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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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G 전임 응원단장 정석진 씨 "나는 행운아였다"

기사입력 2010.06.20 12:45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LG 트윈스가 통산 2천만 관중을 넘어선 지난 19일 잠실구장.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11차전이 벌어지는 동안 LG 응원석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다.

그동안 잠실벌의 1루측 단상을 지켰던 전임 응원단장들이 모처럼 경기장에 나와 '추억의 응원'을 펼친 것. 팀 성적에 관계없이 꾸준히 관중석을 채웠던 LG 팬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행사였다.

1994년 LG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당시에 응원단장이었던 정석진 씨도 이번 행사에 당연히 초대받았다. 1998시즌을 끝으로 호루라기를 놓은 그는 2006년 추억의 팬 데이, 2008년 러브 페스티벌 행사 때도 응원단상에 올라 올드팬들과 만났었다.

▲ 추억 속 '빙글빙글'에 올드팬들 상념에 잠겨

LG의 1회와 2회 공격 때 정석진 씨는 특유의 재치와 파워 넘치는 동작으로 응원을 리드했다. '빙글빙글'이라는 노래에 맞춰 익살스러운 춤을 선보일 때는 일순 상념에 잠기는 팬들이 적잖이 보였다. 그가 LG 응원단장일 때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레퍼토리였다.

정석진 씨는 예정됐던 2이닝 응원을 모두 마친 후 "정말 많이 힘들다. 그래도 내가 응원하는 동안 LG가 점수를 뽑아주어서 기분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응원단장직을 물려준 후 선수도, 구단 직원도 거의 다 바뀌었다"고 말하며 전광판을 바라보더니 "그래도 권용관과 이병규, 조인성은 응원단장일 때도 LG에서 뛰고 있던 선수들"이라고 덧붙였다. 2군 내야수였던 권용관, 신인왕 이병규, 김동수의 백업 포수 조인성을 회상하는 듯 보였다.

나는 행운아였다

정석진 씨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했다. LG가 잘나가던 시기에 응원단장을 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MBC 청룡 시절인 1988년 개막 3연전에서 응원을 리드했고, LG 창단 첫해인 1990년에는 약 10경기 정도를 소화했다. 전 경기 응원단장으로 나선 것은 1993년이 처음이었고 1998년까지 응원을 이끌었다.

이 시기는 LG의 전성기였다. 정석진 씨가 응원단장을 역임한 6년 동안 LG는 딱 한 번(1996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포스트시즌에 올랐을 뿐 아니라 우승 1회, 준우승 2회라는 성과도 냈다. '무적 LG'라는 구호가 잘 어울리는 '강한 트윈스'의 시대였던 것이다.

그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항상 마음속에 담고 있다. LG라는 팀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당연히 갖고 있다"고 속마음을 드러냈고 "1994년 우승 후 V3를 목표로 삼았었다. 1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세번째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건 좀 안타깝다"고 했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응원이 그립다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10대와 20대 야구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관중석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팬들은 이제 야구장을 하나의 놀이 공간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야구 룰은 몰라도 선수별 응원가는 꿰고 있는 '응원 마니아'도 꽤 된다.

오랜만에 단상에 올라 LG팬들과 호흡한 정석진 씨는 과연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그는 "바뀐 분위기에 적응이 잘 안 되는 건 사실"이라며 웃음을 보이더니 "예전엔 (응원에서) 사람 냄새가 났는데 지금은 사람들의 목소리, 박수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앰프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니까 응원을 끌어가는 것이 편하기는 하다. 팬들이 알아서 응원을 해주니까"라면서 "예전에는 경기가 우선이고, 응원은 그다음이라는 개념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것이 우선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열광 응원'의 창시자

정석진 씨는 LG의 대표 응원이라 할 수 있는 '열광 응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994시즌에 앞서 정 씨가 만든 이 응원은 간결하면서도 재미있는 동작, 신나는 멜로디 덕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응원은 이름만 '열광 체조'로 바뀌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예전엔 경기 흐름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시점에 열광 응원을 했다. 이 응원을 하고나면 분위기가 LG쪽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꽤 많았다"면서 "심지어는 유지현, 김재현 등 선수들까지도 열광 음악이 들리면 힘이 난다고 말했었다"며 지난날을 되새김했다.

경기에서 지고 있다가도 열광 음악만 나오면 곧 역전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그는 "지금처럼 몇 회가 끝나면 습관적으로 하는 응원이 아니라 분위기상 꼭 필요할 때 사용하는 '승리의 주문'이었다"고 말하며 다시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고개를 살짝 돌렸다.

[사진 = LG 전임 응원단장 정석진 씨(위), LG 역대 응원단장(아래)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이동현 기자 hone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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