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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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수원' 그 꿈은 이루어질까?

기사입력 2006.07.24 07:52 / 기사수정 2006.07.24 07:52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이자 국내 몇 안 되는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이관우(대전, 28)와, 청소년대표와 월드컵 대표팀을 거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백지훈(서울, 21)을 단번에 영입한 수원 삼성의 행보에 모든 축구팬의 시선이 쏠려있다.

전기리그와 컵 대회에서 계속 된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수원이 후기리그를 앞두고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할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상되어 왔었다. 사실무근이라고 밝혀지긴 했지만, 월드컵 기간 중 흘러나온 스웨덴의 공격수 헨릭 라르손의 영입설도 곧 수원의 과감한 투자가 있을 것이란 기대치에서 나온 얘기였다.

가려웠던 공격형 미드필더, 제대로 긁었다

그런 수원이 리그를 대표하는 두 명의 미드필더를 동시에 영입하며 발동을 걸었다. 그것도 선수 간의 맞트레이드가 아닌, 모기업의 든든한 후원을 업고 30억에 가까운 현금으로만 이뤄낸 성과였다. 다가오는 후기리그와 앞으로 K-리그에서 수원이 차지하고 싶은 욕심과 야망을 바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용병 문제와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려줄 정상급 공격수를 찾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현재 수원의 진용을 살펴보면 리그 최강은 물론 다른 구단과 비교해서도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비교적 탄탄한 수비력에 비해 공격의 파괴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수원이기에, 이번 이관우와 백지훈이라는 걸출한 두 공격형 미드필더의 영입은 김남일, 송종국이란 국가대표 수비형 미드필더의 든든한 버팀 속에 활발하고 많은 줄기의 공격 루트를 양산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수원은 한 가지 시너지 효과를 더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관우가 아직 펼쳐보이지 못했던 자신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관우의 전 소속팀이었던 대전은 이관우의 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임 리딩은 기본이고 해결사의 역할에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팀을 진두지휘해야 했었다. 제아무리 출중한 기량의 이관우였지만, 혼자 힘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또, 그렇게 많은 역할을 소화하다 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어느 한쪽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이관우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보이지 못했었다. 헌데, 수원에는 수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존재하고 있고, 애써 팀을 이끌고 가야하는 중책을 맡아야 할 필요도 없다. 자신과 팀을 든든하게 후원할 리더 김남일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대표시절 국내에서 보기 힘든 감각적인 스트라이커로서 먼저 이름을 알렸던 이관우로서는, 대전의 팀 구성상 모두 펼쳐보이지 못했던 공격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또, 백지훈 역시 아직 캐어 지지 않은 재능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고,  공격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모두 활약이 가능하기에 수원의 이번 투자는 분명 현실적이고 성공적인 것이었다.

수원, 잉글랜드 대표팀을 기억하라

물론, 화려한 라인업만으로 축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축구가 이름값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우리는 축구의 매력에 이렇게 흠뻑 젖어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 예를 우리는 레알 수원을 외치며 2000년대를 활짝 연 4~5년 전의 수원에서도 보았고,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보았다. 그리고 역대 최강의 미드필더진을 꾸려 4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외쳤던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보았다.

캡틴 데이비드 베컴을 비롯해 제라드 램파드 조 콜로 구성 된 가공할 잉글랜드의 미드필더진은 그들만으로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평가되었었다. 하지만, 최고가 모였다는 4명의 슈퍼스타는 좁은 축구장에서 그다지 잘 어울리지 못했었다. 잉글랜드의 가장 큰 장점이었지만, 이들이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는 바람에  더 큰 약점으로 되돌아 왔었다.

이관우와 백지훈을 영입하며 국가대표급 미드필더진을 구축하게 된 수원도 이런 잉글랜드 대표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4명 모두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했던 잉글랜드에 비하면 수원의 미드필더진은 비교적 잘 배분되어 있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게 마련이다.

