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향한의원 건강칼럼] 올해 고3이 되는 A군, 새 학기가 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지만 수업시간만 되면 무거워지는 눈꺼풀 때문에 고민이 많다.
쉬는 시간, 수업 시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졸음은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절정을 이룬다. 집에서는 뭘 하느냐며 수없이 핀잔을 듣지만, 집에서도 잠만 잔다는 A군으로서는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노릇이다.
봄철피로증후군이란 흔히 춘곤증이라고 하는 증상으로, 계절의 변화를 신체가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부적응 현상이다. 춘곤증의 증상은 충분한 수면을 취한 후에도 졸음이 쏟아지거나, 권태감으로 인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증상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외에도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는 불면증, 손발저림, 두통, 눈의 피로 등의 증세가 동반될 수 있다.
봄철피로증후군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추운 겨울 동안 지속되었던 생체 리듬이 환경 변화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이것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봄이 되면서 햇볕을 쬐는 시간이 길어지고 기온이 따스하면서 근육이 이완되어 나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겨울철에는 비타민이나 무기질 등의 섭취가 불충분할 수 있어 이러한 증상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는 계절에 따른 섭생 방법이 나와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몸이 자연계와 통하여 계절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황제내경에는 '봄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가볍게 산책을 한다. 옷을 느슨하게 입어 몸의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며, 마음속에 맺힌 것을 담아놓지 말고 풀어내야 한다. 만물을 살리는 심정으로 생활하고 상을 주되 벌주지 않는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 봄의 양생법이다'고 되어 있다.
이 내용이 쓰인 지는 몇천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봄철피로증후군을 이기는 방법은 이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피로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봄철 피로증후군을 이기는 기본 수칙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는 것이 좋으며, 각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달래, 냉이, 미나리 등의 봄나물은 봄철피로증후군을 이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제철에 나는 과일이나 채소는 그 시기에 사람이 필요로 하는 기운을 많이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봄나물은 봄 특유의 기운인 발산지기(發散之氣: 뻗어나가는 기운)를 듬뿍 담고 있어서, 겨우내 움츠렸던 몸의 기운을 끌어내 주고 기와 혈의 순환이 원활하도록 만들어 준다. 또 간(肝)의 목기(木氣)가 지나치게 왕성해짐으로 인해서 약해진 비위(脾胃)의 기운을 북돋아주어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주는 효능이 있다.
봄철피로증후군은 보통 운동부족인 사람, 피로한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른 중요한 질병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으므로, 이런 증세가 계속될 때는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글] 자향한의원 창원점 조영일 원장
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