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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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무소식이 희소식!´

기사입력 2006.11.08 08:52 / 기사수정 2006.11.08 08:52

김종수 기자

정상언저리를 맴돌고있는 ´미완의 에이스´ 

"도대체 어떻게된 선수길래 데뷔 첫해가 제일 잘한 시즌인지 모르겠습니다. 보통의 그저 그런 선수도 아닌 시속 140킬로 후반대를 뻥뻥 넘기는 구속을 가진 차기 에이스로 점찍어두었던 투수가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아마도 그 선수가 제일 잘한 시즌은 프로 때가 아니라 미국에 있는 류제국하고 쌍벽으로 전국최강을 겨루던 고교시절이 아닌가 싶어."

열혈 타이거즈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기아가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신 직후 쓴웃음을 지으며 나눈 대화이다.


도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말일까…? 아마 웬만큼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금새 눈치챘을 것이다. 데뷔 첫해부터 불같은 강속구를 뿌렸고, 류제국과 함께 고교시절 전국무대를 양분했던 대형투수, 그렇다. 그들이 나눈 대화 속의 선수는 다름 아닌 기아타이거즈 소속의 우완정통파 투수 김진우(23)이다.

무등산에 첫발을 내딛은 ´새끼호랑이´

입단 당시 신인 역대 최고대우인 7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당당히 프로무대에 입성한 김진우는 광주진흥고 시절 이미 140킬로 후반의 빠른 직구와 폭포수를 연상케 하는 낙차 큰 커브를 무기로 초고교급 수준의 투구를 보여줬던 선수이다.

이러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이나 하듯 데뷔 첫해인 2002시즌에 12승 11패 방어율 4.07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새끼호랑이로서의 포효를 시작했다.
물론 당초에 타이거즈 팬들이 가졌던 ´제2의 선동렬´으로서의 모습은 완전히 보여주지 못했지만 역대신인최다탈삼진 기록과 4번의 완투 그리고 1차례의 완봉을 해내며 다음 시즌 전망을 한껏 밝게 했다.

가난한 시절이었다고는 하나 ´초고속 잠수함´ 임창용을 양준혁+알파에 빼앗기며 피눈물을 흘려야했고, 서재응과 김병현 등 차세대 기둥투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변변한 에이스감을 보유하지 못했던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나온 대형투수였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라는 점 역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크게 했다.

계속된 악재 속에 깊어 가는 팬들의 실망감

2003시즌 2년 차를 맞이한 김진우는 차세대 에이스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로 잔뜩 기대하고있던 팬들에게 큰 아픔을 안겨주고 만다. 

친구들과 함께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폭력사건에 휘말리고 말았고 설상가상으로 손 부상까지 입고 말았다. 신인이나 다름없는 프로선수로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달 이상의 공백으로 말미암아 팀 전력에도 큰 손실을 입혔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11승 5패를 거두며 다음해를 기대하게 했다.

진짜 문제는 다음해부터였다. 2004시즌, 63이닝에 7승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전혀 ´완투머신´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2005시즌에는 31경기에 등판해 145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보통의 투수라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미 김진우는 팀의 핵심전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었다.

올 시즌 역시 초반 무서운 기세로 3연승을 올리며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등 그제야 김진우다운 피칭을 보이는가싶더니 허리통증을 시작으로 어깨까지 다치며 장기간 선발로테이션을 비우고 말았다.

10승 4패에 2.69라는 방어율은 결코 나빠 보이지 않는 성적이지만 긴 시간의 공백을 증명이나 하듯 투구이닝은 채 117이닝 밖에 되지 않았다. 최악이었던 2004년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투구이닝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그동안 구단 측에서는 김진우를 차세대 에이스로 키우기 위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세심한 배려를 해왔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갈수록 퇴보하는 성적을 기록하며 전혀 기대에 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팬들이 느끼고 있는 실망감이다. 

´야구천재´ 이종범 이후 리그전체를 지배하는 대형프랜차이즈 스타의 등장에 목말라온 타이거즈 팬들에게 김진우는 그 강력한 대안중 하나였으나 데뷔 5년이 지난 지금은 지치다못해 실망을 느끼고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더욱이 그 이상의 존재감과 성장가능성을 가진 또 다른 대형투수 한기주가 데뷔시즌을 나쁘지 않게 치른 상태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연고지역에서 전국 최고수준의 투수들이 계속해서 배출되고 있다는 점도 김진우에게는 악재다. 현재의 모습을 반복하다가는 영영 에이스의 자리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김진우는 좋은 소식보다는 안 좋은 기사로 더 많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신문에 김진우의 이름이 언급되면 반가움은 고사하고 가슴부터 덜컹 내려앉는다는 팬들도 많다. 오죽하면 김진우에 관한 얘기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까지 나돌았을까.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은 이 같은 김진우의 잦은 부상과 부진의 원인에 대해 자기관리부족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김진우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보여왔던 모습에 비춰봤을 때 근거 없는 소리라고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벌써 5시즌을 치렀지만 아직 김진우는 23살 밖에 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까지 면제받은 상태이며 결혼해서 가정까지 꾸린 가장이다. 팀 역시 올 시즌 4강을 디딤돌 삼아 내년에는 더욱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계기도 충분하고 동기부여도 차고 넘친다. 아직도 많은 팬들은 그에게서 흐르는 에이스의 피를 굳게 믿고 있다. 다음 시즌에는 경기장 안에서의 좋은 소식 만으로 김진우를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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