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21:26
연예

"격조 지킨 시간"…정일성 촬영감독, 韓 영화 회고전 주인공의 자부심 (종합) [BIFF 2019]

기사입력 2019.10.04 11:09 / 기사수정 2019.10.04 11:55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유진 기자] 정일성 촬영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의 주인공이 된 소감과 함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4일 오전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 정일성 촬영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조긍하 감독의 '가거라 슬픔이여'(1957)를 통해 촬영감독으로 입문한 정일성 촬영감독은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에서는 파격적인 앵글과 색채 미학을 선보였다. 또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에서는 사계절을 담기 위해 1년 이상 촬영을 진행했고, 임권택 감독과는 '신궁'(1979)을 시작으로 '만다라'(1981), '서편제'(1993), '취화선'(2002) 등 임권택 감독 대부분의 작품을 함께 했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이날 "제가 영화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회고전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외신을 통해서 접했었다. '어떻게 저렇게 오래 영화를 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제가 회고전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나. 특히 아시아에서는 촬영감독으로 회고전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영광스럽다"고 인사했다.

1955년부터 영화 일을 시작해 1957년도 말에 데뷔를 했고, 일제시대의 해방부터 6·25 등 시대를 거쳐온 정일성 촬영감독은 "엄청난 영화적 진화가 있었다"며 "지금은 훌륭한 기자재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있지 않나. 영화적 질이 더 나아져야 되는데, 영화적 질이 더 나아졌다고 하는 영화들도 몇몇 있지만 우리들이 겪었던 그 정신을 이어받는 것들에 더 가미해서 발전되고 좋은 영화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얘기했다.


또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슬픈 역사와 열악한 시대를 겪었던 저희 세대에서는 현대 영화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 저 역시도 제가 138편 정도의 영화를 해왔는데, 40~50편은 부끄러운 영화다"라고 웃으며 "제가 열심히 찍고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 영화보다도, 실패한 영화가 제게는 어떤 좋은 교과서가 됐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떠올렸다.

최근 활동하고 있는 감독, 영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하며 "한국 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에 봉준호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기생충')를 통해서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수 있던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축하드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저희는 아날로그 시대의 촬영감독이고 요즘 영화학도들은 디지털로 촬영하지 않나. 필름 과정을 공부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저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저는 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영화를 전공한 사람도 아닌데, 현장에서 몸으로 익히고 난 다음에 독학을 통해서 영화이론을 공부했었다. 어떤 것이 좋은지에 대해 쉽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을 통해 짧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영화적 기술이 지속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많은 노력을 했기에 오늘날 이렇게 평가를 받는 영화들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어떤 형식이나 리얼리즘, 모더니즘보다 더 상위에 놓았던 것은 영화의 격조라는 것이다"라고 말한 정일성 촬영감독은 "제 나름대로의 원칙이었다. 영화의 격조는 감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촬영감독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촬영감독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은 지금까지도 제게 숙제로 남아있다"고 고백했다.

여전히 마음 속에 그리고 있는 꿈도 말했다. 정일성 촬영감독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죽는 사람이 어디 있나 . 저는 지금까지 제가 해온 일에 만족하고 있다. 제 개인적인 만족을 채운다는 것은 욕심 같다"며 웃었다.


영화 인생에 있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 대해 38명의 감독과 작업했는데, 많게는 20년 동안 같이 했던 감독들도 있는가 하면 한 편의 영화로 끝나버린 관계의 감독도 있다. 3분의1은 감독들이 주인공이고, 또 3분의1은 촬영 때문에 계속 나가있던 저를 지켜봐준 아내, 나머지 3분의1은 나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대자본들이 조그마한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 밝지 않다고 보지만, 한국영화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영화가 나오길 희망하고, 그런 감독들을 통해 한국영화가 대자본을 항거하고 이길 수 있는 힘 있는 영화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2일까지 진행되는 정일성 촬영감독의 회고전에서는 대표작 7편 (김기영 감독 '화녀', 유현목 감독 '사람의 아들'(1980), 이두용 감독 '최후의 증인'(1980), 임권택 감독 '만다라'(1981), 김수용 감독 '만추'(1981), 배창호 감독 '황진이'(1986), 장현수 감독 '본 투 킬'(1996))이 상영된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