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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 "조급함 덜어낸 30대의 지금, 연기에 조금 더 자유로워졌죠"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11.05 07:00 / 기사수정 2019.11.04 23:11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천우희가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로 필모그래피에 소중한 한 줄을 더했다.

10월 16일 전야 개봉한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 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천우희는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 역을 연기했다.

인기리에 방송되며 지난 9월 28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이후 '버티고'를 통해 30대 여성의 현실적인 모습을 연이어 그려낸 천우희는 "사실 그 전에는 멜로라는 장르에 관심이 없었어요. 다른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고,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에 더 관심이 갔다면 언제부턴가는 제 일상에 닿아있고 현실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보고 싶더라고요"라고 운을 뗐다.

"주변 선배님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네가 너의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 지금이 아니고 지나면 못하지 않겠냐고 말해주셨죠. 그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을 즈음 우연치 않게 두 작품 연달아서 제 나이에 맞는 현실적인 모습을 그린 캐릭터를 맡게 된 것이죠."


'버티고'를 촬영하면서는 멜로가 중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천우희는 "연인에게 상처받는 이야기가 표면적으로는 보이겠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서영이라는 한 인물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 전에는 나이가 보이지 않는 연기이거나 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들을 맡았거든요. 항상 평소에도 그렇고 배우로서도 제 나이보다 많이 어리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웃음) 그것이 나쁘지만은 않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성숙한 연기,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 속에서 오피스룩을 입는데, 저도 한 번도 입어본적이 없잖아요.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를 했었어요. 관객 분들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시길 바랐고요."

에너지를 분출하거나, 혹은 표정과 눈빛에 좀 더 집중하며 덜어낼 수 있는 연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왔던 천우희에게 '버티고'는 기교보다 오롯이 다한 진심을 통해 한 신 한 신을 채워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한 순간들이었다.

"모든 배우가 그렇듯이, 저 스스로는 (에너지를 분출하거나 응축하는) 그 두 가지를 잘 할 수 있다고 믿고 싶거든요. 물론 둘 다 쉽지는 않지만, 그런 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지는 계속해서 찾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 작품마다의 감독님과 함께 얘기하며 찾아가고 있고요. 특히 '버티고'는 클로즈업 신이 많다 보니까, 그 안에서 미세한 근육이라든지 멍하니 있는 시선만으로도 충분히 표현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었어요."

천우희는 '버티고'를 통해 '다시 일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을 때, '당신은 떨어지지 않아요, 괜찮아요'라는 마지막 대사로 힘을 얻었어요. 제가 결국 존재하는 곳도 여기 현장이고, 연기하는 순간이 제일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물론 연기를 하면서 받았던 상처들도 있고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연기로 극복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느낌을 찾을 수 있었죠."


1987년생인 천우희는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데뷔해 15년여를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 혹은 관객들과 소통해왔다. 서른 살이 넘은 이후, "30대가 제게 카운트를 하는 것 같았다"며 느꼈던 불안함을 고백한 천우희는 "30대가 열 개밖에 안 남겨지는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나는 더 많은 것들을 이루고 싶고 하고 싶은데, 벌써 한 해가 지나간다는 것이 아쉬웠어요"라고 말했다.

"막 서른 살을 맞이했을 때는 감흥에 취해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불안하고 조급하지만 뭔가 열의도 많고 그랬었는데, 그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까 의욕이 떨어졌던 순간들도 있었거든요. 오히려 그 시간들을 지나고 보니 그런 조급함들은 많이 덜어놨고요. 그리고 '멜로가 체질', '버티고'를 하면서 스스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것들을 계획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고, 순간순간 현재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영화 '조커'를 보며 충격적이 기분을 느꼈다고 전한 천우희는 앞으로도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배우가 갖고 있는 내재된 강한 흡입력일수도 있고, 그 연기를 정말 분석적으로 너무나 잘했던 연기적인 재능일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때가 있는데, 저도 동료들과 그런 얘기를 나누면서 농담으로 '우상'의 연화 캐릭터를 20배 응축시키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하곤 했어요. 만화 속에 있던, 혹은 가상의 인물을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연기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 판타지와 액션도 도전해보고 싶고, 선배님들의 조언처럼 멜로 역시 계속해보고 싶어요."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나무엑터스, ㈜트리플픽쳐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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