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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니모' 전후석 감독 "디아스포라에 대한 고민, 앞으로도 가져갈 이야기"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11.24 10:00 / 기사수정 2019.11.24 01:5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영화 '헤로니모'(감독 전후석)가 21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쿠바 혁명의 주역이자 쿠바 한인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로니모(임은조)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며 독립 운동의 정신과 뜨거운 조국애를 느끼게 한다.

메가폰은 재미교포 변호사 전후석이 잡았다. 미국에서 태어나 4살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다시 미국으로 떠나 그 곳에서 공부를 마쳤다. 전후석 감독은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속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에 충실하라)이라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그리고 나의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가 미국 국적을 선택해서 간 것이라면 철저하게 미국화 돼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아왔다. 코트라 뉴욕 무역관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전후석 감독은 2014년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정상화 된 이후 2016년을 앞두고 사회주의 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행을 떠난 쿠바의 택시에서 만난 한인 4세 쿠바인 패트리샤 임을 만나며 헤로니모의 삶을 마주하게 됐다.

'헤로니모'에서 말하는 디아스포라(Diaspora,특정 민족이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의 개념에 대해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 것도 물론이다.


헤로니모는 임천택의 아들이기도 하다. 임천택은 쿠바로 재이주해 에네켄(선인장) 농장에서 일하며 대한민국임시정부로 독립운동 자금을 보냈던 인물로, 쿠바 한인들의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왔다. 헤로니모 역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젊은 시절에는 쿠바의 혁명을 위해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하고, 은퇴 후에는 한인 사회를 위해 헌신한다.

전후석 감독은 자신이 살아온 배경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었기에, 헤로니모의 삶에 더 끌렸다고 말했다. "제가 이 작업에 믿고 뛰어들 수 있던 것은, 그런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헤로니모의 이야기를 더욱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전공하면서 좋은 스토리텔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헤로니모'가 만들어진 것은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말을 이은 전후석 감독은 "유튜브 같은 곳에 30분 분량 정도의 영상으로 올린다면, 쿠바의 한인사회에 대한 설명은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쿠바에 다녀와서 SNS에 장문의 글을 시리즈도 올리기도 했는데, 좋은 반응들을 봤었고 저 스스로도 이런 감동적인 경험을 글로만 남기는 것이 아쉬웠어요. 작품 그 자체만으로도 봤을 때, 헤로니모 선생님의 삶이 잘 드러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라고 얘기했다.

'인위적인 것을 할 수는 없었다'며, "헤로니모의 삶 자체가 드라마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도 강조했다.

"헤로니모의 삶에 매료돼 영화로 만들기까지, 3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어요. 쿠바에서 계속 촬영을 하던 그 2년 동안은, 그야말로 '미쳤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헤로니모를 만났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최대한 많이 찍었던 것이죠. 그 시간만 따지면 250시간의 분량이 있거든요. 1년 정도 걸렸던 편집 작업도 쉽지만은 않았죠."


변호사 일을 잠시 쉬며 영화감독으로, 주위의 도움과 후원을 통해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전후석 감독은 "변호사 동료 형들이 '너라도 꿈을 이루라'며 많이 도와줬죠"라고 웃었다.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다 미국에서 변호사로의 새 삶을 살고 있는 이소은도 전후석 감독과의 인연으로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등장하는 '고향의 봄'을 부르며 재능기부에 동참했다.

전후석 감독은 "제 목소리를 통해 헤로니모 선생님의 삶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게 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쿠바에 처음 도착해 택시에서 쿠바 한인 4세를 만난 것, 그 분께 초대를 받아 가족 분들과 시간을 보냈고 헤로니모 선생님의 부인을 통해 정말 열심히 살았던 한 사람의 삶이 알려지길 원하는 간절한 열망을 느끼게 된 것이죠. 정말 제가 잠깐 '미쳐있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라고 미소를 보였다.

영화는 국내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국제영화제는 물론 달라스아시안영화제, 뉴욕아시안국제영화제, 괌국제영화제, 토론토릴아시안영화제, 샌디에고아시안영화제, 필라델피아아시안영화제, 뉴욕한인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으며 디아스포라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헤로니모'를 세상에 내놓은 지금, 전후석 감독은 "앞으로도 디아스포라와 관련된 일이라면 계속, 적극적으로 해내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자유롭되, 일관성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 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헤로니모의 삶을 말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행복해요"라고 웃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커넥트픽쳐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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