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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이선균 "꿈만 같던 봉준호 감독과 작업, 솔직히 기생하고 싶죠" [엑's 인터뷰]

기사입력 2019.06.30 14:00 / 기사수정 2019.06.30 13:46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배우 이선균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작업이 꿈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지난해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을 마친 후 '기생충' 제안을 받았다는 이선균은 "6개월 동안 아저씨로 있다가 박사장 역을 하는 것에 이질감을 느꼈다"며 "큰 부자 역할을 안 해봐서 내가 어울릴까 싶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내 옷 같지 않았다"고 작품에 대한 첫인상을 떠올렸다.

그러나 평소 존경했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를 한 작품에서 만난다는 것에 설렘을 느꼈다고. 이선균은 "존경해왔던 작품의 주인공들과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꿈만 같았다.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라 저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행복했다. 사실 첫 만남 때는 출연을 확답을 받고 간 게 아니었다. 강호 선배님이 마련한 자리에서 감독님이 두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대본이 마음에 들면 하자고 했다. 그래서 바로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왜 이선균에게 '기생충'을 제안했을까. 그는 "제가 '악질경찰' 홍보를 할 때 화보를 찍었는데 그중 어떤 얼굴이 마음에 드셨는지 제게 날카롭고 예민하고 피곤해 보이는 사진을 보여주셨다. 우연히 봤는데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일 중독의 피곤함과 항상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의 예민함을 원하는구나 생각하고 역할을 준비했다"고 답했다.

디테일한 연출로 '봉테일'로 불리는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도 언급했다. 이선균은 "현장의 디렉션 전에 대본 자체에 모든 것이 디테일하게 표현돼 있었다. 어떤 그림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다고 할까. 첫 촬영이 강호 형님이 운전하는 차에서 커피를 마시는 신이었는데 콘티에 머그컵에 가득한 커피가 그려져있었다. 그거 하나로 박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극중 박사장은 글로벌 IT 기업의 젊고 유능한 CEO에 매너까지 갖춘 인물이지만 유독 '선을 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캐릭터였다. 이선균은 "나이스하고 멋져 보이는, 기존의 재벌들과 다르다는 강박이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 자기 안에 선이 있는 인물인 거다. 자신을 대할 때도 선이 있으니 그 안에 치졸하고 천박한 본능이 있다고 봤다"고 이야기했다.

'기생충'은 배우들끼리 '계단 영화'라고도 불렸다는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이선균은 "상징적인 요소가 워낙 많은데 그중 계단이 기억에 남는다. '설국열차'는 수평 열차로 그 안에서 계급이 나눠진다면 '기생충'은 수직적이었다. 감독님이 반지하에 대한 이야기를 위트있게 상상한 점이 기가 막혔다"며 "영화적이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았나. 저 역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돌이켜보게 됐다. 또 선을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런 게 없나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또한 영화를 보고 비극적인 쾌감을 느꼈다는 이선균은 "대본이 아닌 영화로 보니까 몇 배 더 입체적으로 이야기가 다가왔다. 처음에는 상황적인 코미디가 재밌고, 극 중반부터는 기우에게 이입을 많이 해서 먹먹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계획이라는 단어가 마음이 아팠다. 찍을 때는 기우가 계획이라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몰랐다"며 "이게 다 감독님의 계획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에서도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이선균은 "아직 어떤 신호(?)는 없다"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 많기에 제게 콜이 오든 안 오든 너무 감사하다. 그러나 솔직한 속마음은 기생하고 싶다. 훌륭한 분이니까 작업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 아닐까"라며 웃음을 지었다. 

끝으로 올해도 드라마와 영화로 스케줄이 꽉 찼다는 이선균은 "편히 쉬는 걸 잘 못하고, 오래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나가고 싶은 스타일이다. 또 일이니까 꾸준히 하고 싶다"고 답했다. 잦은 노출에 이미지 소진이 두렵지 않냐는 물음에는 "저도 자주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이미지가 익숙해지는게 두렵다. 그렇지만 신인 때부터 내가 후회없이 하게 되면 누군가 지켜볼 거라고 믿고, 즐기려고 했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런 과정들이 겹겹이 쌓여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됐다. 언제나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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