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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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3년 길해연의 다짐 "끝없이 도전할 거예요" [엑's 인터뷰③]

기사입력 2019.08.27 16:09 / 기사수정 2019.08.27 16:0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길해연은 연극 ‘미저리’에서 폴 셸던의 열렬한 광팬이자 그의 책 '미저리'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애니 윌크스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길해연은 “관객과 호흡하는 게 느껴진다”며 고개를 끄떡였다.

동명의 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연극 '미저리'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재연 중이다. 소설 ‘미저리’의 작가 폴을 동경하는 팬 애니의 광기 어린 집착을 담았다. 드라마 '심야식당', '돌아온 일지매', '궁', '러브어게인' 등의 황인뢰PD가 연출했다. 

“황인뢰 감독님이 초연 때 제작사 친구에게 길해연 배우 좀 데리고 오라고 했다더라고요. 그때는 ‘내가 무슨 미저리야.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감사하게도 다시 말해줬어요. 내가 어디가 미저리냐고 물었더니 외로움에서 시작된 역할이라고, 애니라고 생각한다고 해줬어요. 감독님이 안판석 감독님의 후배이니까 작품을 보면서 저에게 그런 느낌을 받았다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하고 싶다고 말했죠. 다른 사람이 안 보는 지점을 봐줬다는 게 신나는 일이잖아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은 알아서 해보라고 하는 편이거든요. 이게 괜찮을까, 괜찮은 걸까 했어요. ‘미저리’란 작품이 너무 유명해 중압감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이 있던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서는 더 찾아보고 연구했어요. 그래서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길해연은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참여했다. 소설 속 미저리가 죽은 것을 알고 광분한 애니는 폴을 협박해 미저리를 되살린다. 이를 기념해 기분이 좋아진 애니는 로맨틱한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폴의 발목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등 광기를 내비친다. 초연에서는 애니의 외로움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더 내밀한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초연 때와 달라졌어요. 초연에서는 ‘아 무서워’ 이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무서운 것과 천진난만한 것의 낙차가 심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확 돌아가는 여자잖아요. 괜찮아질까 싶으면 또 그러고요. 원작 책에서도 개구쟁이 모습이 보였다가 휙 돌아갔다가 하거든요. 웃고 있을 때 더 무섭다는 게 책에 나와요. 다른 류의 공포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작품 자체도 초연 때와 다른 부분이 있어요. 암전 문제 때문에 두 장면을 없애고 다른 장면에 대사를 넣었어요. 공연을 본 경험이 많이 없는 분들은 40분을 넘기면 힘들잖아요. 길이를 압축했어요.”

길해연은 무대,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매체에 진출한 건 2003년 영화 ‘여섯 개의 시선’부터였지만 이미 1980년대부터 극단 작은 신화를 창단하고 무대에 오른 베테랑 배우다. 제25회 이해랑연극상, 2011년 제16회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 2011년 제47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길해연은 “드라마가 100m 달리기라면 연극이 긴 마라톤”라고 비유했다.

“본질은 같은데 연극은 준비하고 맞춰보고 훈련할 시간이 주어져요. 반면 올라간 순간 수습할 수 없는 공간이니까 매순간 전투에 임하는 것 같고 출발선 앞에 있는 것처럼 떨리고 무섭기도 해요. 모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고요. 흔들림 없이 주어진 걸 해내야 해요. 드라마는 매신이 짧잖아요. 혼자 또 알아서 해야 해요. 영화는 디테일하게 연기할 수 있고요. 각자만의 매력이 있어요.”

33년째 연기란 한길을 걸어온 길해연은 배우 생활을 하면서 후회나 갈등을 해본 적 없단다. 연기는 곧 그의 삶과도 같다.

“대학을 졸업하면 기성 극단에 가야 하는데 돈도 없지, 선배나 선생님 등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1986년도에 극단을 직접 만들었죠. 연기자의 길을 걸으며 갈등은 안 했어요. 지금도 ‘‘미저리’ 너무 힘들어’라며 장난으로 엄살떨지만 웬만하면 이미 정한 건 후회하지 않아요. 어려움과 고난은 어떤 세상을 살든 인간은 다 겪잖아요. 아깝지 않은 시간이에요.”

길해연은 연기자이니 연기를 잘해야 한다며 배우로서 단순명쾌한 지향점을 밝혔다. 이미 다양한 연기를 해봤을 베테랑이지만 “앞으로도 끝없이 도전할 것”이라며 목표를 밝혔다. 

“‘미저리’ 후에 있을 다른 작품에서 수화를 하는 역할을 맡았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해야 해요. 좋은 배우들이 모인 퍼즐의 한 조각 같아요. 큰 조각이든 작은 조각이든 좋은 작품 속의 한 조각이었으면 좋겠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너무 많은데 덕분에 대중이 더 풍성한 문화를 누리지 않을까 해요. 그런 배우들이 많이 나올수록 좋은 작품이 많이 만들어지고 더 노출되고 또 으쌰으쌰하게 돼요. 저 역시 주저앉아 있지 않을 거예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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