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성민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성민은 지난 6월 26일 개봉한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영화는 흥행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몰입감 높은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새로운 얼굴을 스크린 위에 선보인 이성민의 연기는 많은 호평을 받는 데 성공했다.
'비스트'에서 이성민이 연기한 한수는 범인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무릅쓰고 수사망을 좁혀가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라이벌이자 강력 2팀의 형사 민태(유재명 분)에게 압박을 받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몸부림치게 된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되기도 했던, 영화 후반부에 보여진 눈의 실핏줄까지 터질 정도로 열연했던 이성민의 연기는 영화를 본 이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희한한 경험이었죠"라고 '비스트'를 떠올린 이성민은 "제가 보통 연기를 하면서 역할에 빠진다거나 그 역할처럼 (동화)되는 것을 견제하는 스타일이에요. 촬영이 다 끝나고 '컷'하면 빠져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하면서 캐릭터에 동화되더라고요. 늘 스트레스가 쌓여있었죠. 촬영 때는 (에너지를 많이 써서) 늘 방전돼있었고, 그래서 현장의 배우들과도 가장 많이 어울리지 못해 아쉬웠던 현장이기도 해요"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아무래도 폭력을 쓰는 것을 연기하는 것이 제게는 좀 스트레스가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안의 비스트를 꺼내야 하는데…(웃음) 없는 것을 확대해서 꺼내 연기하려다 보니까 그것이 좀 힘들었어요. 아마 이것이 배우들이 받는 스트레스 중에 하나일 수도 있을 것이에요."
1985년 연극으로 데뷔 이후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차근차근 자신만의 발걸음을 걸어오며 지금의 자리까지 온 그다. 이성민은 "제게 어떤 역할이 온다는 자체가 정말 감사해요. 뭐든 해야 되는 입장이긴 하지만, 여러 개 중 갈등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제게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첫째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라며 말을 이었다.
"'흥미 있는 이야기이냐'의 기준이 있고, 그 다음이 '내가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배우들의 외모도 물론 그렇지만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환경이나 정서, 지식 같은 것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 때 저도 분명히 제가 자신없어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어떤 경우는 이야기도 좋고 캐릭터도 좋은데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들 때죠. 저 말고 다른 배우가 이 모습을 더 잘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할 때가 그래요."
'비스트'를 다시 언급한 이성민은 "재미있었고, 이런 한수의 모습이라면 제가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발을 들여놓고 나니 쉽지 않았던 것이죠"라고 웃으며 "저도 모르는, 제 안의 어떤 것이 꺼내져 나왔던 것 같아요. 그런 감정의 경험이 중요한 것 같은데, '비스트'를 통해서는 제가 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영역에 조금 더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죠. 아마도 이 작품을 계기로 다음 기회에는 제가 자신 없어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얘기했다.
"저는 악당 연기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라고 껄껄 웃으며 다시 말을 이은 이성민은 "비열한 연기는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센 악당 이런 것은 잘 안되더라고요. 배우 각자의, 자기 영역이 있다고 봐요. 저는 배우의 숫자만큼 캐릭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은 그 비열함까지는 안 되는 것이죠"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배우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함께 덧붙였다.
"저는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라는 것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어요. 작품을 하다 보니 많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 드라마 '골든타임'을 할 그 무렵에 저는 코미디가 가미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고 있었거든요. 역할이 크진 않지만 웃긴 캐릭터를 연기했을 무렵인데, 그 때 '골든타임'의 감독님이 제게 그 대본을 주면서 같이 하자고 하실 때 깜짝 놀랐던 것이죠. '도대체 나의 어떤 면을 보고 하자고 하는 것이지?' 싶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저를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봐주고, 상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뻤어요."
배우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들이 좀 더 폭넓게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런 식의 변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배우에게 많이 온다면, 배우들도 늘 같은 캐릭터로만 소모되지는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은 대개 캐스팅할 때 이미지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작품에 관계된 많은 분들이 조금 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시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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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