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3.03 04:13 / 기사수정 2010.03.03 04:1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일 오후, 인천 공항은 수백 명의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1일 폐막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값진 메달을 획득한 선수단이 입국했기 때문이다.
특히,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역사상 기념비적인 점수인 228.56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는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김연아는 기자회견이 열린 인천공항 2층 CIP 센터에 태극기를 들고 선두에 서서 입장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메달을 획득한 이승훈(22, 하이원), 모태범(21, 한국체대), 그리고 이상화(21, 한국체대)등이 모습을 보였고 쇼트트랙 메달리스트인 이정수(21, 단국대), 성시백(23, 용인시청) 등도 기자 회견장에 동석했다.
그리고 김연아와 함께 피겨 여자 싱글에 출전한 곽민정(16, 군포수리고)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메달리스트가 아닌 곽민정은 기자회견 좌석에 앉지 못했다. 선수단의 막내인 곽민정은 16세의 나이에 여자 싱글 종합 순위 13위에 오르는 성과를 남겼다.
곽민정은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살코의 랜딩이 흔들리는 실수를 범해 자신의 최고 기록(53.68 : 2010 전주 4대륙 선수권대회)에 조금 못 미치는 53.16의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24명이 진출할 수 있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02.37의 점수를 받아 개인 최고 점수인 155.53를 기록했다.
지난 4대륙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출전한 시니어 대회에서 곽민정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곽민정과 함께 이번 올림픽에 동행한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기술위원 및 국제심판은 "이번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너무 잘해주었지만 (곽)민정이도 기대 이상의 좋은 연기를 펼쳤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직전, 컨디션도 좋았고 연습도 잘됐지만 실전 경기에서 잘해준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해외 심판들은 김연아의 뒤를 이를 차세대 스케이터에 대해 관심이 높다. 이 부분에 대해 정재은 국제심판은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면 많은 분들이 연아의 뒤를 이를 한국 선수가 누가 있냐고 많이 물어 보신다. 차세대 김연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민정이는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민정이의 연기를 본 국제 심판 분들은 '놀랍다'라는 감탄사를 내놓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곽민정의 장점은 점프와 기술에 있다. 어려서부터 습득 속도가 빨랐던 그는 유연한 스핀과 트리플 러츠가 뛰어나다. 이번 올림픽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도한 스핀과 스파이럴은 모두 레벨4를 기록했고 몇몇 기술에서는 가산점도 챙겼다.
정재은 국제심판은 "몇몇 분들은 민정이의 연기를 보고 너무 놀랐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동안 한국에는 연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저런 유망주가 나와서 매우 기대된다는 의견도 남겼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돌아왔지만 곽민정은 여전히 '미완의 대기'인 스케이터다. 스케이팅 기술은 물론, 스피드도 늘려야 되고 플립 점프를 교정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또한, 기술요소 점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점을 보이는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을 높이는 점도 곽민정이 도전해야할 요소다.
곽민정은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경험을 얻은 것은 물론, 국제 심판들의 호평도 듣고 왔다. 그러나 곽민정은 성장해야할 부분이 많은 선수이며 김연아와는 다른 개성을 지닌 스케이터다. 또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까지 지켜보는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선수에게 지나친 기대를 쏟는 일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메달리스트가 아니었던 곽민정은 선배 스케이터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곽민정이 쇼트트랙의 박승희(18, 광문고)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선전한 유망주인 점은 사실이다.
미래를 책임질 될성부른 떡잎은 무르익을 때까지 어느 정도 지켜볼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김연아가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을 때, 어린 곽민정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퍼시픽 콜리세움에 있었던 한국 스케이터가 김연아만이 아니었던 현실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사진 = 곽민정 (C) 엑스포츠뉴스 김경주, 성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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