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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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덤’ 오마이걸, 콘셉트 요정을 넘어선 서사의 요정

기사입력 2019.11.10 21:25



[엑스포츠뉴스닷컴] 지난 달 31일 방송된 Mnet '퀸덤' 파이널 경연에서 오마이걸은 최종 2위에 차지하며 앞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날 방송에서 오마이걸은 ‘퀸덤’을 통해 앞으로 더 큰 꿈을 펼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 ‘게릴라’ 무대를 선보이며 또 한 번의 감동을 선사했다. 마치 어둠 속 거친 파도를 항해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역동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퍼포먼로 대중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앞서 오마이걸은 파이널 경연에 앞서 세 차례 사전 경연 중 두 번의 1위를 차지하며 반전의 주인으로 우뚝섰다. 오마이걸은 국악기를 접목시키는 동양적인 편곡과 아름다운 선율로 무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2차 사전 경연과 마치 한편의 잔혹 동화를 보는 것 같은 판타지 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3차 경연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매번 레전드 무대를 경신해 나가며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매번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과 완벽한 무대소화력은 오마이걸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성장형 걸그룹'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글은 이처럼 ‘ 퀸덤’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오마이걸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에 붙여둔 수사는 ‘퀸덤’ 이전부터 꽤 오랫동안 생각해둔 표현이다. 이번 방송에서 잘해서 막 생각해낸 것이 아니다. 다만 이제는 이 표현을 써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무르익은 것으로 판단돼 이 타이밍에 꺼내들었다.

이러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것과 이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글 들어가겠다.



#콘셉트

‘콘셉트 요정’이라는 말은 약 3년간 오마이걸의 앞에 따라다닌 수식어다. 이 수식어에는 다양한 콘셉트를 찰떡같이 소화하는 요정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2016년 ‘카레맛폭풍’이라고 불리는 곡 ‘윈디데이’ 활동 이후 이 별명이 붙었다.

근데 이 ‘콘셉트 요정’이라는 수식어 안에 있는 콘셉트라는 단어는 중요하게 작용할 때는 정말 중요한데, 제법 자주 의미 없는 단어가 되기도 한다.

콘셉트 기획이라는 게 잘되면 이번 ‘퀸덤’에서 오마이걸이 선보인 사극버전 ‘데스티니’ 같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형태의 창작활동이던 간에 안 그런 경우가 정말 많다.

‘가상현실 기반의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콘셉트가 동일해도 잘 만들면 ‘매트릭스’ 같은 작품이 나오고 못 만들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물건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

검 쓰는 인물이 주인공인 판타지라는 기본 콘셉트가 동일해도 네이버웹툰 ‘그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법’처럼 사용하는 검의 종류에 따른 검술이 충분히 머릿속에 있는 상태에서 선보이는 전투씬과 검술 잘 몰라서 검기, 검강, 이기어검술로 때우는 판타지의 전투씬은 디테일 그리고 깊이감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콘셉트라는 것은 이처럼 ‘마감을 잘 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

‘콘셉트 요정’이라는 오마이걸의 별명에 독자분들이 납득한다면, 그것은 오마이걸이 지금까지 소화한 콘셉트들의 ‘마감’을 잘해서, ‘마감’을 잘할 역량이 있어서라고 봐야할 것이다.



#서사의요정

그렇다면 오마이걸은 어떻게 ‘마감’을 하는가.

오마이걸이 하나의 콘셉트를 마감함에 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야기다.

누군 안 그러냐고 할 수도 있겠고, 그 말도 맞긴 하지만 오마이걸이 현 케이팝씬에서 활동 중인 걸그룹 중에서 이야기의 ‘우선도’가 무척 높은 팀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케이팝 아이돌씬이 90년대부터 본격적인 포문을 열고 약 30년 동안 쉼 없이 성장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이야기’의 비중이 높아졌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야기의 여러 구성 요소 중 감정, 상황(씬)만 따로 떼어서 노래를 만들고, 그런 노래들 일부가 히트곡이 되어왔던 것이 엄연한 사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에 유행한 후크송이라는 장르가 그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장르였다.

그게 잘못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강력한 이미지(+퍼포먼스)에 집중하고 상황에 집중하고 감정에 집중해서 리스너들과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으니까. 소비자로서 글쓴이도 그런 음악, 그런 퍼포먼스를 즐긴다. 소비자의 니즈에 충분한 만족감을 준 상품은 그 자체로도 인정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

오마이걸이 이야기에 집중하는 팀이라는 표현은 틀림없이 칭찬이지만, 그게 압도적인 성과로 돌아오지는 않았던 것도 사실.

그럼에도 데뷔 초부터 가지고 있던  본연의 태도를 나름 적지 않은 시간 꿋꿋하게 유지해왔고,



그것이 바로 이 무대, ‘퀸덤’ 버전 ‘데스티니’ 무대를 통해 폭발했다고 할 수 있다.

무대 자체는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 무대 안에는 오마이걸이 지난 4년간 쌓아온 시간이 담겨 있다. 

‘데스티니’ 무대가 만들어진 과정을 초간단 압축하면 대략 3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1. 매력적인 콘셉트를 도출한다.
= 데스티니를 사극버전으로 표현한다.



2. 콘셉트 안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  디테일한 해석은 감상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글쓴이가 봤을 때는 ‘해를 품은 달’이나 ‘구르미 그린 달빛’ 같은 퓨전 사극 스토리를 퍼포먼스에 녹여낸 것으로 보인다.



3.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에 부합하는 디테일을 채워넣는다.
= 사극풍의 편곡, 맨발로 보게 하는 덧신, 사극풍 의상, 무술을 차용한 안무, 승무를 떠올리게 할 흰색 천 등등으로 몰입감을 더한다.

