 게다가 활동량에서도 현저하게 저하된 모습을 보이며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편, 칸나바로는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집중력을 잃은 모습은 물론이고 상대 공격수를 막는 과정에서도 놓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투혼은 돋보였지만, 기량 저하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리피의 고집은 선수 기용 이외에도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문제를 낳았다. 현재 이탈리아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창의력과 기동력의 실종이다.

발 빠른 선수의 투입은 공격의 고삐를 당겨주는 것은 물론이고 역동성을 더해주며 팀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현재 이탈리아 대표팀에 주름잡은 노장들에게 기동력을 기대하기란 무리수이다. 또한, 판타지스타 프란체스코 토티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책인 안토니오 카사노마저 리피와의 불화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역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보유하며 막강한 전력을 드러냈던 지난 대회와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 대표팀을 떠난다. 그의 후임은 이미 피오렌티나의 돌풍을 이끈 체사레 프란델리로 확정됐다. 보수적인 리피와는 다르게 프란델리는 젊은 선수들을 잘 활용한다는 점에서 아주리 군단의 무난한 세대교체를 이끌 것이다. 과연 굴욕적인 성적으로 탈락한 아주리 군단이 이번 대회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이탈리아 축구대표팀 (C) Gettyimages/멀티비츠]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