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송강호가 제72회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엑설런스 어워드(Excellence Award)를 수상했다.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릴리 힌스틴(Lili Hinstin) 감독은 지난 5월 송강호가 엑설런스 어워드의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층위를 지닌 배우인 그는 한국 영화가 뿜어내는 강렬하고 다양한 감정의 가장 뛰어난 전달자였다. 드라마, 하드보일드(비극적인 사건을 건조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묘사하는 작품) 등 어떤 장르건 편안하게 녹아들었던 그의 얼굴과 육체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같은 감독들의 작품들과 연결돼 지울 수 없는 강한 자취를 남겼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12일 오후 9시 30분 2800석 규모의 팔렉스포(Palexpo) 홀에서 열린 시상식은 릴리 힌스틴 집행위원장이 '배우 송강호'에 대해 짧게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영화 '밀양', '복수는 나의 것', '반칙왕', '괴물', '설국열차' 등 송강호의 대표작을 편집한 3분짜리 영상이 상영된 후 송강호가 등장해 릴리 힌스틴 집행위원장과 간단히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송강호는 "여러 영향이 있었겠지만 어렸을 때 스티브 맥퀸의 영화를 보고 많은 감흥을 받았고,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장 끌리는 장르에 대해서 묻자 "희극, 비극, 코미디, 드라마 모든 것이 혼합돼 있는 것이 우리 삶의 단면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장르보다는 모든 것이 다 속해 있는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짧은 대화 후 릴리 힌스틴 집행위원장은 엑설런스 어워드 트로피를 송강호에게 건넸다.
송강호는 "감사하다. 이렇게 전통과 유서가 깊은 아름다운 로카르노에서 의미 있고 큰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 특히 이 자리는 그 동안 존경해 마지 않는 세계 최고의 배우들의 자취가 남겨져 있는 자리라 더욱 감격스럽다. 이 특별한 시간이 저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때론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고, 감동의 시간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라며 엑설런스 어워드를 수상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배우로서 지난 30년을 되돌아 보면 과분하게 영광스러운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 한국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계신다. 이창동, 박찬욱, 김지운 감독님들께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라며 자신의 대표작들을 함께 해 온 감독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특히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봉준호 감독에게는 "여기 이 자리까지 같이 해 준 나의 영원한 동지이자 친구이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위대한 예술가 봉준호 감독님께 이 트로피의 영광을 바친다"라며 특별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건네 받은 봉준호 감독은 "함께 한 네 편의 영화들 모두 송강호가 없었다면 완성할 수 없었던 영화들이라 너무 감사하다. 오늘 수상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며 송강호의 수상을 축하했다.
시상식을 마친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상영관 중 하나로 꼽히는 8천석 규모의 그란데 광장(Piazza Grande)과 팔렉스포 홀에서 동시에 상영되는 영화 '살인의 추억'을 관객들과 함께 관람하며 영화제를 즐겼다. 이번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는 '살인의 추억' 외에도 '반칙왕', '복수는 나의 것', '기생충'까지 송강호의 대표작들을 상영했다.
1946년 시작해 72회를 맞는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는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와 더불어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 영화제로, 새로운 재능으로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차세대를 위한 출발대로 명성을 얻어 왔다. 끌로드 샤브롤, 스탠리 큐브릭, 스파이크 리, 구스 반 산트 등과 같은 명장들도 이 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바 있다.
엑설런스 어워드는 뛰어난 연기와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그 업적을 인정 받은 영화배우들에게 헌정되는 특별상으로 수잔 서랜든, 존 말코비치, 이자벨 위페르, 윌럼 더포, 크리스토퍼 리 등의 배우들이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에단 호크가 수상했다. 송강호는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 최초로 이 상을 수상해 한국영화의 위상을 증명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Locarno Film Festival / Massimo Pedrazzini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