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1970.01.01 09:33 / 기사수정 2010.06.18 05:04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완벽한 전술싸움의 패배였다.
허정무호는 아르헨티나와의 중원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는 모습을 보였고, 아르헨티나의 빠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 중앙 미드필더 요원으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만이 나온 아르헨티나의 중원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17일 저녁, 요하네스버그 사커 시티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우리 축구 대표팀이 아르헨티나에 1-4로 대패했다. 전반 초, 박주영의 자책골로 전열이 흐트러진 허정무 호는 전반 32분, 곤살로 이과인에게 추가골을 허용했고 전반 막판, 상대 수비의 실책을 틈타 이청용이 멋진 만회골을 터트렸지만 후반 들어 이과인에게 두 골을 더 내주고 말았다.
허정무 감독은 이날, 지난 그리스전과 거의 동일한 시스템으로 아르헨티나를 맞이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차두리 대신 오범석이 나선 것이 유일한 변화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우리만의 축구로 무너뜨릴 상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르헨티나는 철저히 한국의 측면을 의식한 전술로 경기에 나섰다. 4-3-1-2전술로 나왔지만 미드필드 라인에 측면 성향이 짙은 앙헬 디 마리아와 막시 로드리게스를 배치했고 플랫4를 들고 나오며 가브리엘 에인세는 측면 수비에 전념할 수 있었다. 중원을 마스체라노에 전담시키는 매우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전술이었다.
아르헨티나의 한국전 맞춤전략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들은 수시로 한국의 측면에 위협을 가하며 우리 특유의 측면 공격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영표와 오범석은 아르헨티나 측면 공격에 대한 부담으로 원활한 공격 지원을 할 수 없었고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아주 편안하게 가져온 아르헨티나는 공수 양면에서 한국의 측면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마스체라노 혼자 버틴 아르헨티나의 중원을 공략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 뼈아팠다. 그리스전과 동일한 미드필드 진영으로 나선 우리 대표팀은 상대와의 중원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가야 했다. 그러나 마스체라노는 막시 로드리게스의 지원을 받아가며 김정우-기성용과의 중원싸움에서 완벽히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부터 김남일과 같은 전투적인 미드필더의 투입으로 상대와의 중원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하지 못한 점이 두고두고 아쉽다.
김정우-기성용-김남일의 정삼각형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배치하지 못한 결과는 이날 경기 결과에 여실히 드러났다. 전투력이 부족했던 한국의 미드필드 라인은 너무 얌전한 축구를 구사하며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괴롭히지 못했고 아르헨티나는 그들 특유의 '티키-티키(Tiki-Tiki. 간결한 볼 터치로 짧은 패스를 가져가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일)' 축구를 구사하며 경기 리듬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중원 싸움의 실패는 결국, 수비라인의 붕괴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미드필더들이 우리 진영으로 물밀듯이 들어오자 메시와 이과인에 대한 마크가 허술해졌고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에 무수한 슈팅 공간을 허용하고 말았다. 오히려 정성룡 골키퍼의 선방으로 네 골만 허용한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아무래도 그리스전의 완벽한 승리가 허정무 호에 지나친 자신감으로 연결된 듯싶다. 우리 스타일의 축구를 당당하게 구사하는 것도 좋지만, 상대에 따른 유연한 전술 변화가 필요한 경기였다.
바로, 한국전의 아르헨티나처럼 말이다.
[사진=대한민국 vs 아르헨티나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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