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김홍선 감독이 '공모자들'(2012)과 '기술자들'(2014), '반드시 잡는다'(2017)에 이어 네 번째 상업 영화 '변신'으로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나섰다. "갈수록 배우고 성장하는 거 같다"며 감독이라는, 자신의 일을 마주하는 마음가짐 역시 다시 한 번 되새겼다.
21일 개봉한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 배우 배성우(중수 역)와 성동일(강구), 장영남(명주), 김혜준(선우), 조이현(현주), 아역 김강훈(우종) 등이 가족으로 모여 긴장감 넘치는 공포를 완성했다.
김홍선 감독은 "이 영화의 장르는 호러 스릴러죠. 오컬트 영화는 아니고요. 오컬트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는 호러 스릴러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장르를 소개했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오는 것을 오컬트라고 하잖아요. 저희 영화에도 구마사제, 악마가 나오니까 오컬트적인 요소가 분명히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가족 얘기가 더 중점이 돼있는 거죠. 하우스호러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 무서움과 서스펜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본다면, 장르적으로는 괜찮은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을 준비하며 개연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신경 썼다.
"가족 얘기로 사람들을 설득시키려면 개연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악마가 사람으로 변했을 때, 그 변한 당사자는 어느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설계했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촬영도 진행했는데, 설명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은 편집한 것이에요. 초반에는 설명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중반에는 관객 분들이 '얘가 진짜 악마일까?' 의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뺀 부분도 있죠.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게끔 계산을 했어요."
배우들에게 있어서도 '변신'은 연기 속에서 또 다른 연기를 할 수 있고 해내야 하는, 도전의 현장이기도 했다.
"배우들이 정말 잘해줬죠"라고 말을 이은 김홍선 감독은 "배성우 선배님은 따뜻한 느낌의 신부를 참 잘 살려주셨어요. 진지하고 묵직하면서도, 약간 동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느낌이요. 배성우라는 배우가 그 어떤 영화보다 멋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외모뿐만이 아니고, 캐릭터 자체가 강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것 위주로 부탁을 드렸어요.
성동일 선배는 각색 과정에서 아예 대놓고 선배님에게 각색하기 전에 선배님을 놓고 쓸 것이라고 얘기 드렸었죠.(웃음) 그래서 캐릭터 구축도 선배님 위주로 많이 바뀌었고요. 장영남 선배도 시나리오를 쓰자마자 드렸는데 한 번에 OK해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정말 제가 생각했던 첫 번째 분들이 다 캐스팅 된 것이었어요.
또 선우 캐릭터를 구상하고 (김)혜준이를 만났었는데 느낌이 정마 좋아서 함께 하게 됐고, (조)이현이도 앞서 말씀을 많이 드렸지만 단편영화를 보고 찾았고, (김)강훈이는 제가 원래 좋아했던 아역 친구였는데 저희 오디션을 보러 왔기에,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발탁했죠.(웃음)"
보는 이들의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소리 역시 '변신'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김홍선 감독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돼지 소리를 갖고 만들었고요. '엑소시스트'같은, 과거 호러 영화에서 있던 동물 소리를 갖고 써보자고 믹싱 기사와 많이 얘기를 나눴어요. 또 기계음을 배제하고 배우들도 최대한 자기 목소리를 사용하는 것처럼 리얼한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죠. 직접 다 만든 소리가 많아요. 소리도 가운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극장 전체를 뒤집어씌울 수 있게끔 디자인을 그렇게 바꿨죠"라고 설명했다.
까마귀 악마가 주가 된 얘기인 만큼, 실제 까마귀의 소리를 녹음한 것과 미리 저장돼 있던 라이브러리에 있던 여러 가지를 섞어 현실감을 더했다. 프롤로그에서 까마귀가 거꾸로 매달려 눈을 뜨는 자면에서는 사람의 눈을 입히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족 구성원들이 각각 악마로 변했을 때 보여주는 대사와 행동에서도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다. "가정폭력, 형제들끼리의 질투, 성적 학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녹이고 싶었다"며 그 생각들을 상업적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강구가 악마로 변해서 현주를 바라볼 때의 대사는, 원래는 더 적나라했었어요. 예쁘고 어린 딸을 갖고 있는 아빠가 나쁜 생각을 해서 발생하는 성 관련 문제들도 있잖아요. 그 마음을 표현한 것이죠. 또 둘째가 언니에 대해 갖고 있을 수 있는, '언니 혼자만 있으면 잘 먹고 잘 살텐데'라는 나쁜 생각,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밥 잘 먹고 말 잘 들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이 반찬투정을 할 때 들 수 있는 나쁜 생각을 악마가 꺼내서 떠올리게 하는 것이죠.
혜준이도 후반부에 복숭아가지로 맞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다치지 않도록) 안에 보호대도 깔고 했지만 그래도 장면 자체에서 오는 심리적인 고통이 있잖아요. 악마를 바라보는 헷갈림을 주기 위해서는 임팩트 있는 장면이 필요했어요. 저도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무대인사에 갈 때 버스에서 누워 맞기로 했습니다.(웃음)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최소화한 것인데, 불편하게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김홍선 감독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작품의 책에는 '설정샷은 꼭 찍는다' 등 김홍선 감독만의 원칙이 담긴, 촬영할 때 꼭 지켜야 할 십계명이 적혀 있었다. 김홍선 감독은 "어느 작품이 소중하지 않겠냐만은, 이번 작품은 정말 더 절실한 느낌이 커요"라고 떨리는 마음을 드러내며 '변신'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