이렇게 나눠서 보면 ‘퀸덤’에서 선보인 ‘트와일라잇’ 무대, ‘게릴라’ 무대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늘 그래왔냐고 하면 그렇다고 답할 수는 없지만, 오마이걸의 대표 아웃풋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은 대체로 이와 같은 3단계가 느껴지게 만든다.

‘라이어 라이어’의 경우에는 ‘거짓말’이라는 콘셉트 아래에 ‘누가 누굴 좋아하는지 탐색하고 숨기기를 반복하는 (약간의 스릴러가 가미된) 심리추리극.
 
‘윈디데이’는 바람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사랑이라는 이름의  급작스런 강풍을 맞이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노래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상황이 내가 짐작할 수 있는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강도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함께 들어있다.

‘비밀정원’은 ‘숨겨진 정원’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아직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소녀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고, ‘다섯 번째 계절’은 계절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무수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진정한 사랑의 계절과 만나는 소녀의 이야기’를 보여줬다.

이 작품들의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를 모두 감상하면 각 활동의 콘셉트를 어떤 식으로 ‘마감’했는지를 볼 수 있었고, 이를 지켜보는 것이 감상자로서 오마이걸의 작품들을 보는 즐거움이었다.

매번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쉽지 않기 때문에 그게 그 팀의 클래스가 되고, 아이덴티티가 되고, 결정구가 되는 것이다.

아이돌이란 모름지기 친근할 때는 한없이 친근하다가도 본업에 임했을 때는 현격한 경지를 보여줘야 하는 법이다.



#게릴라

서지음 작사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마이걸, 그리고 모두 용감하게 맞서고 뜨겁게 이루어내고 눈부시게 빛나기를 그러니, Do it. #오마이걸 #퀸덤 #ohmygirl #게릴라 #guerilla”이라는 코멘트를 한 바 있다.

‘오마이걸 세계관의 깊이’를 담당하는 인물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서지음 작사가가 이번 ‘게릴라’에도 함께 했다.

이 ‘게릴라’라는 제목은 걸크러쉬 콘셉트의 아이돌 노래에 적절한 제목이기도 하지만,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면 꽤나 냉엄한 현실이 담겨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게릴라’라는 단어는 유격대 혹은 일정한 진지 없이 불규칙적으로 벌이는 유격전을 뜻한다.

이번 곡 ‘게릴라’에서 단어가 가지는 중요한 속성은 ‘지배자가 아님’이다. 제국의 주력군이 아니고 철옹성 안에 있지 아니하며, 당연히 권력자가 아니다.

현실 속에서 이 ‘게릴라’의 다른 이름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너, 나, 우리다.

그 형태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골목식당일 수도 있고, 졸업논문 주제 선정부터 애먹는(=지도교수한테 리젝트 당해서) 대학원생일 수도 있고, 자소서 입구컷만 100번 넘게 당한 취업준비생일 수도 있으며, 글 써서 밥 먹고 살고(글밥) 싶은데 정착할 플랫폼을 구하지 못한 글쟁이일 수도 있다.

메인스트림 밖에 있는 존재. 견고하디 견고한 세상에 작은 흠집이라도 내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 

위험요소들로 가득 찬 세상에 나가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으나, 수성만 하고 있다간 반드시 죽는 존재.

작전도 잘 짜고, 타이밍도 잘 잡고, 기회가 왔을 때 잘 몰아쳐야 될까 말까한 존재. 그게 ‘게릴라’다. 앞서 서술한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게릴라는 실패한다. 심지어 다 만족해도 운이 나쁘면 거꾸러진다.

2015년 데뷔 이후 나름 착실한 성장을 해온 오마이걸. 하지만 이들도 엄밀히 따지자면 케이팝씬의 게릴라들이라 할 수 있다. 제국의 권력자로서 누군가를 짓밟고, 권력 강화를 도모하고 뭐 이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위치에 있다. 2019년 현재에도 오마이걸에게 ‘생존’은 아주 중요한 과제다.

‘퀸덤’에서도 사실 오마이걸은 굳이 따지자면 게릴라에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대선배인 박봄은 첫 만남에서 오마이걸에게 “어디 그룹이냐”고 물었고, 1차 경연에서 경연 참가자 팀 중 3팀이 오마이걸을 ‘한 수 아래 팀’으로 평가했다. 참가자가 6팀이고, 오마이걸 빼면 5팀이니 절반이 넘는 팀이 그들을 아래라고 한 것.

1차 경연 장면을 빼놓고 생각해도 ‘퀸덤’ 참가자 중 오마이걸이 정량적인 측면에서 압도할 수 있는 팀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배부터 후배에 이르기까지 오마이걸이 ‘체급’으로 승부한다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0팀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승부를 던지는 것’이다.

과감하게, 그리고 잘.



여러모로 이번 ‘퀸덤’에서 오마이걸이 선보인 승부수들은 JTBC ‘걸스피릿’에서 승희가 보여준 승부수들을 연상케 했다. 팀 버전으로, 좀 더 향상된 실력으로 선보인 승부수들이었다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무대에서는 물론이고 ‘퀸덤’이라는 프로그램 내에서도 제법 괜찮은 서사를 만들어낸 오마이걸.

당분간은 이들에게 ‘서사의 요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한편, WM엔터테인먼트는 “오마이걸이 최근 통신사, 화장품, 의류 등 다양한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오마이걸은 최근 유명 통신사에서 제휴한 신규 모바일 게임의 모델로 캐스팅되어 활약하고 있다. 해당 광고 영상에서 오마이걸은 기존의 상큼 발랄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카리스마 넘치는 비주얼과 스타일링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팬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엑스포츠뉴스닷컴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엠넷 ‘퀸덤’ 영상 캡처-서지음 인스타그램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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