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해온 뮤지컬 배우 박강현이 이번에는 랜슬럿으로 변신했다.
그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엑스칼리버’에서 제왕의 운명을 타고난 아더 왕의 곁을 지키는 친구이자 기사 랜슬럿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공연을 시작한지 절반이 지났어요. 보통의 작품은 석 달하고 100회 넘게 열리는데 ‘엑스칼리버’는 그 절반 정도여서 기간이 짧아요. 잘하고 있는지 제가 판단할 순 없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전설을 원작으로 한 ‘엑스칼리버'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청년 아더가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으면서 빛나는 제왕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그린다.
“아더의 이야기는 공연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충은 알았어요. 그런데 연습하면서 찾아보니 다른 내용도 많더라고요. ‘엑스칼리버’처럼 바위에서 칼을 뽑는 것도 있고 강의 요정이 칼을 내주는 버전도 있어요. 칼집에 힘이 서려 있어 칼집을 가진 자는 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랜슬럿의 나이도 천차만별이에요. 영화 ‘카멜롯의 전설’에서는 아더가 훨씬 나이가 많아요. 리차드 기어가 젊은 기사로, 숀 코너리가 백발로 나왔죠. 전설이어서 설정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랜슬럿은 그런 아더의 오른팔 역할을 한다. 빼어난 무술실력과 남다른 기개의 소유자다. 중후반 용의 피가 흐르는 아더가 양부가 독살된 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이 아더의 아내 기네비어와 부적절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후에는 기사의 도리를 다하며 아더를 지킨다.
“어릴 때 술주정뱅이 아빠에게 두들겨 맞던 랜슬럿을 액터 아저씨가 치료해주면서 아더의 집에서 살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아더라는 동생이 생기고요. 피는 이어져 있지 않지만 가족 같은 존재가 되죠. 기네비어와의 관계는 제정신이 아니게 볼 수도 있어요. 실제의 박강현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웃음) 도저히 랜슬럿의 마음으로는 납득이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모르가나의 흑마법이 랜슬럿의 마음을 흔들어놨다는 설정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랜슬럿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아요. 짧은 시간에 함축해서 보여줘야 하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인물의 감정을 이해해야 극에 몰입이 잘 되는데 짧은 분량으로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 한계를 좁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박강현은 2015년 뮤지컬 ‘라이어타임’으로 데뷔해 ‘베어더뮤지컬’, ‘인더하이츠’, ‘광화문연가’, ‘킹키부츠’, ‘엘리자벳’, ‘웃는남자’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이번 ‘엑스칼리버’를 통해 또 한 번 결이 다른 캐릭터를 만나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랜슬럿은 이전 캐릭터들과 거의 겹치지 않는 것 같아요. 수염도 최초로 하게 됐고요. 더군다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카이, 김준수)보다 형 역할을 해야 해서 형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 아닌가 해요. 동생에게 대하는 모습을 끄집어내 연기하고 있어요.”
최근 ‘엘리자벳’,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또 8월 개막하는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EMK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EMK의 남자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에 “EMK 소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광화문 연가’와 ‘킹키부츠’를 할 때는 CJ의 아들이었다. 잘 입양되는 스타일인 것 같다. 그다음에는 ‘어디’로 갈지. 오디(컴퍼니)? 하하. 감사하게도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엑스칼리버’는 5년간의 제작 기간에 걸쳐 완성된 EMK의 세 번째 창작 뮤지컬이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다. 장대한 스토리에 어울리는 스케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실 돈이 있어도 그런 시도를 한다는 건 쉬운 선택은 아니잖아요. 리스크가 커질 수도 있는데 과감히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감사한 일이고요. 만약에 작품이 잘 안 됐더라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시도라고 봐요. 뮤지컬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높게 살만하죠.
‘엑스칼리버’의 차별화된 매력이라면 다양한 볼거리를 빼놓을 수 없겠죠. 인해전술이에요. 35명의 학생 캐스트(앙상블)가 있어요. 그 에너지가 정말 대단해요. 무대에 설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니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더라고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면 선배들도 마음을 다잡게 돼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더프로액터스,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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