이렇게 좋지 않았던 잉글랜드 대표팀의 결과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수원은 우선 선수기용과 포지션의 분배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차범근 감독이 앞으로 수원의 주요 전술로 공언한 4-2-3-1에서 핵심은 포백 위에 위치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더블 볼란테)와, 그 앞 선에 위치하는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여기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는 사실상 이관우로 결정되어 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더블 볼란테에서 김남일과 짝을 이룰 나머지 한 선수의 선발이, 앞으로 수원의 전체적인 경기력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일 펼쳐졌던 컵 대회 10라운드에서 수원은 김남일-송종국이라는 더블 볼란테로 좋은 성과를 올렸다. 오랜만에 상대를 확실하게 압도하는 경기를 펼치는 2-0의 시원한 승리를 챙겼던 것. 특히 오른쪽 윙백인 송종국이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을 조금씩 보이고 있다는 것이 수원으로서는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헌데, 조원희가 맡는 오른쪽 윙백의 자리에 구멍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약점으로 지적받는 조원희기에 안심하고 측면을 맡기기엔 아직 부담스럽다. 특히 포백을 구현하는 수원으로서는 오른쪽 수비 라인 최후의 보루인 조원희가 무너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수준급의 왼쪽 측면 공격수를 보유한 팀들과의 대결이라면 더욱 그렇다.

조원희의 활용도를 좀 더 넓은 의미에서 해석하고 송종국이 원래 자리로 내려가고 그 자리를 백지훈에 넘기는 방안도 현재 수원의 구성상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수비력보다는 공격 쪽에 더 많은 재능을 갖고 있는 백지훈이 이 역할을 얼마만큼 소화할 수 있을지 또한 미지수다. 강력한 미드필더진을 실전에서도 통하게 하기 위해서, 그 좋은 자원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수원이다.

역시 결론은 차감독

결론은 역시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에 달려있다. 수원이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선수 구성에도 불구하고 오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어찌되었건 차범근 감독이 가져온 문제점이다. 그리고 앞으로 위기의 수원을 어떻게 구하느냐 하는 것과, 구단이 마련해준 카드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관한 문제도 차범근 감독이 풀어야 할 몫이다. 그리고 그 카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수원의 성적이 결정될 것이다.

차범근 감독이 지난 2003년 10월 수원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이뤄낸 성과는 대단한 것들이었다. 수원의 선수 구성이 좋긴 했지만, 04시즌과 05시즌 전반기까지 보여준 수원의 힘은 무서운 것이었다.

04시즌 K-리그 챔피언에 올랐으며, 05시즌에 들어서는 A3 챔피언십 컵 우승을 시작으로 2005 슈퍼컵과 2005 하우젠컵을 모조리 휩쓸면서 지도자로서의 ‘차붐’을 다시 일으켰었다. 하지만, 후기리그부터 주춤하더니 이번 06시즌엔 수원의 성적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참담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했거늘, 수원의 이후 행보는 날개 없는 고속 추락 그 자체였다.

그 과정에서 차범근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 부호를 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현대 축구의 흐름에 발을 맞추지 못해 도태된 독일 축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결과라고 비난받았었다. 그런 차범근 감독에 대한 화살이 월드컵으로 인해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차범근 감독은 날카롭게 날이 선 칼 위에 서있다.

더군다나 현금 30억을 투자하며, 연고 팬들의 뭇매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전과 서울의 간판 미드필더들을 영입했기에 차범근 감독은 분명 가시적이고 확실한 성과를 보여야만 한다. 1등 주의를 외치는 모기업의 풍토상으로도 더 이상의 추락은 곱게 봐주며 넘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100%를 넘길 만큼의 자원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지만, 지금 확보한 자원만으로도 수원은 분명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창출해내는 마지막 책임은 차범근 감독에 있다. 선수로서 그리고 월드컵에서의 TV 중계 해설자로서 받았던 박수만큼 받으려면 감독으로서의 차범근은 아직 진행형이다. 차범근 감독의 지도력이 마지막으로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관우와 백지훈을 영입하며 리그 전체 판도를 한 번 심하게 흔든 수원 삼성. 끝없이 추락하던 수원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차범근 감독은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지, 후기리그에서 수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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